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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프레임 읽기

LIFESTYLE

브릴리언트(brilliant)의 사전적 의미는 ‘훌륭하고 멋진’, ‘아주 성공적인’, ‘재능이 뛰어난’ 그리고 ‘밝게 빛나는’이다. 케빈 칼 캘러허와 이현세, 강풀. 이 시대 최고의 만화가들이 여기에 몇 가지 단어를 추가했다. 호기심이 많은, 단순하게 생각하는, 그리고 웃음과 열정이 가득한. 브릴리언트한 삶을 살고 싶다면 여기,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는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과 가치를 제공, 현대자동차를 타는 것만큼 만족스러운 브릴리언트한 순간을 선사하겠다는 의미로 기획했다. 이를 보다 쉽고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작한 세계적인 시사 만화가 케빈 칼 캘러허(Kevin Kal Kallaugher, 이하 칼)와의 컬래버레이션. 리브 브릴리언트라는 주제를 칼만의 위트 있는 시각으로 해석한 13편의 지면 광고와 30초 길이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탄생했다. 그리고 12월 1일과 2일 양일간 현대자동차와 각별한 인연을 맺은 칼과 함께하는 ‘브릴리언트 토크’가 열렸다. 브릴리언트 토크는 이 시대 최고 크리에이터의 인사이트를 강연과 전시를 통해 나눠보자는 것. 한국 만화계의 거장 이현세와 1세대 웹툰 작가 강풀도 연사로 나섰다. 주제는 ‘프레임이란 무엇인가?(What is the frame?)’ 프레임은 만화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구조이며, 동시에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의미한다. 첫날 칼과 이현세는 ‘주어진 틀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시선의 힘’에 대해, 둘째 날에는 칼과 강풀이 ‘기존의 틀을 깨고 변화를 가져오는 새로운 생각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브랜드와 예술업계 종사자, 디자인, 광고 전공 대학생, 현대자동차 페이스북 이벤트 당첨자 등 240여 명의 청중이 자리를 함께했다. 우리는 삶의 프레임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살아간다. 선택의 순간마다 어떤 생각과 판단을 해야 더 발전적인 길로 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그들의 따뜻한 조언이다.

현대자동차 리브 브릴리언트 카툰 광고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칼

칼과 이현세·프레임 안, 하지만 우리는 자유로웠다
이현세는 37년간 만화를 그렸다. 평생 아웃사이더로 산 것 같은데, 인사이더로 소개되는 것이 어색하다고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웹툰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 그는 이때까지 고전적인 극화 프레임 안에서 작업을 해온 것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프레임 안의 사람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그가 처음 만화를 접한 시절엔 핍박과 설움이 많았다. 대부분 공부에 방해만 될 뿐 쓸데없고 허황된 것이라고 말했다. 만화라는 프레임을 보는 시각이 그랬다. 하지만 신천지를 개척하는 기분으로 이 길을 걸었다. 만화체(코믹)와 극화체(드라마), 순정체(멜로)를 함께 표현하고 싶어 까치 시리즈를 만들었다. 만화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닌 남녀노소 모두의 것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포의 외인구단>을 집필했다. 스포츠 만화로 인기를 얻었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인문학에 과학적 판타지를 더한 <아마게돈>, 경제 성장의 그늘 아래 여공의 데모 현장을 그린 <며느리 밥풀꽃> 등으로 만화의 지평을 넓혔다. 하지만 1998년 <천국의 신화>가 청소년 유해물로 기소되면서 수년 동안 암흑기를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지난 시간 부딪히고 넘어지며 울타리를 넘지 않았다면 자신의 이야기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스스로 굶어 죽은 늑대개 로보에 비유하는 그는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 사람이었다며, 자유로운 의지와 독립, 존엄성을 가지고 만화를 그렸노라, 영감의 원천은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 덕분이었노라고 했다. 호기심을 이어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1만 시간의 독서가 필요하다는 것. 그런데 만약 막히거나 하기 싫다면 모든 걸 놓아버리고 여행을 떠나라고 했다. 미련 없이, 뒤돌아보지 말고.
칼은 자신과 같은 아티스트를 둘러싼 프레임은 높고 단단한 4개의 벽면과 같다고 비유했다. 각각이 하나의 도전 과제. 첫 번째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두 번째는 어떤 도구를 사용할 것인가(그의 경우엔 캐리커처), 세 번째는 이 둘을 결합한 스토리텔링.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다면 벽에 금이 가 결국 무너지게 되므로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끝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데드라인. 그는 벽에 공을 튀기면서 항상 아이디어를 생각한다고 했다. 왜? 만화가는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대화와 생각의 ‘화두’를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길거리 캐리커처 아티스트 출신인 그. 캐리커처는 5분 안에 재빨리 그려야 하는데, 아주 오래 걸렸다고 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애나벨 카라치가 한 말 중 좋은 캐리커처는 현실보다 더 살아 있는 것에 가깝다고 했는데, 그 또한 단순히 얼굴 생김새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좀 더 심오한 것을 찾은 것 같다고. 하지만 이러한 진지한 고찰이 지금의 그의 명성을 만들었다(38년간 <이코노미스트>에 만평을 그리는 일, 이건 진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100년 이상 된 펜립을 사용해 5시간 꼬박 스케치를 하고, 3시간에 걸쳐 잉크와 도색 작업을 한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 아이디어가 하나의 완성물로 나오기까지는 3일이 꼬박 걸린다. 호흡이 긴 서사 만화와 달리 그의 작업은 그림 한 장에 작가의 모든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그래도 프레임 안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한 시사 만평이 세상을 바꾸고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왼쪽부터 강풀, 칼, 이현세 작가

