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 독서 계획은요
새해 ‘독서 작심삼일’을 완벽히 퇴치하는, 독서에 재미를 붙여주는 책 3권.
선인들의 독서는 생활 그 자체였다. 밥 먹듯이 그리고 숨 쉬듯이 읽었다. <오직 독서뿐>은 허균부터 홍길주까지, 선인 9명의 독서 전략을 소개한 책이다. 선조가 남긴 독서와 책에 대한 글귀를 모으고 한양대학교 정민 교수가 해설을 붙였다. 책에는 독서의 본보기가 되는 금지옥엽 같은 말씀이 가득하다. 예로, 허균은 바빠서 책 볼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에게 “밤은 낮의 나머지, 비 오는 날은 갠 날의 나머지, 겨울은 한 해의 나머지다”라며 “이 세 가지 날엔 사람들의 일이 마땅히 조금 뜸하므로 내가 뜻을 모아 학문에 힘을 쏟을 수가 있다”고 독서의 즐거움에 대해 말한다. 이 책은 워낙 유명한 선지자들의 글에서 좋은 글만 솎아낸 거라 전체를 통틀어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책을 엮은 정민 교수에 따르면, 이 책은 조선시대 문인의 옛글을 쓰고 싶어 쓴 게 아니라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쓴 글이다. 제 자랑을 하자는 게 아니라, 이 말을 하지 않고는 세상을 살다 간 보람이 없었기에 안타까워 썼단다. 많은 종류가 아니라 한 권을 읽더라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선인들의 다양한 독서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나를 든든히 지키려거든 독서의 습관을 들여라. 책 읽는 습관은 따로 밑천이 들지도 않고, 누구나 익힐 수 있다. 많은 사람과 알고 싶은가. 책 속에 다 있다. 많은 일을 경험하고 싶은가. 책 속에 다 있다.”
_정민 <오직 독서뿐> 중
<오직 독서뿐>이 선인들의 독서법을 소개한다면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은 시인 겸 소설가인 장정일이 1994년 이후 꾸준히 펴낸 열 번째 독서일기다. 장정일은 그간 <장정일의 독서일기>이라는 이름으로 7권,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이란 이름으로 2권의 독후감 모음집을 냈다. 이 책은 2011년 7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그가 기록한 112편의 독서일기를 날짜별로 구성했다. 책 속엔 친절하게도 왜 하필 그 시점에 그가 그 책을 읽고 썼는지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들어 있다. 그 때문에 독자는 그의 일기 앞에 발췌한 신문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사건과 그의 서평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좀 더 책 이야기를 하자면, 장정일은 실로 여러 사람을 글로 깠‘ 다’.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부터 시인 김지하까지. 그 강도도 결코 약하지 않다. 사실 남을 비평한다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그의 독설은 밉지 않다. 그건 그가 정공법으로 사실을 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공격을 받는 상대는 상처를 입긴 하겠지만, 변명을 찾기에 바쁠 것. 이 책은 ‘평생 놓쳐서는 안 될 한 권의 책’과 같은 얼토당토않은 광고로 고른 책이 결국 ‘버린 책’이 돼버린 경험을 한 이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는 일본을 대표하는 지성인이라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일종의 독‘ 서 편력기’다. 엄청난 독서를 바탕으로(그는 한때 약 4만 권의 책을 소장한 장서가였다) 왕성한 저술 활동을 해온 그는 책에서, 독서를 거의 삶 전부로 여기다시피 살아온 자신만의 독서관과 독서법을 소개한다. 책을 읽다 보면 그의 놀라운 독서량에 놀라고, 그 관심사의 폭넓음에 놀라며, 독서에 대한 그의 열정에 감탄하게 된다. 그는 책에서 독서에 대한 자신의 열정이 자신의 공부에 대한 욕구와 지적호기심에서 나온다고 말하며, 또 이런 지적 욕구는 자신에게 좀 더 강하게 드러날 뿐 식욕, 성욕처럼 거의 모든 사람에게 내재한 근원적 욕망 중 하나라고 겸손히 말한다. 이 시대의 지성으로 통하는 다카시의 이런 언행(솔직히 별로 와 닿지 않는)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이 책을 다 읽을 수 밖에 없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