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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푸른 바다 한가운데서

LIFESTYLE

계절은 분명 존재하지만 시간이 멈춘 듯 화창한 날씨로만 기억되는 곳. 시간에 쫓길 필요 없이 여유로운 마음과 맛 좋은 와인 한잔이면 일과가 끝난다. 지중해가 감싸고 있는 섬에서 보낸 특별한 시간을 모았다.

포르토 만 어귀에 우뚝 선 라 투르 제누야즈 탑 야경  사진 제공 프랑스 관광청

알가졸라 샤토 광장의 레스토랑 테라스  사진 제공 프랑스 관광청

아름다움의 섬 코르시카(Corsica)_ 프랑스
마르셀 프루스트에게 따끈한 차 한잔을 곁들인 ‘프루스트의 마들렌’이 있다면, 나폴레옹에게는 로즈메리, 라벤더와 이모르텔 같은 지중해 연안 코르시카 섬에서 자라는 마키(Maquis, 야생 관목)가 있었다. 남프랑스의 해안 지역 코트다쥐르에서 남동쪽으로 200km 떨어진 섬 코르시카에서 태어난 그는 지중해 기운을 가득 담은 마키 특유의 향기만으로 유년 시절의 추억이 서린 고향이 어디쯤인지 가늠할 줄 알았다니 말이다. 프랑스인에게 ‘릴 드 보테(L’ile de Beaute)’란 애칭으로 불리는 코르시카. 아름다운 섬도 아니고 ‘아름다움’의 섬이라니, 순진한 관광객을 유혹하는 레스토랑에 붙어 있는 정‘ 통 프렌치 퀴진’이란 타이틀처럼 거북한 기분이 들어 휴가철에도 늘 다른 행선지로 향했다. 하지만 이런 까칠함은 코르시카 섬 최남단 소도시 보니파시오(Bonifacio)의 절경 앞에서 눈 녹듯 사라졌다. 유명 호텔 체인 리조트가 빼곡히 들어선 탓에 바다 위의 초대형 워터파크 같던 튀니지의 제르바(Djerba)와 달리 투박한 천연 석회암 절벽 사이로 펼쳐진 투명한 바다가‘대자연’이란 단어를 절로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섬 특산물인 밤으로 만든 맥주 피에트라(Pietra)를 맛본 뒤 나폴레옹 생가가 있는 아작시오(Ajaccio), 트레킹과 수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섬의 중심부 코르테(Corte′)의 레스토니카(Restonica) 협곡, 코르시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통하는 릴루스(L’I^le-Rousse)까지. 아기자기한 항구도시, 럭셔리한 휴양지, 목가적인 전원 마을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코르시카를 둘러보는 시간은 마치 빼어난 연출가가 기획한 연극 한 편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발한 설정과 세트 덕분에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하나의 무대처럼 지중해 한가운데 떠 있는 이 아‘ 름다움의 섬’에선 상상을 초월한 다양한 장면을 만날 수 있었고, 계속 새로운 여행을 하는 듯했다. 벌써부터 여름이 기다려지는 것은 몇 달째 계속되는 우울한 파리 날씨 탓만은 아니다. 코르시카를 추억하는 동안 다시 한번 그곳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내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_배우리(파리 통신원)

라 플라주 카사델마의 외관  사진 제공 프랑스 관광청

가는 방법
코르시카에는 바스티아(Bastia) 공항과 아작시오 공항이 있다. 파리,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등 유럽 어느 도시에서나 쉽게 비행기를 타고 찾아갈 수 있다. 만약 니스나 마르세유에서 출발한다면 페리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다. www.sncm.fr 또는 www.corsica-ferries.co.uk에서 예약하면 된다.

