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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jhin Baik 백현진

미분류

화가, 가수, 때로는 연기자, 혹은 아티스트. 백현진의 이름 앞에 붙는 단어는 여러 가지다.
그리고 그 모든 활동은 어김없이 백현진만의 정서로 채워져 있다.
그는 자신의 모든 창작 활동이 한 개인의 삶을 드러내는 것이자,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놀이라고 말한다.

작업실에서 백현진

백현진의 다음 모습은 어떨까, 대중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겨울 가장 집중하고 있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요즘 한창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가설이랄까,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주제가 있는데 그것이 어떤 형태로 나올지는 실험을 해봐야 알 테니 우선 붓질을 하면서 겨울을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떤 테마의 작품인가요?
전 개념미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작품이 완성되기 전까지 망상 같은 걸 갖고 있는 편이에요. 늘 주제를 정하고 작업하는 건 아닌데 이번에는 단어로 이름 붙일 수 있는 것,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과 관계 있는 것을 한번 그려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이혼’인데, 이혼의 상황이나 그것을 표현하는 사물 같은 게 아니라 저만의 방식에 따라 다양한 레이어로 표현해보고 싶어요.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한번 가보겠다고 마음먹었고, 지금은 테스트 중이에요.
회화와 드로잉 작품이 늘 관람자에게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특히 사람의 얼굴을 표현한 작품은 그 대상이 누구일까, 어떤 자아일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요.
정확히 말하면 ‘사람 같은 것’이죠. 저는 사람을 그리려고 한 게 아니고, 표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려 한 건 더더욱 아니었어요. 온전히 그려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애초에 그런 건 사진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화가로서 표현하고 싶은 건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쓸쓸한 기운이었어요. 그러니 캔버스 속 사람 같은 존재도 구체적인 누군가가 아니라, 제가 대도시에서 봐온 인간의 평균치에 대한 느낌을 그린 거예요. 대상보다는 그 분위기를 담으려 한 작업이죠.
2012년의 런던 전시나 2013년 독일 쾰른에서 개최한 개인전에서도 ‘인물화처럼 보이는’ 작품을 선보였죠. 그런데 올해 선보인 작품은 좀 다른 느낌이에요. 더 이상 구체적인 형상은 그리지 않기로 한 것인가요?
네. 당분간은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형상에서 벗어난 것을 그리려고 해요. 원래 해보고 싶은 작업이었는데 이제는 좀 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방향으로 갈 생각이에요. 하지만 특별히 재료의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고 지금처럼 작품마다 적절한 방식과 재료를 사용하겠죠.
화가로서 활동 외에 음악 작업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요? 어어부 프로젝트가 14년 만에 정규 앨범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네. 5년 전부터 어어부 프로젝트의 리더 장영규 씨와 다시 한 번 앨범을 내자는 이야기를 나눴고 방향이 잡혔어요.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인데, 신작 앨범의 타이틀은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입니다. 한 탐정이 1년 동안의 기록이 담긴 종이 뭉치를 잃어버리고 그것을 누군가가 주워서 소개한다는 내용이죠.
단편영화를 연출한 경험도 있고, 또 얼마 전에는 영화 <경주>에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와 영화음악도 선보였습니다. 그렇듯 다양한 역할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하나요?
