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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less Paassion of Loro Piana

FASHION

특별한 이들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선사하는 이탤리언 하이엔드 캐시미어 & 울 브랜드 로로 피아나. 품질을 향한 그들의 열정이 가득한 곳, 뉴질랜드와 호주로 <노블레스>가 떠났다. 단독 초청을 받아 향한 그곳에서 발견한 ‘기적’을 전한다.

 

로로 피아나의 저력을 찾아 떠나다
로로 피아나의 연례행사 ‘레코드 베일(Record Bale)’을 취재하기 위해 뉴질랜드와 호주로 떠난 6일간의 출장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다. 헬리콥터에서 내려다본 풍경. 뉴질랜드 남섬 허리 자락에 위치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에서 157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항구도시 티마루(Timaru)로 향할 때였다. 1시간 남짓한 비행시간 동안 눈에 보인 것이라고는 오로지 풀과 양뿐. 자동차 한 대 지나가지 않는 정적인 대자연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듯, 초지에서 유유자적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양 떼를 보며 뉴질랜드는 인구보다 양의 개체수가 8배가량 많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그리고 불현듯 떠오른 사실, 지구 반대편에서 이곳의 양모 품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끌고 있는 로로 피아나의 저력이다. 하나의 패션 브랜드가 타국의 산업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많은 목장과 그들이 생산하는 양모 중 최상의 것을 얻고자 하는 로로 피아나의 열정이 이들을 더욱 열심히 움직이게 한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1924년 창립, ‘타협하지 않는 품질(uncompromised quality)’을 모토로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제품을 선보여온 로로 피아나는 19세기 초 트리베로(Trivero) 지역에서 직물 산업체로 시작한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파인 메리노 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 제품의 원재료는 모두 뉴질랜드와 호주에 위치한 대형 농장에서 생산해 이탈리아로 온다. 다시 말해 이곳은 로로 피아나의 역사가 시작되는 곳이다.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로로 피아나의 양모, 뉴질랜드 비줄리아 목장을 방문하자 귀여운 양 한 마리가 마중을 나왔다.

1 양털 깎기 후에는 지저분한 털을 골라내는 스커트 공정을 진행한다.  2 전문 기술을 요하는 양털 깎기 작업  3, 4 미크론 수치가 낮을수록 더 가볍고 부드러운 양모를 얻을 수 있다.  5 생산한 양모를 살펴보는 피에르 루이지 로로 피아나 부회장과 서머턴 파크목장의 목장주  6 거대한 양모 조각을 펼쳐 보이는 밀뱅크 목장주

최상의 울을 향한 집념
출장 기간 중 뉴질랜드와 호주 곳곳에 위치한 다섯 곳의 목장(Sommerton Park, Bendigo Station, Visulea, Pyrenees Park, Millbank)을 방문했다. 이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우수한 품질의 양모를 얻는 일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 양의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유전적 요인이란 말 그대로 양의 혈통을 의미하는데, 사육사는 지속적인 테스트와 모니터링, 분류를 통해 최상의 울을 얻을 수 있는 우수한 혈통의 양을 선별 관리한다. 뉴질랜드에서 처음 방문한 서머턴 파크(Sommerton Park) 목장의 경우, 양이 두 살 되는 해에 두 번째 털 깎기를 마치면 유전자 선별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보통 이쯤 되면 향후 최상급 양모를 얻을 수 있는 양인지 아닌지 판가름 나기 때문. 밀뱅크 목장은 유전적으로 그들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양을 그보다 낮은 품질, 이를테면 카펫 등에 사용하는 양모를 생산하는 목축업자에게 판매한다. 한편 환경적 요인은 지속적인 영양 공급과 해충 및 질병으로부터의 보호, 기후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 센트럴 빅토리아 렉스턴에 위치한 피레네 파크의 목장주 로버트 샌들런트(Robert Sandlant)와 그의 부인 파멜라 샌들런트(Pamela Sandlant)는 양을 돌보기 위해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일해야 한다고 했다. 파리가 수만 마리 양의 털 속에 알을 까지 않도록 일일이 관리해야 할 만큼 섬세한 관리와 부지런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렇다면 이렇게 생산한 양모의 품질을 판단하는 정확한 기준은 무엇일까? 보통 섬유의 지름, 단섬유의 길이, 인장 강도를 측정한다. 그중 특히 섬유의 지름은 울의 품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며, ‘미크론(micron)’이라는 0.0001mm 단위로 측정한다. 이 지름이 짧을수록 섬유는 더욱 부드럽고 가볍기 때문에 미크론 수치가 낮을수록 우수한 품질의 양모가 된다. 평균 양모가 20미크론인 데 비해 우수한 품질의 파인 메리노(fine merino)는 18.6~20.5미크론, 슈퍼파인 메리노(superfine merino)는 16.6~18.5미크론, 울트라파인 메리노(ultrafine merino)는 16.5미크론 이하. 놀라운 사실은 로로 피아나와 함께 일하는 목장이 11~13미크론에 이르는 기적적인 수준의 양모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 이를 측정하기 위해선 매우 선별적인 검사 방법과 첨단 기술을 사용하는데, 우수한 목장은 현장에서 샘플을 채취해 바로 측정할 수 있는 레이저 측정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목장은 양 한 마리마다 1년 주기로 양털 깎기(shearing)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얻은 커다란 양모 조각에서 다리, 등, 목덜미 부분의 거칠고 지저분한 털을 골라내는 스커트(skirt) 과정을 거친 후, 보드랍고 섬세한 부분의 양모 샘플을 채취해 곧장 미크론 테스트를 진행한다. 물론 모든 양모의 미크론을 기계로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파인 울을 제외한 일반 품질의 울은 그 감촉과 생김새로 수치를 파악한다. 이 업무를 도맡는 것은 매일 수백 마리 양의 털을 감별하며 고도로 발달한 촉감과 숙련된 노하우를 습득한 전문가. 이처럼 체계적이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생산한 최우수 품질의 양모는 로로 피아나의 손을 거쳐 우리가 구매하는 완제품으로 변신한다. “양모를 생산하는 과정은 철저한 과학입니다. 양이 하드웨어라면 이를 기르고 털을 얻는 과정은 소프트웨어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 로로 피아나가 추구하는 우수한 품질의 양모를 얻을 수 있습니다.” 로로 피아나의 부회장 피에르 루이지 로로 피아나(Pier Luigi Loro Piana)의 말.