추천 호텔
라 플라주 카사델마 La Plage Casadelmar

15개의 룸을 구비한 럭셔리 리조트. 2012년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장-프랑수아 보댕(Jean-Francξois Bodin)이 레노베이션을 맡아 3채의 빌라와 메인동, 수영장, 프라이빗 비치를 갖추었다. 모든 객실은 ‘해변의 생활’에서 영감을 얻어 나무·석재·패브릭 등으로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방 안에서 해변과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www.laplagecasadelmar.fr

흐바르 타운 앞 해안  사진 김지은

포르티차 요새 가는 길  사진 김지은

소박하고 한가로운 섬 흐바르(Hvar)_크로아티아
요즘 같은 추운 겨울날, 차가운 바람을 피해 회색 콘크리트 건물 사이를 종종걸음으로 걷다 보면 문득 그리워지는 곳이 있다. <마녀 배달부 키키>, <붉은 돼지>, <천공의 섬 라퓨타> 등 미야자키 하야오의 수많은 애니메이션 배경으로 등장해 정확한 계절은 알 수 없지만 시각적 포근함으로 감싸주던 곳. 마치 꿈결처럼 춥지도 덥지도 않지만 분명 현실 속에 존재하는 요맘때의 크로아티아다. 크로아티아 해안에는 두브로브니크, 스플리트, 이스트리아 반도의 여러 도시를 포함해 수많은 유명 휴양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일조량이 가장 풍부한 곳을 꼽자면 달마티아 지방의 흐바르 섬이다. 이곳의 첫인상은 따스함 그 자체다. 무엇보다 바다를 마주한 언덕을 따라 차곡차곡 들어선 건물의 지붕 색이 붉은태양을 닮아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겨울에 가면 한국의 가을 같은 날씨로 섬을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인 라벤더를 볼 수 없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흐바르의 클럽은 휴식기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물론 바다 수영도 조금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카스트로 지형의 날것 그대로인 해변에서 마음에 드는 장소에 자리 잡고 일광욕 정도는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스플리트에서 배를 타고 2시간 정도 가야 만날 수 있을 만큼 깊은 바다에 있는 섬이라 다른 휴양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한 바다색은 바라만 봐도 황홀하다. 또 비수기 특유의 고요한 마을을 여유롭게 산책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다. 이를테면 섬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흐바르 타운의 성스테판 광장부터 가장 높은곳에 있는 포르티차 요새까지,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걸으며 형형색색의 예쁜 꽃과 돌바닥에 누워 늘어지게 한숨 자고 있는 고양이를 만나는 일이다. 그 밖에 저녁엔 해안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 자리 잡고 문어 샐러드 같은 해산물 요리와 흐바르산 유명 와인 2718, 메드비드를 맛보는 것. 겨울에 찾아도 충분히 좋은 이유다. 지난 여행을 돌아보며 잠시 회상한 것뿐인데, 마치 햇살이 반사되던 흐바르의 붉은 지붕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_김지은(여행 칼럼니스트)

투명한 물이 매력적인 흐바르

암포라 흐바르 그랜드 비치 리조트의 딜럭스룸

가는 방법
이탈리아에서 출발하는 인터내셔널 페리와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서 출발하는 페리가 있다. 운항 시간과 페리 예약은 www.hvarinfo.com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추천 호텔
암포라 흐바르 그랜드 비치 리조트
Amfora Hvar Grand Beach Resort

호텔 투숙객만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비치와 넓은 수영장만으로도 선택하는 곳.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흐바르에서는 이렇게 넓은 수영장을 갖춘 호텔이 드물기 때문.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적정한 수온을 유지하고, 다양한 액티비티 시설을 설치했다. 지난해에 울트라 유럽 뮤직 페스티벌(Ultra Europe Music Festival)이 열렸을 정도로 대형 풀장이다. 항구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항구에서 리조트까지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www.suncanihvar.com

