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ng Art to Life
노블레스 컬렉션은 폭넓은 시각으로 더욱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가치를 제안하고, 소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플랫폼입니다. 오는 8월, 지속적인 탐구와 실험을 통해 ‘진짜’를 탐구하는 최연우 작가의 개인전 < A Course of Miracle >을 소개합니다.

최연우 잡지나 신문 등 종잇조각을 이어 만든 대형 설치 작품, 그리고 레진으로 그린 그림 위에 종이를 올린 평면 작품. 둘 다 최연우를 대표하는 작업이다. 여기엔 보이지 않거나 만질 수 없는 ‘진짜’를 찾기 위한 작가의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다. 7월 31일부터 8월 31일까지,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열리는 개인전 < A Course of Miracle >에 앞서 작가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From the Beginning_07312018, Magazines, Stainless Wire, Spray Paint, Dimension Variable, 2018, 가격문의
종이로 만든 대형 설치 작품 ‘From the Beginning_07312018’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 작품을 만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평소에 잠시도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해요. 설치 작품의 영감이 떠오른 그날도 마찬가지였죠. 식당에서 습관처럼 젓가락 포장지를 접었다 펴기를 반복하는데, 문득 그 모양이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작업실로 돌아와 미술 재료로서 종이를 연구하기 시작했죠. 곧 오랜 시간 품은 의문을 표현하기 적합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의문이 뭐였나요? 우리가 아는 세상이 과연 ‘진짜’가 맞는지 궁금했어요. (파란 물병을 가리키며) 예컨대 이 색을 파랑이라고 부르잖아요. 그런데 반대로 파랑이란 말을 듣고 이 물병 색깔을 정확히 떠올리는 건 불가능하죠. 즉 3차원 현실 속 무언가를 2차원의 글로 바꾸면 의미의 일부가 탈락하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개념이 실은 진짜가 아닐 수도 있는 거죠.

Study for Vibrating String Patterns #1(부분), Laser Film, Resin, Plexiglas, Light, 92×122×23cm, 2018, 13,000,000
작품을 통해 진짜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건가요? 그렇죠. 방식은 대략 이렇습니다. 설치 작품은 크기가 커서 그 안으로 관람객이 들어갈 수 있어요. 접힌 종이에서 몇몇 단어를 읽을 수 있지만,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죠. 이렇게 파편화된 정보, 의미의 탈락 속에서 관람객은 ‘글로써 아는 것이 진짜인가?’ 혹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진짜인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즉 진짜에 대한 질문을 2차원의 글이 아닌 3차원 작품으로 ‘경험’하는 것이죠.
작품마다 종이 재질이 다른 것도 흥미로워요. 오래된 잡지, 철 지난 신문 등 다양한데 저마다 다른 의미가 있는 건가요? 어떤 종이를 사용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몇 년 전 ‘To the Exodus’라는 작품을 만든 적이 있어요. 성경을 한 장 한 장 접어서 이은 것으로 ‘인간이 글을 읽고 신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작품이죠. 하지만 넓게 보면 제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같아요. 과연 무엇이 진짜냐는 거죠. 종이는 그걸 나타내는 수단일 뿐이고요.

Study for Vibrating String Patterns #105(부분), Laser Film, Resin, Plexiglas, Light, 22×42×15cm, 2018, 1,200,000
설치 작품은 주로 나선형 끈 모양입니다. 이 형태는 어디서 영감을 받은 건가요? 설치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 그것이 들어갈 장소부터 살핍니다. 공간에 작품을 세우기보다는 공간 속 숨은 공간을 ‘발굴’하는 느낌으로 접근하죠. 그래서 작품이 원래 그곳에 있었던 듯 자연스러운 모양이 나오는 겁니다. 또 저는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에 호기심이 많아 물리학 서적을 즐겨 읽어요. 그중에서도 모든 것이 1차원의 끈으로 이루어졌다는 내용의 ‘초끈이론’에 관심이 많은데, 설치 작품의 끈 모양은 이와도 관련이 있죠. 말하자면 철학과 물리학 두 방면에서 진짜를 탐색하는 겁니다.
전시에선 회화적 요소가 돋보이는 평면 작품을 주로 선보입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설치 작품과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여요. 우선 평면 작품을 만들게 된 이유부터 설명해드릴게요. 어느 날 작업을 되돌아보니 대형 작품밖에 없더라고요. 작은 작품도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시도를 해봤죠. 처음엔 설치 작품을 축소했는데 의도한 느낌이 나지 않더군요. 설치 작품은 관람객이 그 안에 들어와 입체적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한데, 크기가 작아지면 그럴 수 없거든요. 고민을 거듭하던 중 ‘빛의 효과’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설치 작품의 구성 요소인 레진을 입힌 종이에 빛을 비추면 발광하는 듯한 느낌이 나거든요. 이 느낌을 극대화한 게 평면 작품입니다. 색을 입힌 레진을 붓고 굳히는 과정을 반복해 오묘한 무늬를 만들고, 그 위에 레진 먹인 종이를 붙여 완성했죠. 작품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통해 공간이 확장하는 느낌을 냈고요.

Dimension Study in Blue #19(부분), Rice Papers, Resin, Plexiglas, Light, 92×122×23cm, 2015, 11,500,000
그렇다면 주제 면에서 설치 작업과 연관성이 있겠네요? 그럼요. 작품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 제가 던지는 질문의 내용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Study for Vibrating String Patterns’ 시리즈의 동그란 종이 모양은 초끈이론의 진동하는 끈을 생각하며 만든 거예요.
전시를 본 관람객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세요? 제 역할은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작품을 이해하는 건 관람객의 몫이죠. 그러다 보니 여러 해석이 나오는데, 그 다양성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생각해요. 미국의 한 전시에서 종이 설치 작품을 선보였는데, 몇몇 관람객이 이를 보고 도시 지형도를 형상화한 것이냐고 묻더군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 역시 일리가 있어 고개를 끄덕인 기억이 납니다.

Dimension Study in Arabesque #5, Rice papers, Resin, Plexiglas, Light, 41×45×9cm, 2018, 3,000,000
작품 활동을 하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요? 작가가 작업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즐거워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작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걸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요. 제가 보기에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어야 다른 사람 눈에도 좋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에서 순수 미술 석사과정을 밟았고, 이후 10년 가까이 뉴욕에서 작업했습니다. 오랜 미국 생활이 작품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요. 미국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며 놀란 게 하나 있어요. 학생이든 작가든 작업만 하는 게 아니라 미술 이론을 충분히 공부하고 이에 관해 토론하는 문화였습니다. 서로 의견을 나누면 지식이 체화되고, 그걸 바탕으로 자신의 작업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고민을 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일어나죠. 개인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작업에 몰두하는 것만큼 이론적 토대를 쌓는 데도 공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장 저 자신부터 그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고요.

Study for Vibrating String Patterns #8, Mylar, Resin, Plexiglas, Light, 45×62×28cm, 2018, 3,800,000
오랜 타지 생활을 접고 얼마 전 귀국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도 될까요? 노블레스 컬렉션 개인전에 맞춰 8월 7일부터 16일까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아트스페이스에서 팝업 전시가 열립니다. 10월엔 부산의 예술지구p에서 그룹전이 열리는데, 대형 설치 작품을 가져갈 생각이고요. 11월 제주국제아트페어 특별전에도 참여할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협의 중인 전시가 몇 개 있어요. 쉴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만큼 제 작품 세계를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쁘고 영광입니다.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진행 박소희, 임슬기, 명혜원, 채우리 사진 김잔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