안경 좀 쓸 줄 아는 남자들
타고난 이목구비가 멋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안경으로 인상을 바꿀 수 있으니까. 안경이 없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안경이 잘 어울리는 남자, 안경을 패션 소품으로 ‘갖고 노는’ 안경 고수, 빈티지 안경 마니아가 한데 모여 펼치는 대담에 귀 기울이길.
변웅진과 전정욱(왼쪽부터) / 사진 정태호
목정욱 / 사진 채대한
노블레스(이하 N) 안경이 잘 어울리는 남자는 정말 따로 있는 것 같아요.전정욱(이하 J) 안경이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아니라 본인에게 딱 맞는 안경을 찾지 못한 게 아닐까요? 코가 높고 얼굴이 작을수록 안경이 잘 어울리겠지요. 최소한 많은 안경을 걸쳐볼 수는 있을 테니까요. 목정욱(이하 M) 얼굴과 코의 길이가 길면 대부분 안경이 어울리는 것 같던데요.
N 그런데 안경이 어울리지 않는 미남도 많잖아요.변웅진(이하 B)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해요. 눈꼬리가 처진 사람, 인상이 강하지 않은 사람에게 안경이라는 아이템은 많은 도움이 되죠. 어떤 안경을 써도 그 안경의 느낌을 잘 표현하는 남자가 있어요.
N 코가 낮거나 얼굴이 큰 남자는 안경을 고르기 어렵다던데.B 코에 맞춰 노즈 패드를 달거나 다리 길이를 맞추는 서비스가 가능한 안경이 많아서 그런 건 문제가 안 돼요. M 그런 남자에겐 왠지 그래픽 플라스틱류의 볼드한 안경이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J 얼굴이 크면 큼직한 안경을 쓰려고 하는데 몸에 피트되는 슈트가 날씬해 보이듯이, 얼굴보다 약간 작거나 딱 맞는 사이즈의 안경을 쓰면 오히려 얼굴이 작아 보여요.
N 눈썹과 수염, 헤어스타일에 어울리도록 안경 소재와 프레임을 매치하는 게 어려울 것 같아요.J 강한 이미지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강한 면모를 부드럽게 만들 것인지 생각해본 다음 안경을 골라야 해요. 선이 굵은 플라스틱 프레임은 강한 인상을 주고 동그란 프레임은 세련되거나 부드러운 느낌을 줘요. 금속은 깔끔해 보이고요. M 이목구비가 뚜렷하거나, 반대로 선이 가늘고 섬세한 외모는 가는 금속 프레임의 안경을 잘 소화해요. 무난하고 조금 밋밋한 얼굴에는 뿔 소재가 자연스럽고요. B 눈썹이 옅은 사람이 밝은 색상의 안경을 착용하면 인상이 흐릿해 보이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눈썹이 짙다면 밝은 색상 혹은 골드 프레임 안경이 잘 어울려요. 모양을 잘 정리한 수염은 골드 라운드 프레임이나 뿔 소재 안경, 거친 느낌의 수염은 골드 사각 프레임이나 가는 플라스틱 소재와 궁합이 잘 맞죠.
N 안경이 얼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선의 역할을 해내는군요. 안경과 관련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요?M 중학생 시절 슬램덩크, NBA 리그, 마이클 조던이 유행해서 친구들과 농구를 많이 했어요. 농구는 격렬한 운동이어서 안경이 늘 거슬렸죠. 그때 스포츠 고글 같은 안경에 도수를 넣어 썼는데, 지금 생각하면 유난스럽게 느껴지고 창피해요(웃음). B 맞아요. 그 당시엔 그게 멋져 보였어요. 레트로스펙스라는 안경 회사에서 일하는 건 저에게 큰 행운이고 운명이에요. 안경 자체가 삶인 케이스! 오래전부터 현존하는 안경의 역사를 다룬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20대 고객이 제임스 딘이 착용하던 실제 모델을 요청한 적이 있는데 긴 기다림 끝에 제임스 딘의 오리지널 제품을 전달했어요. 저에겐 잊지 못할 경험이에요.
