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 Krijger 마르트 크레이허리
네덜란드 출신인 마르트 크레이허리는 물소의 두개골을 재료로 조각 작품을 만드는 미술가이며 화려한 색의 아트 패널로 인테리어 애호가를 사로잡는 유능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예술이 고상하고 고상하지 않고는 문제가 안 된다.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주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는, 이전엔 없던 새로운 유형의 아티스트니까. 그가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을 끼워 맞춰 만든 두개골 작품은 그 자체로 오라를 내뿜으며, 60명이 넘는 스태프를 거느리고 완성한 아트 패널 작품은 공장에서 만든 기성품처럼 딱딱 맞아떨어진다. 예술을 놀이처럼 생각하며 결코 엄격한 정통 미술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작업하는 마르트 크레이허리를 만났다.
‘제품’처럼 ‘작품’을 만드는 마르트 크레이허리.
여행을 통해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는 작가가 있습니다. 당신도 그런 경우로 알고 있고요.
네, 맞습니다. 수년 전, 보석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시절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다 우연히 한 디자인 스튜디오에 걸려 있던 물소의 두개골을 보고 지금의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당시 전 금속과 작은 돌 알갱이를 혼합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물소의 두개골은 그걸 실험해보는 베이스로도 아주 적합했죠.
고심하던 실험이 물소의 두개골로 빛을 본 거네요?
그렇습니다. 한데 동물 뼈에 금속을 입히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수십 개의 두개골을 날려먹고서야 겨우 지금과 비슷한 모양새가 나왔으니까요. 아, 그런데 제가 지금 얘기하는 ‘금속’은 구리나 납 같은 일반 재료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노랑가오리나 연어 껍질, 벌집 등을 섞어 만든, 독특한 질감과 특성을 지닌 저만의 특수 금속을 말하죠.
그런데 특수 금속을 사용하고도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두개골에 또다시 입힌 이유는 무엇인가요?
금속을 입힌 두개골과 손질 안 된 두개골이 겉보기에 별 차이가 없어서였습니다. 그래서 이후엔 색이 화려한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을 입혔죠. 결과적으로 그 조합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로즈 골드부터 포금(청동의 일종)까지 여러 종류의 도금을 통해 작품이 빛을 발하게 됐죠.
최근엔 많은 작가가 비즈나 크리스털을 작품의 일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데 당신같이 유독 한 브랜드의 제품만 고집하는 사례는 조금 드문 것 같아요.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스와로브스키는 새로운 크리스털을 늘 아름답고 좋은 품질로 선보입니다. 그 때문에 전 그들이 보내는 뉴스를 받아보고 그들의 제품을 애용하죠. 물론 그들이 보낸 자료를 보고 영감을 얻기도 하고요. 작품의 퀄리티를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에요.
동물의 두개골로 만든 작품은 이따금 윤리 문제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당신도 물론 그런 일을 겪었겠죠?
물론입니다. 제 작품이 좋다며 사가고도 그걸 거실에 걸지 않는 이도 있죠. 한데 동물의 윤리에 관해 말하길 좋아하는 이들도 이건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쓰는 가죽 지갑이나 벨트, 가방 같은 물건도 결국 동물의 가죽이란 것을요. 전 결코 제 작업을 위해 동물을 죽이지 않습니다. 누가 쓰다 버린 재료로 작품을 만들죠. 물소 고기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고, 그 발톱이나 뼈는 패션과 의약 산업에 두루 쓰입니다. 하지만 머리만큼은 어디에서도 쓰지 않죠. 그걸 제가 쓰는 겁니다.
대표작인 두개골 작품과 아트 패널은 각각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 궁금합니다.
두개골 작품은 주재료인 물소의 두개골이 스튜디오로 배달되면 곧장 금속화(metalizing) 작업에 들어갑니다. 도금한 두개골에 색이 필요하다 싶으면 스프레이 처리도 하죠.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과 가죽 그리고 특수 화장품을 섞어 만든 래커를 뿌리는 건 그다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품에 이름을 붙이죠. 두개골 작품에 각각 고유의 이름을 붙이는 건 제 철칙입니다. 아트 패널 작품의 경우 인테리어에도 많이 쓰입니다. 색과 종류가 다양하죠. 보통 하나로 짠 대형 대리석에 크기가 다른 200여 개의 미니 패널을 올리고, 그 위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과 실크, 깃털, 신문지, 바다뱀 가죽, 달걀 껍데기 등을 붙여 완성합니다. 정말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죠.
