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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품격

LIFESTYLE

일찌감치 스케줄을 확인해야 한다. 2015년 봄, 여름, 가을, 겨울. 올해가 지나면 또 언제 이런 호사가 찾아올지 모른다.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거장들의 내한 소식.

2월, 서울을 찾는 아트 가펑클

전설의 싱어송라이터, 아트 가펑클(Art Garfunkel)
도저히 귀로만 감상할 수 없는 음악이 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시공을 초월해 어떤 시기, 어떤 장소로 우리를 이끄는 음악. 이를테면 영화 <졸업>(1967)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 보자. 남의 결혼식장에 뛰어든 젊은 더스틴 호프먼이 신부의 손을 잡고 도망쳐 버스에 오르는 순간, 적어도 오랜 영화 팬이라면 이내 익숙한 멜로디 하나가 떠오를 것이다. 서정적 보컬 하모니가 돋보이는 명곡,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다. 1957년 처음 의기투합해 몇 차례 결별과 재회를 반복하며 음악사에 불멸의 업적을 남긴 포크록 듀오 사이먼 앤 가펑클. 이들은 ‘The Sound of Silence’ 외에도 ‘Scarborough Fair’, ‘Mrs. Robinson’, ‘Bridge over Troubled Water’ 등 경이로운 히트곡을 남기며 로큰롤 명예의 전당과 롱아일랜드 음악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2004년 <롤링 스톤>이 뽑은 ‘역대 최고의 아티스트 10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메인 보컬 아트 가펑클이 생애 최초로 한국을 찾는다. 한때 성대결절로 활동 중단을 선언했으나 불굴의 의지와 열정으로 다시금 무대에 선 70대 노장의 투혼. 오는 2월, 그 전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Check Point! 이번 내한 공연은 가펑클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사이먼 앤 가펑클 시절의 히트곡과 그의 솔로곡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2월 1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로베르 르파주가 연출한 <바늘과 아편>

프랑크 페터 치머만
ⓒ Klaus Rudolph

독일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프랑크 페터 치머만(Frank Peter Zimmermann)
유독 ‘신동’이 넘쳐나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프랑크 페터 치머만의 이력은 다소 독특하다. 독일의 전형적인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아버지는 첼리스트, 어머니는 바이올리니스트다) 다섯살부터 바이올린을 배웠지만, 다른 거장들처럼 일찌감치 천재 소리 들으며 엄마 손 잡고 해외 순회 공연을 다닌 건 아니다. 그의 재능이 빛을 보기 시작한 건 베를린 국립 예술학교 재학 당시 명지휘자 로린 마젤(Lorin Maazel)의 눈에 띄면서부터다.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치머만. 그는 현란한 테크닉보다 독일 특유의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음악의 진리’에 집중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세계 유수의 평론가들이 앞다퉈 그의 연주를 ‘지적(知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한국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젊은 시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위해 찾은 쾰른에서 한국 출신 바이올리니스트와 만나 결혼한 그는 이미 세 차례 내한해 아내의 나라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오는 3월, 그는 마레크 야노프스키(Marek Janowski)가 이끄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6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두 독일 거장이 빚어낼 견고한 음악 세계는 올봄 클래식 팬들이 누릴 최고의 호사다.
Check Point! 3월 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치머만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치머만과 야노프스키 그리고 시벨리우스, 이 중 누구의 팬이든 잊지 못할 공연이 될 듯.