N 제임스 딘이 실제로 쓰던 안경이라니, 대단한데요? 정말 뿌듯했겠어요. 다들 어떤 안경을 좋아하세요?J 브랜드보다 생산 연도를 중요시합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을 안경 소재로 사용하기 시작한 1950년대에 생산한 제품을 좋아해요. M 전 올리버 피플스(Oliver Peoples)의 안경을 좋아해요. 유난스럽지 않고 프레임의 크기도 제게 딱 맞는 것 같아서요. B 저야 당연히 레트로스펙스죠. 개인적으로 커틀러 앤 그로스(Cutler and Gross)의 디자인도 선호하고요. 테오(Theo)와 안네 발렌틴(Anne et Valentin)은 제조 공정이나 가치관 면에서 회사를 신뢰합니다.
N 전정욱 대표님이 지금까지 모은 안경이 100개는 된다면서요. 그중 빈티지 안경이 많다고 들었는데 빈티지 안경의 매력은 무엇인가요?J 현대 안경은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에 제작한 금속 프레임과 1950년대부터 1970년대 플라스틱 프레임 안경의 디자인을 복각하거나 변형해 만듭니다. 엄밀히 말하면 안경의 디자인은 이미 과거에 완성한 거죠. MP3의 완벽한 전자음보다, 노이즈가 좀 있어도 귀에 편하게 박히는 LP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죠? 빈티지 안경은 LP와 비슷한 매력을 지녔어요. 신소재와 비교하면 당연히 터무니없이 무겁고 불편하죠. 그래도 사람을 더 사람답게 해주는 멋이 있어요. M 맞아요. 세월이 주는 깊이가 상당하죠. 얼마 전에 한 지인이 어머니가 쓰던 안경의 빈티지 모델을 구해 착용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는데, 여러모로 굉장히 특별해 보였어요. B 진정한 빈티지는 생산 연도를 트래킹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단순히 오래된 제품이 아니라, 좋은 재료로 잘 만들어 시대를 초월한 진정성이 담긴 제품이빈티지라고 생각합니다.
N 빈티지 안경에 대해 잘 알면 마니아가 될 수밖에 없겠네요. 안경이 업무적으로 도움이 될 때도 있나요?J 안경을 좋아하는 사람은 안경을 알아보지 않겠습니까? 안경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연스레 대화의 주제가 안경이 되고 쉽게 친밀해져요. M 그렇죠. 남자의 취미는 한정적이어서 무언가에 빠진 사람들이 만나면 바로 친구가 되곤 하니까요. B 도움 받을 때 많죠. 근무할 때 쓰는 안경은 유독 관심을 받고 매출로 이어져요. 제가 안경 쓴 모습을 고객이 맘에 들어해 같은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요.
N 마지막 질문, 안경을 패션 소품으로 멋들어지게 활용하는 공식이 있나요?M 지금 쓰는 안경은 다 스타일이 비슷해요. 전 안경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지만, 안경을 액세서리로 활용하진 못해요. 옷 입는 스타일이 늘 한결같거든요. 하지만 안경을 복장과 통일성을 생각해 매치하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J 네. 공식에 따라요. 비즈니스 슈트를 입을 때 벨트와 슈즈의 톤을 맞추는 것처럼 안경 톤도 맞추죠. 브라운 슈즈에는 브라운 프레임 안경, 블랙 슈즈에는 블랙 프레임 안경을 착용해요. 비즈니스 미팅에 참석할 땐 의상과 관계없이 화이트 골드 프레임 안경을 착용해 스마트한 인상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B 전 솔리드 컬러 슈트에 짙은 브라운 컬러의 아세테이트 소재 안경을 매치해요. 밝은 그레이 슈트에는 색감이 경쾌한 아세테이트 안경, 네이비 슈트에는 골드 프레임 안경을 매치하고요. 안경도 하나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향수처럼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다른 것을 매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Today’s Guests
전정욱(43세, 한석인터내쇼날 대표)_ 안경은 멋 내기의 조미료 같은 존재다. 안경의 힘을 빌리면 한정적인 내 이미지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목정욱(36세, 사진가)_ 중학교 때 쓰기 시작한 안경은 어느덧 가장 친숙한 내 얼굴의 일부분이 됐다. 변웅진(33세, 레트로스펙스앤코 근무)_ 어릴 때부터 안경이 좋았다. 결국 안경광학을 전공하고 안경회사에 다니는 지금까지, 안경은 내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에디터 성보람(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