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아트’ 전쟁
아트 바젤 홍콩이 3월로 개최 시기를 옮기면서 또다시 아시아 아트 마켓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그 어느 해보다 화려한 복귀를 준비 중인 아트 바젤 홍콩과 유명 갤러리의 VIP 고객 쟁탈전, 그 열띤 현장으로.
Mujin-to Production, Tsubasa Kato, Abandon (Monument Valley), 2013. 올해 아트 바젤 홍콩의‘디스커버리’ 섹션에서 소개한다.
/ courtesy of Mujin-to Production, Tokyo

아트 바젤 홍콩의 새 디렉터 아델린 우이. 1월 12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사진 권현정)
아델린 우이, 아트 바젤 홍콩의 새 디렉터
아시아 최강의 아트 페어로 자리매김한 제3회 아트 바젤 홍콩이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홍콩 컨벤션 전시 센터에서 열린다. 올해 아트 바젤 홍콩은 이전과 달리 두 달 앞당겨 열릴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출신 여성 큐레이터 아델린 우이(Adeline Ooi)를 새 디렉터로 맞이했다. 2008년부터 아트 홍콩(ART HK)과 아트 바젤 홍콩의 지휘봉을 잡은 매그너스 렌프루(Magnus Renfrew)는 그전에 일하던 미술 경매 회사 본햄스로 돌아갔다. 렌프루의 사퇴는 아트 바젤 홍콩 쪽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아트 바젤이 2012년 아트 홍콩을 인수해 2년 동안 과도기를 겪고 이제야 홍콩에 안착하는 시기였다. 그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세계 미술계에서 렌프루의 인지도와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아트 바젤 측은 그의 후임을 찾는 데 난항을 겪었다. 5개월간 공석을 유지하다 결국 파격적인 사내 채용으로 작년 12월 말 아델린 우이를 아트 바젤 홍콩의 디렉터로 임명했다. 우이는 지난 2년간 아트 바젤에서 동남아시아 VIP 고객 관리 매니저를 역임했으며, 말레이시아의 미술 프로젝트 회사 루지아트(RougeArt)의 공동 창업자이자 큐레이터 겸 어드바이저로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아시아 미술계에서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췄지만, 렌프루에 비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한 경험과 인지도가 부족한 우이의 디렉터 취임에 대한 홍콩 미술계의 우려도 적지 않다. 2015년 아트 바젤 홍콩 개최 시기가 임박한 탓에 디렉터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둘 수 없어 성급하게 결정한 느낌이 짙기 때문이다. 또한 새 디렉터의 공식 취임 이후 3개월 만에 열리는 2015년 아트 바젤 홍콩의 촉박한 진행 상황도 논란이다. 갤러리 부스 가격과 위치 선정, VIP 고객 관리, 이벤트와 프로그램 구성 등을 다방면으로 관장하는 핵심적 역할인 디렉터 자리의 오랜 공석이 올해 아트 바젤 홍콩의 전반적 퀄리티와 짜임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일각에서는 우이가 아트 바젤의 디렉터로 선정된 첫 동양인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다른 아시아 지역의 아트 페어인 한국의 KIAF, 중국의 아트 베이징, 타이완의 아트 타이베이 등이 자국의 미술을 중점적으로 조명하는 ‘동네 축제’에 가까운 데 반해 아트 바젤 홍콩은 철저히 서양 디렉터를 통해 기획한 서구 스타일의 아트 페어다. 아시아를 무대로 열리긴 하지만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한 깐깐한 ‘수질 관리’로 세계적 수준을 유지해온 아트 바젤 홍콩의 동양인 디렉터 취임은 양날의 칼이다. 우이는 “큐레이팅 경험을 살려 서구 관람객에게 아시아 예술의 우수성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아시아 미술에 초점을 맞추면서 글로벌 미술계의 기준에 부합하는 아트 페어를 구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특히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 등의 선전으로 동남아시아 미술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아델린 우이의 문화적 배경과 동양적 관점이 아트 바젤 홍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볼 만하다.
