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여행이 끝나고 난 뒤

LIFESTYLE

여행은 일상을 해칠 만큼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그 여파에서 헤어날 수 있는 세 권의 책.

신나게 놀았다. 이제 집에 갈 일만 남았다. 캐리어를 정리하면서 즐거운 기억을 곱씹지만 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일요일 저녁 10시 30분, <개그콘서트> 엔딩곡을 들을 때 느끼는 ‘진짜 월요일이구나’라는 허탈함과는 비교도 안 된다. 다음 비행을 기약하며 일상에 복귀하고자 갖은 노력을 하지만 SNS에 올라오는 여행 인증샷 덕에 속상한 마음만 가득하다. 새로운 고질병으로 떠오른 ‘여행 후유증’, 정녕 시간이 해결해주길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을까? <돌아온 여행자에게>는 여행 후 나타나는 증상을 떨쳐낼 수 있는 현실적 코멘트로 가득하다. 저자 란바이퉈는 먼저 자신이 어떤 ‘타입’인지 진단하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낙천적인 사람이라면 더 긍정적인 마인드로 물리치라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기분이 바닥을 치는 사람이라면 여행만큼 생활도 가치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말하며“여행에서 오는 평온함은 진짜가 아니니 현혹되지 말라”는 일침까지 날린다. 여기에 장기 여행과 워킹 홀리데이를 앞둔 사람을 위한 조언도 더해 여행에서 파생하는 모든 고민에 대한 해답을 담았다. 오랜 여행 경력에서 우러난 그의 충언은 만병통치약이다.
그럼에도 해결책은 ‘오직 다시 비행기를 타는 수밖에 없다!’고 믿는 당신이라면 지난 여행과 새로운 여정 사이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게 급선무다.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은 둘 사이 갭을 좁혀주는 에세이다. 고양이한테 물린 걸 야생 호랑이와의 격투로 부풀리는 게 여행담의 묘미인데, 저자 한수희는 이와 상반된 길을 간다. 유적지를 보기 위해 국경을 넘은 것, 낯선 현지인에게 받은 극진한 대우 등 책에 쓰인 에피소드는 경험하기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문체 또한 꾸밈없다. 어떻게 그리 시종일관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느냐고? 여기저기 숱하게 다녀본 결과 ‘일상이 없으면 여행이 아니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즉 여행은 삶의 연장선에 불과하고, 돌아갈 곳이 없다면 그것은 방랑일 뿐이라는 사실. 작가의 무던한 태도에 묻어가다 보면 여행은 현실이 되고 일상도 곧 여행이 된다. 어느새 ‘여행 후 돌아갈 곳이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지!’란 탄성이 절로 나올지도.
<여행 이야기로 주위 사람들을 짜증 나게 만드는 기술>은 제목부터 손을 잡아끈다. 도대체 ‘그 기술이 뭐길래?’라고 되물으며 책을 읽기 전 SNS에 #여행스타그램을 검색해보길. 항공권, 현지 음식과 풍경 등 태그한 장소를 볼 필요도 없다. 사진만 봐도 어딜 갔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똑같은 이미지가 넘친다. 인증샷 찍으러 여행 가는 듯한 요즘, 그 추세를 따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첫 페이지를 넘기자.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듣거나 SNS에서 수집한 ‘비호감’ 여행기 모음집이다. 이를테면 관광지를 찾는 건 진정한 여행이 아니라며 핀잔을 주고, 오지에서 현지인의 전설적 환대를 받은 사건을 앵무새처럼 떠들며 송전탑만 보면 ‘내가 에펠탑을 봤을 때가 생각나는군’이란 추억 어린 대사와 함께 묻지도 않은 파리 여행을 줄줄 읊어대는 행동! 그 묘사가 어찌나 상세한지 눈과 귀를 막고 싶을 정도다. 여행을 끝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면, 여행 진상으로 인식되고 싶지 않다면 이 책과 반대로 행동하자. 그러면 당신의 여행은 지인들에게 가장 닮고 싶은 사례로 남을 것이다.
얼마 전 짧은 휴가를 갔다 온 에디터는 여행 후폭풍을 예방하고자 세 권 모두 캐리어에 챙겼다. 읽어본 소감은? 여행 후 곧바로 일터에 복귀해 무리 없이 키보드를 치고 있으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