1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피레네 파크 목장의 양 떼  2 뉴질랜드에서 열린 로로 피아나 레코드 베일 행사장  3 레코드 베일 수상자에게 수여하는 기념 플레이트  4 매년 레코드 베일에서 수상한 울은 약 40벌의 맞춤복 슈트를 위한 원단으로 다시 태어난다.  5 피레네 파크 목장을 운영하는 샌들런트 부부(양쪽 끝)와 피에르 루이지 로로 피아나 부회장 부부(가운데)  6 호주에서 열린 로로 피아나 레코드 베일 행사장

로로 피아나 레코드 베일
뉴질랜드와 호주의 목장이 매년 기록적인 품질의 양모를 생산하는 원동력 중 하나는 로로 피아나의 레코드 베일이다. 2000년 시작한 이 행사는 전년도에 최상의 울을 생산한 목장을 선정해 그들의 업적을 기리고 격려하는 시상식으로 극세양모생산협회 회장, 뉴질랜드 스터드메리노사육협회 사무국장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양모의 무게, 길이, 강도 같은 요건을 따져 가장 가늘고 강한 양모를 선정한다. 상을 받은 목장의 베일(약 90kg의 원모로 구성한 울 더미)은 로로 피아나에서 전량 구매해 약 40벌의 최상급 맞춤복을 생산하는 데 사용한다. 첫해에는 13.4미크론의 기록이 나왔고, 현재 섬유의 미크론은 30%나 줄었다. 로로 피아나와 목장주 모두 이를 ‘기적’이라 일컫는다. 그리고 이 기적과 같은 일은 목장주에게 용기와 도전의식을 심어주는 로로 피아나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부단한 노력으로 더 나은 양모를 생산하려는 목장주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의 레코드 베일은 10월 15일 뉴질랜드 퀸스타운의 잭스 포인트 클럽하우스(Jacks Point Clubhouse), 10월 17일 호주 멜버른의 웨리비 파크 맨션 호텔(Werribee Park Mansion Hotel)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개최했다. 각 나라에서 최고의 목장을 선정해 따로 수상하고, 이 2개 목장 중 더 우수한 목장에 최고 영예를 부여하는 형식으로 진행한 것. 마침내 발표한 뉴질랜드의 우승자는 비줄리아(Visulea) 목장, 호주의 우승자는 피레네 파크 목장이었다. 그리고 두 목장 중 최종 우승은 지름 11미크론, 길이 72mm, 강도 38NKT(킬로텍스당 뉴턴)의 양모를 생산한 피레네 파크 목장에 돌아갔다. 6대째 가업을 이어 샌들런트 부부가 운영하는 피레네 파크는 이전에도 두 차례 레코드 베일을 수상한 목장이다. 이들의 세 번째 수상은 이미 최고 품질을 인정받았음에도 끝없이 노력하는 장인정신에 대한 방증이다. 레코드 베일을 통해 목장과 로로 피아나는 매년 함께 발전하고 있다.

