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배우는 CEO
사진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사진을 취미로 선택한 이유는 뭘까? 더 멋진 사진을 위해 그들이 즐겨 찾는 배움의 아지트를 소개한다.
윤명숙, Medicine Bottle, 종이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2014
‘Camera Obscura.’ 사진의 최초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카메라오브스쿠라’는 어두운 상자를 이용해 움직이는 이미지를 ‘정지’시키는 개념을 도입했다. 사진의 발명은 우리에게 간직하고 싶은 순간을 영원히 남길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고, 내가 바라보는 주관적 시선을 남들과 시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미학으로까지 발전했다. 사진의 범주도 크게 확장되었는데, 과거 기록을 위한 사진부터 현재의 예술 사진까지 그 스펙트럼은 실로 넓다. 무엇보다 카메라 기술의 급속한 발달은 일반 대중이 사진이라는 매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전문 사진사가 찍어주는 사진이 아니라, 예술가의 영감을 바탕으로 창작하는 예술 사진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셔터를 눌러 찍어내는 자신만의 창작품에 너도나도 집중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요즘 들어 CEO와 오피니언 리더 중 많은 사람이 자신의 취미로 사진을 꼽는다. 그들이 사진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호 간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감각적 매개체이자 우리의 일상생활을 자연스레 표현해낼 수 있는 예술이 바로 사진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대다수의 CEO와 오피니언 리더는 예술 애호가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메라 수집과 더불어 다양한 장르의 사진 작업을 섭렵한 두산 박용만 회장의 사진에 대한 열정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일우사진상을 비롯해 다수의 사진 전시를 후원하는 한진그룹의 공익 재단인 일우재단도 조양호 회장의 사진과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일군 결과물이다. 몇 년 전 서울포토페어에 별도로 마련한 CEO 사진전 부스는 전문가 못지않은 전시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그들은 사진을 어떻게 하면 잘 찍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남들보다 두 배는 더 고민한다. 유유제약의 윤명숙 고문은 미대 졸업 후 꾸준히 예술품 수집에 관심을 보이다 중앙대학교 사진아카데미에서 사진을 배운 후 지금껏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제약 회사의 특징처럼 윤명숙 고문의 사진은 치유에 대한 시각적 언어를 창조해낸다. 네덜란드 정물화가 얀 다비츠 더 헤임과 바딤 구신의 작품을 좋아하는 윤명숙 고문은 끊임없이 작품의 영감을 찾고 사진작가와 교류하고있다. CEO와 오피니언 리더가 즐겨 찾는 교육기관을 좀 더 소개한다.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야외 스케치 정규 수업
사진의 즐거움을 나누는 소셜 클럽_ SPC서울사진클럽
최고경영자를 위한 사진 클럽인 SPC서울사진클럽에는 주로 기업 CEO, 고위 공무원, 전문직에 종사하는 오피니언 리더가 참여한다. CEO 정규 과정, APP 심화 과정, CPC 작품 연구 과정 등 사진에 대한 다양한 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다.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아카데미보다는 현직 또는 은퇴한 최고경영자가 사진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모여 사진에 대해 창의적 탐구를 하는 소셜 클럽이라고 보면 된다. SPC서울사진클럽의 김승곤 주임교수는 “사진은 종합 스포츠에 견줄 수 있다”고 말한다. 고급 장난감인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진이라는 놀이가 시작되고, 그 놀이는 사진의 대상을 찾는 우리의 육체적 수고, 렌즈를 통한 관찰자 시선의 탐구, 두뇌를 활용한 구도의 학습을 통해 셔터를 눌러 최종적 사진의 이미지를 얻는 행위 자체가 흡사 종합 스포츠와 같다는 것. 전문적 훈련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사진은 최고경영자들의 시각적 표현 방법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을 여과 없이 펼칠 수 있는 좋은 매개체다. SPC서울사진클럽의 수업은 대부분 다양한 분야의 학습과 실습을 아우른다. 기수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실습도 하는데, 해외 현지 사진작가와의 연계를 통해 사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과정을 수료한 원우들은 이후에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진에 대한 배움을 지속해나가는 것 역시 SPC서울클럽의 특징. 사진작가 배병우, 구본창, 패션 사진작가 조선희, 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관장 정준모, 전 문화공보부 장관 윤주영 등 각계각층의 강사진에게 사진을 통한 무한 소통의 의미도 배울 수 있다. SPC서울사진클럽을 수료한 원우들은 많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알려졌는데,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사진의 매력이 사진을 계속 배우게 되는 원천이라고 말한다. 올해는 부산·경남 대표 방송 KNN과 함께 SPC부산사진클럽을 만들어 부산 지역의 최고경영자들과 새로운 사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미사진미술관 한미사진아카데미 수업 전경