가수이자 화가, 혹은 화가이자 가수. 단편영화를 연출한 건 미술에서 확장된 동영상 작업에 가까웠다고 생각해요. 그 때문에 감독 데뷔를 했다고 할 수는 없어요. 연기에 대해서는 <경주> 이후로 태도가 좀 달라졌어요. 지금껏 배우로서 직업적 자각은 없었는데, 이젠 좋은 감독을 만나고 기회가 닿는다면 연기도 즐겁게 하려고 해요.
그럼 지금처럼 그림을 그리고 음악 작업을 할 때, 백현진이라는 사람이 하고 있는 작업을 아우르는 요소가 있나요?
그건 분명히 제 밑바탕에 단단히 깔려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 한 사람이 하는 작업이니까요. 이런 말은 젊을 땐 함부로 하지 못했는데 이제 나이가 40대 중반을 향해 가니 변하지 않는 철학이나 가치관 같은 것에 대해 말하게 되네요. 그것을 표현하면서 그림이 필요할 때는 그림을 그리고, 그 도구가 적당하지 않을 때는 내게 음악이란 도구도 있으니 음악을 해요. 애플리케이션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까요? 그림과 음악이라는 앱으로 다 표현하지 못할 때는 또 다른 앱인 동영상 작업을 하는 거죠.
음악 활동을 주로 한 시기가 있고, 아라리오갤러리 전속 작가로 그림만 그리던 시절도 있었죠. 그 시기를 거치며 지금 여러 도구를 적절히 사용하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물리적으로 둘 중 하나에 좀 더 시간 안배를 해야 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제 작업에서 음악과 그림은 계속 서로 영향을 미쳐왔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에게 노출되는 방식이 다를 뿐이죠. 달리 말하면 전 노인이 될 때까지 그 둘 모두를 놓지 않을 것 같아요. 붓질하고 노래하면서 사는 게 정말 즐거우니까요.
1990년대 중반부터 활동해 20년이 흘렀는데, 돌아보면 무엇이 이 길로 이끌었다고 생각하세요?
예술가를 열망한 건 고등학교 때부터였어요. 당시 최정화, 이불, 안은미 같은 이들의 활동을 보면서 예술을 하는 것이 참 재미있어 보였고 나도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홍익대학교 조소과에 들어간 뒤 바로 장영규 씨를 만나 음악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삶과 절대 분리할 수 없는 게 바로 예술이죠.
본인이 가고 있는 길에 대한 확신, 혹은 아티스트로서 창작 과정 중 작품에 대한 확신이 들 때가 있나요?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요. 제 솔로 앨범 <반성의 시간> 작업을 할 때 잘 팔릴 것인가 아닌가와 상관없이 이 앨범이 한국 팝 역사에서 꽤 특별한 물건이 되겠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후로는 그런 확신이 들더라도 스스로 잊기 위해 노력해요.
왜죠?
보통은 결국 낙담하게 되거든요. 뭔가를 만들어가는 게 대체로 낙담하는 과정이에요. 그렇다고 제가 특별히 힘든 길을 가는 건 아니고 대부분 그렇게 살지 않나 생각해요.
관객이나 관람자로서 그 과정에서 탄생하는 작품이 무척 흥미로워요. 지금까지 해온 작업 외에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스탠드업 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장르고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우디 앨런이나 빌 머리 모두 스탠드업 코미디 쪽 출신이잖아요. 외국의 형식을 따르려는 건 아니고 저만의 방식으로 색다른 공연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가장 가까운 미래에 만날 수 있는 백현진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선 어어부 프로젝트의 새 앨범으로 대중과 다시 만날 거고, 작은 공연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어요. 작업 중인 그림은 아마 내년 말 이후 개인전을 통해 공개하게 되겠죠. 이제 그 전시를 한국에서 할지 외국에서 할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에요. 지금 연남동 작업실을 공사 중인데, 그림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어요. 완성되면 화가로서 활동에도 좀 더 진전이 있을 것 같네요.

뭉게구름, 캔버스에 유화, 200×200cm, 2010~2011
Courtesy of artist and Choi&Lager gallery

발음되지 않는 티셔츠, 캔버스에 유화, 291×250cm, 2008

문명의 골짜기, 유화용 종이에 유화, 오일 스틱, 페인트 스프레이, 130×100cm, 2014
Courtesy of artist and Choi&Lager gallery

염기 섞인 붉은 책(90장 중 01), 샤프펜슬, 21.5×14.5cm, 2004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안미영(프리랜서) 사진 김제원(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