1 구입할 울의 샘플을 확인할 수 있는 ‘Show Floor’  2 옥션 센터를 방문했을 때 10월 셋째 주 옥션이 진행 중이었다.

울 옥션 센터를 방문하다
일정 4일 차, 호주 멜버른에 도착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1993년 설립해 호주에서 양모 거래 산업의 체계를 다져온 기업 AWEX(Austrailia Wool Exchange Ltd.)가 운영하는 울 옥션 센터다. 보통 호주에서 생산하는 울의 85~95%는 옥션을 거쳐 거래된다. 중개인은 양모에 대한 소유권은 갖지 않고, 말 그대로 생산자를 대신해 울을 판매하는 일을 한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목장에서 울 생산을 마치면, AWEX가 제시하는 일정 기준에 맞춰 이를 베일 단위로 포장한다. 그리고 포장한 울은 옥션 센터로 배송, 거래될 준비를 마친다. 호주에는 시드니, 멜버른, 프리맨틀에 옥션 센터가 있는데, 울은 자연에서 얻는 재료이기에 기후적·지질학적 조건에 따라 공급량과 품질에 변수가 많은 편. 그러나 시드니, 멜버른에서는 평균적으로 1년에 45회의 거래가, 프리맨틀에서는 42회의 거래가 이뤄진다. 옥션 센터를 방문한 것이 목요일인데, 이처럼 옥션은 화요일에서 목요일 중 2~3일에 걸쳐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옥션이 시작되기 전인 월요일경, 바이어들은 옥션 센터의 ‘Show Floor’에서 각자 구매하고자 하는 양모 샘플의 상태를 체크한다. Show Floor는 울 샘플을 담은 박스가 일렬로 늘어서 있는 곳. 광활한 공간을 가득 채운 울 박스의 줄이 장관을 연출한다. 옥션은 보통 방식과 동일한 과정으로 진행하며, 로로 피아나 역시 상황에 따라 이 울 옥션에 참가해 원재료를 구매하기도 한다.
올해 레코드 베일의 모든 일정은 마무리되었지만, 1년 뒤 양의 마을에 봄이 찾아오면 로로 피아나와 그의 친구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일 것이다. 그때까지 또 다른 기적을 만들기 위해 이 순간에도 값진 땀을 흘리고 있을 목장의 일꾼들, 그리고 그들을 격려하는 로로 피아나의 아름다운 동행이 한 해를 따뜻하게 채우길 기대한다.

피에르 루이지 로로 피아나 부회장

피에르 루이지 로로 피아나 부회장과의 인터뷰
며칠간의 목장 투어를 통해 로로 피아나가 어떻게 세계 최고 수준의 양모를 얻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생산 기반을 관리 및 유지해온 비결이 궁금합니다. 로로 피아나 본사에는 목장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원재료의 생산과 수입을 계획하는 업무 전담 팀이 있습니다. 그들의 체계적인 일 처리에 더해 저 역시 1~2년에 한 번씩은 이곳을 방문해 새로운 목장을 발굴하고, 기존 거래 목장의 문제점이나 보완점 등을 직접 확인합니다. 더불어 로로 피아나의 비전과 원재료의 품질에 대해 그들과 소통하고 그 중요성을 공유합니다. 이를 통해 지난 20여 년간 그들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유지해왔고, 끈끈한 결속력은 로로 피아나가 하이엔드 마켓에서 선두를 지킬 수 있는 기반이 됐습니다.
40년이란 오랜 시간 회사를 운영하며 지켜온 경영 철학은 무엇입니까? ‘타협하지 않는 품질’입니다. 품질은 결코 배반하지 않습니다. 좋은 품질은 곧 성공을 의미하죠. 우리는 19세기부터 최고의 직물을 생산해온 회사로, 세상에서 가장 고운 섬유 중 하나인 울을 최고 수준의 품질로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를 성공으로 이끄는 일은 좋은 품질만으론 충분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1941년, 프랑코 로로 피아나(Franco Loro Piana)에 의해 섬유 생산 회사에서 완제품 생산자로 도약한 것이 우리 회사의 터닝 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획기적인 혁신이었죠. 이와 더불어 제품과 소매 과정에 대한 철저한 계획, 전략이 완벽한 합을 이뤄 성공을 이뤄냈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 LVMH 그룹에 합류하면서 로로 피아나가 겪은 큰 변화가 있습니까? 회사의 발전 방향이나 전략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LVMH는 합병 시점부터 로로 피아나라는 브랜드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었고, ‘로로 피아나에 대한 새로운 전략은 그 어떤 것도 바꾸지 않는 것’이라고 밝히며 브랜드의 철학과 비전을 온전히 존중해주었습니다. 앞으로 로로 피아나가 LVMH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해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에디터 이혜미 (hm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