행사장 한쪽에 마련한 강풀과 이현세 작가의 대표작 전시 공간

칼 작품 섹션에서는 그가 <이코노미스트>에 연재한 시사만화와 현대자동차 카툰 광고를 전시했다.

칼 작품 섹션에서는 그가 <이코노미스트>에 연재한 시사만화와 현대자동차 카툰 광고를 전시했다.

칼과 강풀·프레임 밖, 변화를 읽고 끊임없이 도전하라
대학 다닐 때 만화를 시작한 강풀은 제대로 된 만화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만화계라는 프레임에 진입하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만화가가 되는 길은 만화가의 문하생이 되거나 만화학과를 나오거나 공모전에 당선되는 방법뿐이었다. 그에겐 기회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온라인은 피치 못한 선택이었다. 당구장과 만화방이 피시방으로, 만화책이 모니터로 옮겨가는 시대의 흐름을 읽었다. 2000년, 강풀이라는 필명을 지었고 엽기 만화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 당시 웹툰은 일회성이 짙었으며, 아마추어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프로 만화가가 되고 싶던 강풀은 연출이 가미된 장편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존에 가로로 컷을 분할하는 기법 대신 세로로 작업해 스크롤을 이용해 만화를 읽는 방법을 최초로 시도했다. 또 취약한 그림은 스토리로 보강하자고 생각했다. 못하는 건 어쩔 수 없고, 잘하는 것을 더 잘하자는 아주 단순한 의도였는데 이것이 먹혔다. 1화부터 최종화까지 스토리보드를 써 넣고 제목과 내용을 요약해 정리해둔다. 그리고 대사와 지문을 완벽하게 한 상태에서 연재를 시작한다. 1년의 절반 이상은 스토리만 짠다. 그림은 잘 못 그리더라도 만화는 잘 그리자는 그의 신조를 언제나 엄격히 지키고 있다. 프레임 안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오히려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다. 프레임 밖에 있으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오히려 잘 보였단다.
칼은 만화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감했다. 10년 전 서양에 200명 정도의 시사 만화가가 있었는데, 지금은 40명만 남았다고 했다. 대중이, 사회가 변하고 이에 따라 프레임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는 2007년 애니메이션 회사를 차렸고, 모션 캡처 기법을 활용한 시사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제작해왔다. 또 ‘웨비소드(Web+Episode)’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에 주목하며, 2015년부터는 웹툰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 노벨(graphic novel)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안정된 일이 있지만 항상 새로운 가능성과 매체를 찾고 있다. 사람들이 보는 곳에 가서 만화를 그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지금은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가 되었다. 현대자동차와의 컬래버레이션도 그러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도전 중 하나였다. 카툰을 통해 현대자동차의 가치와 품격을 전달하는 것. 프레임을 살짝 벗어난 외도지만 이는 흥분된 일이었고, 아주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자신의 브릴리언트 인사이트의 핵심에 대해 전한다. 흥분(excitement), 웃음(smile), 에너지(energy) 그리고 영민함(smart).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