스피날롱가 섬  사진 제공 그리스 관광청

마탈라 해변  사진 제공 그리스 관광청

차니아 해변  사진 제공 그리스 관광청

사진 제공 그리스 관광청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섬 크레타(Crete)_ 그리스
그리스 신화의 주신(主神) 제우스가 태어난 곳. 아름다운 공주의 도움으로 미궁 속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테세우스 신화가 깃든 곳. “노래하고 춤출 때 나의 주인은 나”라고 일갈한 조르바의 땅. 바로 크레타 섬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테네 올림픽을 몇 달 남겨둔 초여름, 크레타의 날씨는 파란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그리스 국기와 딱 들어맞을 만큼 쾌청했다. 아침 바다는 마치 배가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맑고 투명했고, 태양이 떠오를수록 장밋빛에서 시작해 코발트색으로 짙어지는 바다의 색은 해변에서 보내는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즉시 알 수 있게 해준다. 크레타는 신화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리스의 역사가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는, 웜홀과도 같은 섬이다. 그래서 이 섬에서 시간은 때론 앞으로, 때론 뒤로 뒤틀리며 흐른다. 같은 시간, 한데 어우러져 있는 공간이지만 마치 타임 워프를 하듯 말이다. 크레타 북부 헤라클리온(Heraklion) 항구는 아테네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향하는 곳이자, 날개 단 사자의 깃발을 나부끼는 베네치아 군선들이 모여들던 곳이다. 이곳엔 아직도 베네치아 사람들이 쌓은 요새가 당당히 서 있다. 섬 내륙의 아노기아(Anogia)는 어린 제우스가 자신을 죽이려는 거인 아버지를 피해 은신한 이다(Ida) 산 동굴 아래 자리 잡은 곳. 1930년대 유럽의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아직도 이 마을 남자들은 때가 되면 힘을 합쳐 양털을 깎고, 산허리에 자리 잡은 오두막에서 양고기 바비큐를 구우며 서로의 사냥총을 자랑한다. 교외의 도로 이정표의 ‘O’자마다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은 사냥총 자랑이 저녁식사 내기로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증표다. 아노기아 주민이 길 한복판에 테이블을 늘어놓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반드시 걸음을 멈추고 들러 보기를 권한다. 운이 좋다면 새벽까지 이어지는 결혼식의 하객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크레타의 결혼식은 1000명이 넘는 마을 주민이 모두 모여 즐기는 한 바탕축제다. 이를 위해 혼주 측은 으레 컨테이너 2대분의 양고기를 준비한다. 지나가던 여행자가 준비해야 할 것은 축하하는 마음과 새벽까지 춤출 수 있는 체력이 전부다. 떠들썩한 산골 마을 잔치를 뒤로하고, 고즈넉한 일몰을 즐기고 싶다면 차니아(Chania)로 향하자. 베네치아 거주민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어서 르네상스 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리스 전통술 우조(Uzo) 한 병을 사 들고 베네치아 항구의 낮은 제방 위에 앉는것으로 크레타에서 가장 로맨틱한 풍경을 즐길 준비는 끝났다. 발아래로 저무는 지중해의 태양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일 때, ‘당신의 주인은 당신’이다. _탁재형(PD)

가는 방법
차니아 공항과 헤라클리온 공항, 시티아 공항까지 3개 공항이 있다. 아테네에서 크레타로 운항하는 페리는www.greekferries.gr에서 운항 시간과 예약 확인이 가능하다.

추천 호텔
알데마르 로얄 마레 Aldemar Royal Mare

지중해에서 휴식을 취하며 스파 테라피까지 받고 싶다면 추천하는 호텔이다. 월드 트래블 어워드(World Travel Awards) 스파 부문에 꾸준히 선정되는 5성급 호텔. 세계적으로 유명한 탈라소 테라피 센터(Thalasso Therapy Centre)에서 지중해 바닷물, 해조, 흙 등을 사용해 심신을 치유하는 해수 요법을 경험할 수 있다. 프라이빗 비치를 갖추었으며 객실에서 지평선이 보이지 않는 지중해를 바라볼 수 있다. 또 테니스 코트도 마련되어 있다. www.aldemar-resorts.gr

