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여름을 즐기는 방법
문화 예술로 충만한 뉴욕의 여름, 전시 관람 대신 공연은 어떨까?
델라코트 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겨울 이야기>를 공연하는 광경
ⓒ Joseph Moran

2015 서머 스테이지에 출연하는 서커스 듀오 매그매너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리사이틀 광경
ⓒ Cory Weaver / Metropolitan Opera
한여름 밤 센트럴 파크의 야외 공연
뉴욕의 여름은 서울에 뒤지지 않을 만큼 덥고 습하다. 이맘때 미술계는 다소 한산해지고 갤러리들은 긴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대신 뉴욕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공연 예술이다. 휴가를 떠난 뉴요커를 대신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도시는 북적이고 다양한 공연이 그들을 맞는다. 그중 하나가 야외에서 열리는 센트럴 파크의 여름 축제. 센트럴 파크 관리위(The Central Park Conservancy)의 주도 아래 6월 초부터 8월 말까지 음악, 연극, 무용, 영화에 이르는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공연은 대부분 무료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센트럴 파크 내 델라코트 극장(Delacorte Theater)에서 펼치는 셰익스피어 축제(Shakespeare in the Park)다. 올해로 53회를 맞는 이 행사는 매년 여름 셰익스피어의 작품 2편을 공연하는데 올해는 5월 23일 <템페스트(The Tempest)>를 무대에 올렸고, 7월 27일에는 <심벨린(Cymbeline)>이 막을 올릴 예정이다. 이 축제에 어느 배우가 출연하는가는 항상 초미의 관심사. 올해는 드라마 <뉴스룸(Newsroom)>과 <로 앤 오더(Law & Order)>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명배우 샘 워터스톤(Sam Waterston)이 <템페스트>에 출연했다. 최고의 배우가 공연하는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별빛 아래서 즐길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무료 티켓을 구하기가 쉽지는 않다. 일정액을 기부하고 표를 얻는 서포터스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놓칠 수 없는 센트럴 파크의 또 다른 축제로 도시공원재단(City Parks Foundation)이 주최하는 서머 스테이지(Summer Stage)가 있다. 특정 예술 장르나 주제에 집중하기보다는 뉴욕의 다양한 문화와 지역공동체의 특성을 반영해 재즈부터 힙합, 영화, 서커스, 코미디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분야의 예술가를 초청한다. 1986년 처음 시작해 센트럴 파크의 럼지 플레이필드(Rumsey Playfield)에서 열린다. 최근에 브루클린, 퀸스, 스태튼 섬, 브롱스의 공원으로 확장되었다. 탄생 30주년을 맞는 올해는 5월부터 10월까지 총 15개 공원에서 더욱 풍성한 기획으로 열릴 예정이다. 참여하는 예술가만 140팀 이상이며 브로드웨이 뮤지컬 <더 위즈(The Wiz)> 팀과 서커스 듀오 매그매너스(Magmanus)도 출연한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2009년부터 여름 리사이틀 시리즈를 마련해 참여해왔으며, 올해 첫 리사이틀은 6월 15일 센트럴 파크에서 열린다.
인파에 부대끼지 않는 호젓한 여름을 원한다면 8월 한 주간 열리는 센트럴 파크 필름 페스티벌에 피크닉 바구니를 들고 참여하거나 그저 한가로이 공원을 산책해도 좋겠다. 잘 가꾼 숲 사이로 난 산책로, 너른 호수, 싱그러운 공기와 각종 문화시설을 갖춘 센트럴 파크는 이처럼 뉴욕 시민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자연 공간이자 문화 공간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뉴욕 시의 20분의 1에 해당하는 땅을 공원으로 만들자는 발상이 뉴욕 시민의 적극적 참여와 정부의 지원으로 결국 실현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경제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자연환경을 가꾸고 보존함으로써 수세대에 걸쳐 이런 혜택을 누리다니 참 현명하지 않은가.
웜업 축제가 펼쳐지는 야외 공간
ⓒ Charles Roussel

올해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 당선된 작품 ‘코스모’
Courtesy of Andrés Jaque / Office for Political Innovation
미술관에서 음악과 춤을, MoMA PS1의 여름 축제 ‘웜업’
관람석을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축제도 있다. MoMA PS1에서 열리는 웜업(Warm Up)이 그런 경우다. PS1은 폐쇄된 고등학교를 개조해 설립한 비영리 아트 센터. 2000년부터 뉴욕 현대미술관 분관이 되었고 젊은 작가의 실험적 작품을 소개하는 흥미로운 전시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 작가 레지던시 등을 운영한다. 웜업은 특히 젊은 PS1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여름 축제다. 한때 학생들로 가득하던 미술관 앞 야외 공간에서 매주 토요일 정오부터 밤 9시까지 파티가 열린다. 뛰어난 디제이들의 주도 아래 실험적 음악과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관객은 맥주를 마시며 해가 저물도록 음악을 즐기고 춤을 춘다. 전시장 또한 활짝 열려 있어 축제와 전시 관람의 구분 없이 즐길 수 있다.
웜업의 또 다른 특징은 축제 장소 한가운데 놓이는 설치 작품. PS1은 매년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이라는 공모를 진행하고 당선작을 이곳에 설치한다. 환경 관련 이슈를 다룬 작품이어야 하고 나아가 웜업을 즐기는 대중에게 그늘과 쉴곳, 식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올해는 앙드레 자크(Andrés Jaque)+정치 혁신 사무소(Office for Political Innovation) 팀의 작품 ‘코스모(Cosmo)’가 선정되었다. 그 자체가 거대한 정수 시스템이자 움직이는 예술 작품인 ‘코스모’는 전 세계가 당면한 물 부족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동시에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설치 작품으로 축제의 흥을 돋울 것이다. 올해 웜업은 6월 27일 시작해 9월 5일까지 이어진다. 곳곳에서 벌이는 다양한 공연을 즐긴다면 무더운 뉴욕의 여름을 보다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
글 황진영(큐레이터, 아트 어드바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