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케팅 고별 선언
새로운 공연 플랫폼인 공연 실황 중계 덕에 티케팅과 작별을 고했다.

영국 국립극장 <노 맨스 랜드>의 NT Live 카메라 리허설 장면.
인터넷 티케팅은 늘 새롭고 짜릿하다. 반드시 티켓을 손에 넣겠다는 각오, 더불어 공연장 맨 앞 좌석을 차지해 무대 위에 선 이의 모공까지 살피겠다는 기대로 가슴이 떨린다. 티케팅은 초 단위 싸움이다. 클릭이 1초만 늦어도 패배한다. 전쟁을 앞둔 용사처럼 마음을 가다듬고 티켓 오픈과 동시에 ‘예매하기’ 버튼을 누른다. 하지만 누르는 곳마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라는 알림이 뜬다. 끝에 붙은 느낌표가 너무 얄밉다. 티케팅은 이렇게 또 실패로 끝난다. 앞자리는커녕 입석 티켓도 사지 못했다.
원하는 공연을 보지 못하는 건 언제나 물리적 이유 때문이다. 공연 좀 본다는 이들 사이에선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란 말이 고유명사로 굳어질 만큼 인기 연극, 뮤지컬, 콘서트는 늘 빛의 속도로 티켓이 매진된다. 시간이 없어 멋진 공연을 놓치기도 한다. 얄궂게도 보고 싶은 공연은 꼭 바쁠 때 열린다. 한데 화성에 식민지까지 건설한다는 이 시점에 공연 관람은 이렇게 수백 년 전과 똑같이 공연장으로 ‘직접’ 가는 방법밖에 없을까?
요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공연 실황 생중계’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는 스포츠 경기처럼 전 세계에 공연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시스템이다. 200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The Met: Live in HD’를 런칭해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로 스타트를 끊었고, 연이어 영국 국립극장도 ‘NT Live’로 생중계 흐름에 합류했다. 공연계 쌍두마차인 두 극장이 실황중계를 선택한 이유는 신기술을 이용해 더 많은 관객에게 양질의 공연을 소개하기 위해서라고. 물론 새로운 공연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걱정 어린 목소리도 줄줄이 딸려 나왔다. “공연 전체를 무료로 상영하면 누가 공연장을 찾겠나?” 부터 “카메라 촬영은 배우의 감정선을 흐리게 해 공연질이 떨어질 것이다” 등.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두 공연장은 지금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출연 배우들도 자신의 연기를 더 많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어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인기 덕에 The Met: Live in HD는 이후 70개국으로 서비스를 대폭 확장했다. 이는 차세대 공연 관람 방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알리는 증거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생중계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네이버 브이 라이브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인터넷 관람 형태다. 브이 라이브는 ‘V Classic’과 ‘V Musical’의 두 채널을 운영, 각각 클래식 콘서트와 뮤지컬 라이브를 선보인다. 가장 큰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실시간 소통이다. 브이 라이브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이라면 잘 알겠지만, 화면 한쪽에 채팅창이 있다. 공연이 끝나야 입을 열 수 있는 오프라인과 달리 이곳에서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건 큰 메리트다. 공연 관계자들도 관객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의적이다. 이는 곧 피드백 반영으로 이어져 완성도 높은 공연 제작에 기여한다. 극 관람을 방해하는 모든 행동인 ‘관크’에서 자유로운 건 덤이다.

1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 보엠>은 The Met: Live in HD를 통해 송출된다.
2 ‘2018 베를린 필하모닉 발트뷔네 콘서트’는 6월 25일 메가박스 클래식소사이어티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장감을 좀 더 느끼고 싶다면 또 다른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길.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 국립극장 그리고 복합 영화 상영관 메가박스가 실제 공연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영상을 튼다.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은 2014년부터 매년 1월 1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 음악회’를 중계한다. 중후한 사운드는 물론 오케스트라가 열리는 오스트리아 무지크페라인 황금홀과 비슷한 환경을 연출하고자 스크린 양옆을 파이프오르간과 전구로 장식했다. 여기에 클래식 평론가의 해설을 더해 음악이 주는 감동과 전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국립극장은 NT Live를 상영한다. 비록 시차 때문에 녹화 방송을 틀지만, 몰입 가능한 환경을 제공해 현장감이 살아 있다. 만약 서울외 지역에 살고 있다면 메가박스가 대안이다. 서울, 경기, 광주, 부산 등의 상영관에서 만날 수 있는 ‘클래식 소사이어티’는 프로그램 라인업이 다채롭다. 앞서 언급한 The Met: Live in HD 그리고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세계 유명 페스티벌 등을 볼 수 있다. 또 “보다 생생한 공연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 라이브 중계를 진행하며, 현장감을 높이고자 사운드가 좋은 MX관 위주로 운영한다”고 클래식소사이어티 담당자가 말한 만큼 우수한 오디오 시스템이 특징이다.
한데 이쯤 되면 이런 일련의 ‘공연 실황중계’가 실제로 관객과 공연 관계자를 모두 만족시키는지 궁금할 것 이다. 일례로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 신년 음악회 관객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 음악회 티켓을 구할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국내 호텔에서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며 긍정적 피드백을 아끼지 않았다. 에디터가 클래식소사이어티 현장에서 만난 관객은 “현지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여름 콘서트를 관람했고 그 여운이 잊히지 않아 생중계를 찾았는데, 훌륭한 사운드와 편한 좌석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고백했다. 공연계의 반응도 좋다. V Classic을 통해 8만 명이 지켜본 ‘조성진 쇼케이스’는 클래식 대중화를 앞당겼다는 평이 잇따랐고, 국립극장의 NT Live는 <프랑켄슈타인>이 전 석 매진될 만큼 인기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더불어 NT Live 상영 후 국립극장을 찾는 관객의 연령대도 한층 넓어졌다고. 이렇게 실황중계는 홍보 효과도 탁월하다. 가령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 사업인 ‘창작산실’ 연극 <레드북>은 생중계 직후 현장 객석 점유율이 80% 이상 상승, <신인류의 백분 토론>은 실황중계 직후 전 회 매진 및 재공연 확정이란 성과를 냈다.
실황중계가 티켓 판매율을 감소시킨다는 우려는 이처럼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걱정거리가 있으니 바로 ‘녹화’다. 관객이 작정하고 생중계 영상을 녹화해 배포하면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다. 이를 방지하고자 네이버는 불법 녹화 감시 및 방지 기술을 개발한다고 하지만, 공연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저작권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선해야 한다고 외친다. 불법 녹화나 녹음 행위를 100%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개개인의 양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 공연은 하나의 소중한 지적 재산이니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이 글을 읽은 후에도 여전히 공연은 ‘현장 관람’이라고 여기는 이가 있을 것을 안다. 이에 에디터의 실황중계 체험을 공유한다. 간략히 말해 공연장의 상석에 앉은 기분이랄까. 아무리 앞자리에 앉는다 해도 연주자의 미간 주름까지 살필 순 없지만, 스크린에선 그들의 땀방울은 물론 속눈썹 떨림까지 보인다. 서라운드로 울려 퍼지는 음향은 생생함을 넘어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심지어 공연이 끝나고 안도감까지 밀려온다. 앞으로는 치열한 티케팅 경쟁에서 패배해도 이전만큼 좌절감이 크지 않을 거란 안심 때문이다.

‘2017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 음악회’ 생중계 전경.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은 무대 장식으로 현장감을 살린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