포르멘테라 섬 해변  사진 김지은

포르멘테라 섬 해변  사진 김지은

이비사 섬 해변  사진 김지은

1년 열두 달 파티가 열리는 섬 이비사(Ibiza)_ 스페인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주인공이 수없이 되새기던 자기암시의 말. “나는 섬이다. 그것도 이비사 섬 같이 멋진 섬이다.” 1년 내내 낮부터 새벽녘까지 클럽이 문을 열고, 젊은 유러피언 사이에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장소’로 꼽히는 곳. 햇빛이 뜨거운 8월, 조금이라도 일찍 가야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비사 섬으로 향했다. 아직까지도 이비사 공항에 내리던 순간이 기억난다. 비행기가 착륙했다는 방송이 나오자 갑자기 모든 탑승객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노래를 부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모두 제대로 뛰어놀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 이비사 섬은 스페인 내륙에서 80km 정도 떨어진 위치적 특성답게 항구가 있는 북쪽 성 안토니 데 포르트만트(St. Antoni de Portmant)와 공항이 있는 이비사 시티(Ibiza City) 지역이 가장 번화한 곳이다. 흔히 알고 있는 주요 호텔과 클럽이 모두 이 일대에 자리 잡았다. 낮에는 해변에서 남녀 구분 없이 상반신 누드로 해수욕과 비치 클럽을 즐기고, 밤이 되면 파차(Pacha), 암네시아(Amnesia)같이 유명한 클럽을 찾는 것이 이비사 섬에서 즐기는 일반적인 스케줄. 물론 이것이 이비사 섬의 전부는 아니다. 어느 정도 클럽 문화를 엿봤다면 이비사의 진짜 얼굴을 봐야 할 차례. 해변의 클럽을 뒤로하고 이비사 시티 중심으로 향하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유럽의 여느 도시 못지않은 올드타운(Ibiza old town)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6세기에 지은 달트 빌라(Dalt Villa) 안에는 옛 모습을 간직한 집들과 작은 레스토랑, 부티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섬 남쪽에서 페리를 타고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포르멘테라(Formentera) 섬에 가면 그야말로 지중해의 투명한 빛을 띤 바다를 볼 수 있다. 자전거나 스쿠터를 렌트해 작은 섬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마치 천국을 찾은 듯한 기분이 든다. 인터넷에 유흥의 도시로 떠도는 이비사의 실체는 단순히 향락을 위한 섬이 아니었다. 이곳을 찾는 순간 누구든 시간을 잊게 된다.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청춘을 그리는 곳. 다시 한 번 바쁜 일상에 지쳐 그때의 젊은 날이 그리워진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나는 ‘멋진 섬’ 이비사로 향할 것이다. _이호열(미래에셋생명 마케터)

클럽 파차

가는 방법
스페인 바르셀로나(Barcelona), 발렌시아(Valencia), 알리칸테(Alicante), 마요르카(Mallorca)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비사 공항에서 내리면 된다. 페리는 스페인 모든 항구에서 운행하니 가까운 항구를 찾으면 된다. 페리 운항 시간과 예약은 www.directferries.co.uk에서 확인 가능하다.

추천 호텔
데스티노 파차 이비사 리조트 앤 호텔
Destino Pacha Ibiza Resort and Hotel

생각보다 넓은 이비사 섬을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요금이 비싼 택시를 타거나 렌터카를 이용해야 한다. 교통비가 아깝다면 클럽이 모여 있고, 달트 빌라와 근접한 호텔을 선택하는 것이 답이다. 데스티노 파차는 클럽 파차가 리조트 내부에 있고, 올드타운을 방문할 때도 부담없이 택시를 탈 수 있는 거리다. 총 160개 객실과 4개의 프라이빗 빌라로 구성된 이곳은 지중해와 닮은 넓은 수영장과 핫 요가 공간 등을 갖춰 리조트 내에서 여유로운 휴식이 가능하다. 또 절벽 위에 위치한 특성 때문에 이비사의 끝내주는 석양도 마주할 수 있다. www.destinoibiza.com

에디터 홍유리 (yurih@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