혁신적인 연출가, 로베르 르파주(Robert Lepage)
“르파주는 현대 이미지 연극의 연금술사다.” <가디언>에 실린 이 문장은 오늘날 로베르 르파주의 예술 세계를 정의하는 가장 명료한 표현일 것이다. 각종 문화를 넘나들며 현대사회의 소외와 아픔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캐나다 출신 아티스트 르파주. 극작가와 연출가, 배우, 영화감독 등 다양한 직함을 지녔지만, 무엇보다 ‘천재’로 칭송받는 그의 재능은 멀티미디어와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전위적 무대 연출에서 드러난다. 그는 1인극 <달의 저편>으로 북미 연출가 최초의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 수상자가 되었고, 이를 영화화해 2004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거머쥐었다. 제작비 1억8500만 달러를 들인 ‘태양의 서커스’의 간판 공연 <카(KA)> 연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미 <달의 저편>과 <안데르센 프로젝트>로 국내 공연계를 한바탕 뒤흔든 그가 자신의 기념비적 작품을 들고 8년 만에 내한한다. 초연 후 2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엄청난 호평 속에서 세계 투어 중인 <바늘과 아편>. 르파주가 왜 ‘가장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아방가르드 연극의 대가’라 불리는지 궁금하다면, 적어도 이 공연은 꼭 봐야 한다.
Check Point! 르파주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바늘과 아편>은 ‘르파주 스타일의 정점을 보여주는 걸작’으로 꼽힌다.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오랜 명성의 가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데보라 콜커 무용단

브라질 최고의 스타 안무가, 데보라 콜커(Deborah Colker)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 스타는 발끝에 공을 붙인 듯 현란한 묘기를 선보이는 축구 선수들만이 아니다. 오는 10월, 첫 번째 내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안무가 데보라 콜커가 대표적 예. 2001년 브라질인으로는 최초로 영국 최고 권위의 로런스 올리비에상을 수상하며 세계 무용계의 이목을 단번에 집중시킨 그녀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각광받는 스타 안무가로 손꼽힌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뒤 피아니스트와 배구 선수로 활동했는데, 그래서인지 콜커의 안무는 단순히 ‘무용’이란 단어로 함축하기엔 부족할 만큼 다양한 요소를 품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선보이는 만 봐도 알 수 있다. 총 7개의 작품을 한데 모아 완성한 는 명실공히 그녀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으로 춤과 스포츠의 경계를 넘나들며 위험천만한 기교를 선보인다. 콜커는 1994년 자신의 이름을 건 무용단(데보라 콜커 무용단)을 창단해 꾸준히 작품 창작에 집중해왔으며, 2009년에는 ‘태양의 서커스’의 쇼 <오보(Ovo)> 연출과 안무를 맡아 멀티플레이어로서 재능을 입증하기도 했다.
Check Point!는 <뉴욕타임스>가 “서커스의 무모함, 발레의 표현력, 모던 댄스의 자유로움을 한데 섞었다”고 평한 작품. 10월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지휘자 파보 예르비
ⓒ Ixi Chen

브레멘 도이치 카머필하모닉
ⓒ Julia Baier

지휘자 중의 지휘자, 파보 예르비(Paavo Jarvi)
2010년 이후 5년 연속 내한해 국내 클래식 팬에게 ‘거장의 진가’를 깨닫게 해준 파보 예르비가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 무대를 장식한다. 온화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이 에스토니아 출신 지휘자는 세계적 지휘 명가 예르비 가문의 장남으로, 2001년 신시내티(Cincinnati) 심포니의 수석 지휘자에 취임해 악단을 미국 ‘New Big 5’ 오케스트라로 격상시킨 장본인이다. 이미 브레멘 도이치 카머필하모닉(Die Deutsche Kammerphilharmonie Bremen)과 에스토니아 국립 교향악단, 파리 오케스트라 등의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인 데다 2015~2016년 시즌부터는 NHK 교향악단이 그를 위해 특별히 신설한 초대 수석 지휘자 자리에도 앉을 예정. 무엇보다 예르비는 풍부한 뉘앙스와 섬세한 표현력을 바탕으로 기존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왔다. “허식을 배제한 면밀하고 지적인 접근을 통해 작품의 핵심으로 나아가는 21세기 대가”라는 <뉴욕타임스>의 표현처럼, 그의 지휘는 음악과 대중 사이의 간극을 매번 새롭게 허문다. 그러니 내년에도 오겠거니 하고 쉽게 마음 놓지 말자. 지난 모든 공연이 그랬듯 그의 올해 공연은 생애 하나뿐인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Check Point!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예르비와 브레멘 도이치 카머필하모닉의 내한 공연. 베토벤과 브람스에 이어 이번엔 ‘슈만 교향곡 전곡 프로젝트’다.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류현경(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