21세기 사진 예술 문화 교육의 중심_ 한미사진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은 (구)가현문화재단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사진 전문 미술관이다. 한미사진아카데미는 소수 정예로 운영하는데, 전문 교육과정 못지않은 사진 교육을 제공한다. 작품 창작과 실습, 작품 리뷰, 전시와 포트폴리오 제작 과정을 통해 조금 더 심도 깊은 사진을 배우고자 하는 CEO와 오피니언 리더의 기대를 만족시킨다. 미술관의 페이트런 프로그램 카메라오브스쿠라’도 사진과 문화 예술을 즐기는 CEO들이 전문가와 더불어 다양한 체험과 함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총 10회에 걸쳐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전쟁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워커 에번스 같은 해외 유수 사진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국내 작가의 작품과 전시를 직접 둘러보는 현장 견학과 현대사진 이론 및 철학 등의 강의를 통해 사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고은사진미술관 2014년 상반기 사진 작품연구반
인문학 중심의 사진 배움터_ 고은사진미술관
고은사진미술관의 사진아카데미는 자신의 눈과 감성으로 바라보는 인문학적 사진 교육에 중점을 둔다. 기계의 발달에 따른 일률적 사진 교육이 아니라, 사진 본연의 가치를 개인의 독창성을 통해 새롭게 자리매김하게 하는 데 목표를 둔다. 대부분의 사진 교육기관이 수도권에 모여 있는 반면 고은사진미술관은 부산 해운대에서 경남 지역 사진의 문화 예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사진작품연구반’과 ‘포트폴리오반’으로 나누어 운영한다. 올 하반기에 개강하는 포트폴리오반은 고은사진아카데미의 철학에 걸맞게 3인 강사의 멘토링 형식으로 진행한다. 고은사진아카데미는 수강생의 자격에 국한을 두지 않는다. 지역의 CEO와 전문직 종사자, 대학생까지 누구나 사진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묶인 한 울타리 안에서 소통할 수 있다. 미술관의 모든 전시를 무료로 개방해 대중과의 교감을 유도하는 것처럼, 아카데미에서 사진을 통한 즐거운 소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중앙대학교 사진아카데미, 상명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포토아카데미 CEO 최고위 과정),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아카데미 등 사진을 배우고 싶은 열정을 지닌 CEO에게 열린 공간은 많다. 전문 사진 교육기관뿐 아니라 다른 최고경영자 과정 내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사진클럽의 수도 날로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사진은 일상생활에서 상대방과 손쉽게 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 시각언어이자 지극히 주관적인 시점을 보여주는 개인의 표현 방법이다. CEO와 오피니언 리더는 이러한 사진의 특성을 활용해 주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조직을 창의적으로 이끌어나가고 있다. 사진을 통한 일상의 통찰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재용>

이재용, Memories of The Gaze_수동정미소, Archival pigment print, 107×160cm, 2012
ⓒ 이재용. 사진 제공 갤러리엠
이재용의 사진은 여기에 없고, 그렇다고 거기에도 없는 우주적 시간을 포착한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0년에 걸쳐 하나의 피사체를 100장의 사진으로 기록하고 후반 작업으로 투명도를 낮춘 각각의 이미지를 한 장의 사진으로 압축했다. 이런 ‘사진술’은 과학이라 불려야 마땅하다.
<권순관>

권순관, La rue #31, Digital C-print, 150×180cm, 2015
ⓒ 권순관. 사진 제공 라메종디디에두보
정신없이 흘려보내는 낮 시간에 밤하늘이 맹렬하게 엄습한다. 이제 반짝이는 불빛과 별빛은 낮 시간을 가리며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현실을 비춘다. 권순관은 낯익으면서도 낯선 관찰의 경험을 사진에 담는다. 사진 속 파리의 뒷골목은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공간이다.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글 장윤정(아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