Alex Prager, Simi Valley,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19.4×243.8cm, 2014. 아트 바젤 홍콩 시즌에 리먼 머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 Courtesy of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갤러리 사이의 은밀한 VIP 고객 쟁탈전
아트 바젤 홍콩은 세계 각국의 미술계 거물과 슈퍼 컬렉터가 한 번에 홍콩으로 몰려드는 드문 행사인 만큼 둘도 없는 전시 홍보 기회다. 따라서 홍콩의 대다수 갤러리가 약속이라도 한 듯 아트 바젤 홍콩의 VIP 오프닝 전날인 12일에 새로운 전시를 개막한다. 그중 가장 기대되는 전시는 페로탱 갤러리가 주목하는 독일 작가 그레고르 힐데브렌트(Gregore Hildebrandt)와 ‘제2의 뱅크시’로 화제를 모은 프랑스 스트리트 아티스트 JR의 개인전이다. 이 밖에 화이트큐브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여는 브라질 출신 여성 작가 베아트리스 밀랴제스(Beatriz Milhazes), 사이먼 리 갤러리의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Michelangelo Pistoletto), 리먼 머핀(Lehmann Maupin)의 앨릭스 프레이저(Alex Prager) 전시도 주목할 만하다. 아트 바젤 홍콩 개최 기간에는 거의 모든 갤러리가 주말에도 연장 오픈, 홍콩을 찾는 많은 관람객을 최대한 맞이할 계획이다. 이에 뒤질세라 M+ 미술관도 움직이는 이미지 프로그램의 일환인 이동 전시 < Mobile M+: Moving Images >를 코즈웨이베이 미드타운 팝(Midtown Pop)에서 저녁 7시에 개최해 관람객을 맞는다. 아트 바젤 홍콩 기간에 부스 준비와 전시 오프닝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는 것은 갤러리와 미술관만이 아니다. 새로운 전시 오프닝, VIP를 위한 프라이빗 디너와 애프터 파티, 아티스트 토크 등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아트 피플도 덩달아 분주해진다. 특히 좁은 홍콩 미술계에서 다수의 갤러리와 관계를 유지하는 컬렉터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한 소셜라이트 컬렉터는 내게 디너 코스보다 잠시 들를 수 있는 뷔페식이 좋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프라이빗 디너 초대장은 끊임없이 날아오고 잠시라도 행사장에 얼굴을 비쳐야 면이 서는데, 너무 무거운 식사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아트 바젤 홍콩 개최 시기를 겨냥해 앞다투어 새로운 전시를 준비 중인 홍콩 갤러리들의 미묘한 신경전과 VIP 고객 쟁탈전이 흥미진진하다.

홍콩에 있는 신개념 갤러리-레스토랑 ‘더델스’ 내부 전경
신개념 갤러리-레스토랑 ‘더델스’
아트 바젤 홍콩 시즌에 홍콩 아트 신에 흠뻑 빠져보고 싶다면 신개념 갤러리-레스토랑인 더델스(Duddell’s)에서 즐기는 고급스러운 식사를 추천한다. 2013년 5월 문을 연 더델스는 미슐랭 1스타의 최고급 중식당이자 홍콩 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는 멤버십 클럽으로 레스토랑 곳곳에 예술 작품이 걸려 있는 이색적인 공간이다. 더델스의 설립자는 거대 레스토랑 그룹 프레스룸의 공동 창업자인 파울로 퐁(Paulo Pong)과 앨런 로(Alan Lo), 그리고 앨런 로의 아내로 지금 홍콩에서 제일 핫하다는 레스토랑을 여러 개 거느린 지아 그룹의 CEO 옌웡(Yenn Wong)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다이닝계 거장 셋이 뭉쳐 미식과 예술의 경계가 모호한 레스토랑 겸 갤러리의 신개념 공간을 탄생시킨 것. 아티스트 토크와 전시 오프닝 등에 초대받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연간 회원권은 100만 원이 넘지만, 회원권 없이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일반 고객도 유명 작가나 큐레이터가 기획한 훌륭한 전시를 접할 수 있다. 세계적 중국 작가 아이웨이웨이, 베이징 UCCA(Ullens Center for Contemporary Art)의 디렉터 필립 티나리(Philip Tinari), 베트남계 개념미술가 댄 보(Dahn Vo) 등이 더델스에서 전시를 기획했다. 홍콩 미술계의 큰손으로 알려진 앨런 로와 옌웡 부부의 화려한 인맥을 확인할 수 있다. 더델스도 이번 아트 바젤 홍콩 개최 시기에 맞춰 새로운 전시를 선보인다. 런던 ICA(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와 협동 전시인 <홍콩인(Hong Kongese)>이 3월 12일부터 열린다. 아트 바젤 홍콩을 즐기는 동시에 맛있는 중식도 먹고 예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 더델스에서 홍콩 상류층의 예술 향유 공간을 경험해보자.
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
글 이은정(Jenna Lee, 갤러리스트) 이미지 제공 아트 바젤 홍콩, 리먼 머핀 갤러리, 더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