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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스케치

ARTNOW

한 실업가의 미술에 대한 열정이 만든 런던에서 가장 예술적인 레스토랑과 화려함이나 거만함 없이도 명성을 드높이고 있는 한 예술대학의 힘.

인디아 마하다비가 고른 핑크색이 가미된 더 갤러리

데이비드 슈리글리표 그릇을 판매하는 팬시한 자판기

‘스케치’를 휘감은 데이비드 슈리글리
런던의 ‘스케치’는 런더너도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어 하는 가장 힙한 레스토랑이다. 2002년 요리와 미술, 음악이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오너 모라드 마주즈(Mourad Mazouz)의 바람을 반영해 탄생한 이곳은 갤러리와 레스토랑이 혼재된 ‘더 갤러리(The Gallery)’, 실제 나무 향이 날 것 같은 숲 컨셉의 바 ‘더 글레이드(The Glade)’, 애프터눈 티로 유명한 카페 더 ‘팔러(The Parlour)’ 등의 컨셉에 따라 5개 공간으로 나뉘어 시각에 예민한 트렌드세터에게 전례 없는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또 이들은 스케치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목표로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장기 아트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지난 2012년 그 첫 주인공으로 조각·음악·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개념미술가이자 터너상 수상자인 마틴 크리드(Martin Creed)가 선정되었다. 그는 특유의 예술적 감각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수집한 테이블과 의자, 커트러리, 그래픽 요소를 가미한 벽 등을 한데 모아 스케치의 더 갤러리를 마술적 공간으로 재탄생시켰고 많은 평론가에게 찬사를 받았다.
최근 스케치가 또다시 런던에서 가장 잘 팔리는 드로잉 북 작가이자 현대미술가인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와 손잡고 더 갤러리를 한껏 변신시켰다. 심기 불편하지만 유머러스한 블랙유머로 유명한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드로잉 수백 점을 더 갤러리의 메뉴와 테이블보, 벽 등에 채워 넣어 마틴 크리드와는 또 다른 예술적 체험을 손님에게 제공하기로 한 것.
이번 아트 프로젝트의 특징은 손님이 의자에 앉아 메뉴를 펼치는 순간, 요리를 고르고 레스토랑을 둘러보는 순간, 주문한 차를 마신 후 찻잔의 바닥이 보이는 순간 등에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드로잉 작품 239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데이비드 슈리글리는 찻잔 바닥에 직접 ‘forget about it(잊어버려)’이나 ‘it’s ok(괜찮아)’ 같은 위트 있는 문장을, 소금통에는 ‘dust(먼지)’나 ‘nothing(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단어를 적어 손님을 웃음 짓게 한다.
한편 파리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건축가 인디아 마하다비(India Mahdavi)는 이번 아트 프로젝트에서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작품이 더 갤러리와 더욱 잘 어울리도록 전체 내부 컬러를 핑크로 바꿔 레스토랑 본연의 성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의 작품이 빛을 발할 수 있게 했다. 스케치는 갤러리를 떠나 테이블 위로 내려온 예술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다음 아트 프로젝트 소식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앞으로 사우스런던 지역의 명물 역할을 할 골드스미스 아트 갤러리의 조감도.

앞으로 사우스런던 지역의 명물 역할을 할 골드스미스 아트 갤러리의 조감도.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위트 있는 디자인이 돋보이는 티세트

골드스미스 대학교의 예술적 상부상조
몇 해 전, 영국 BBC는 < Goldsmiths: But is it art >를 통해 골드스미스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과 그들의 작업을 소개하며 영국의 현대미술을 조명했다. 데이미언 허스트, 줄리언 오피, 세라 루커스, 게리 흄, 스티브 매퀸 등으로 이어지는 세계적 작가를 배출하고 7명의 터너상 수상자와 30명이 넘는 터너상 후보자를 키운 골드스미스 대학교는 이 방송 후 영국 현대미술계의 상징적 장소로 우뚝 서며 영국 현대미술의 아이콘이 됐다.
그 골드스미스 대학교가 최근 2016년 개관을 목표로 새 미술관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실기실과 전시장으로 자주 쓰인 빅토리아 시대의 옛 목욕탕 건물을 전면적으로 손봐 학교를 대표하는 미술관인 ‘골드스미스 아트 갤러리(Goldsmiths Art Gallery)’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골드스미스 대학교는 미술관 복원의 대가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와 골드스미스 대학교 출신의 세계적 조각가 앤서니 곰리(Antony Gormley) 등이 포함된 미술관 재건축팀을 특별 구성했다. 이들은 미술관 재건축에 관한 수많은 제안서 중에서 이스트런던에 있는 예술가 스튜디오 ‘야드 하우스’와 고가도로 아래 공간을 이용해 만든 극장 등 그간 독창적 건축 작업을 해온 건축 집단 ‘어셈블(Assemble)’의 디자인을 최종 선정했다. 어셈블은 “새 미술관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공간감과 예술적 스타일로 선보일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을 호언장담했다. 또 “건물 안에 있던 기존의 금속 소재 물탱크를 적극 활용해 어디서도 보지 못한 개성 있는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골드스미스 대학교는 미술관 재건축 비용인 200만 파운드(약 32억4000만 원)를 마련하기 위해 데이미언 허스트와 세라 루커스, 레베카 워런, 시엘 드로리에 등 학교를 졸업한 스타 작가와 명예교수에게 작품 기부를 요청할 계획이다. 골드스미스 대학교가 낳은 세계적 작가들이 기부한 작품을 경매해 얻은 수익으로 건축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올봄에 열리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해당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영국 언론은 예술가의 작업실과 갤러리가 많은 이스트런던보다 상대적으로 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은 사우스런던 지역에 골드스미스 대학교가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길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골드스미스 아트 갤러리는 단순히 한 대학의 미술관이라는 의미를 넘어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골드스미스 대학교가 여는 새 미술관을 바탕으로 학생과 대중이 예술이라는 장르를 통해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으면 한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양혜숙(기호 리서처, semiotics research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