아트 패널은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색도 정말 화려합니다. 인테리어 재료로 쓰기엔 사실 조금 부담스러울 것도 같지만요.
모든 아트 패널 작품이 화려한 건 아닙니다. 아트 패널의 경우 여행을 통해 특히 많은 영감을 얻는데, 여행지에서 사람들이 대화하는 모습, 나 자신이 서 있는 장소의 분위기를 고려하다 보면 이따금 작품이 완전한 초록색을 띠거나 어두컴컴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트 패널은 꽤 여러 국가에서 인기가 있습니다. 카리브 해의 작은 나라들부터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두바이, 미국, 네덜란드까지 다양하죠.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대략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나요?
두 작품 모두 보름쯤 걸립니다. 두개골 작품은 그 기간이면 클리닝과 도금, 뿔에 광을 내는 작업까지 마칠 수 있죠. 물론 이렇게 ‘날짜를 맞추려면’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달려들어야 합니다.
아트 패널을 만들 땐 한 번에 60명이나 되는 스태프가 함께 작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조수를 거느린 앤디 워홀이나 제프 쿤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문득 이런 질문도 생각났습니다. 작품의 구상에서 마무리까지 모두 작가의 손으로 완성해야 한다는 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리 와 닿는 얘긴 아니네요. 그건 많은 사람이 제 작품을 보고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는 건 알아차려도, 60명이나 되는 사람이 모여 만든 작품이라는 건 알지 못하는 것과 같죠. 제 이름을 걸고 나오는 두개골 작품과 몇몇 아트 패널 작품은 적게는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재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저의 디렉팅에 의해 각각 알맞은 색과 재료의 균형을 갖추죠. 하지만 제가 그것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할 때 사용하는 캔버스나 물감, 붓 등은 모두 다른 이들이 만든 것입니다. 이런 예는 미술계 어디에나 적용되는 사실이고요. 그렇다면 제 작품은 과연 얼마나 많은 이가 모여 만든 것이 되는 건가요?
재치 있는 답변이군요. 그럴 경우 스태프를 전혀 쓰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제가 앤디 워홀이나 제프 쿤스라도 되는 양 작업하지 않습니다. 전 그저 제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행복한 사람이죠.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건 행복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자유다.’
당신 작품은 꽤 매혹적이고 사람을 잡아끄는 뭔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선 ‘작품’보다 ‘제품’에 가까운 듯한 이미지도 있죠. 당신은 자신이 아티스트와 사업가 중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까?
저는 돈을 버는 일보다 뭔가를 만드는 일에 더 흥미를 느낍니다. 다른 이들에게도 비즈니스맨보다 아티스트로 불리는 게 나을 것 같고요. 어릴 적 제 아버지는 화가였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그림을 판 수입을 관리했습니다. 지금의 전 두 분을 반씩 섞어놓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역시 아티스트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길 바랍니다.
지금껏 만든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건 무엇인가요?
가장 최근에 만든 물소 두개골 작품이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팔지 않고 소장하고 있죠. ‘Kupra’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볼 부분을 철로 장식하고 두개골의 중앙 부분에 가죽을 덧대어 다양한 색을 매치했습니다.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을 땐 무엇을 하세요? 전문 인테리어 컨설팅을 한다고 듣긴 했습니다만.
‘Global Fuzion Materials’라는 회사에서 고급 호텔의 테이블이나 벽을 직접 데커레이션해주거나 그와 비슷한 업무를 컨설팅해주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걸 창조해내기 위해 인테리어 디자이너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죠.
새해 계획은 어떻게 세우셨나요?
일단은 새해에도 여행을 자주 하며 각 나라의 특색 있는 미술 재료를 찾아내고 싶습니다. 최근에도 여행을 통해 도금한 나무껍질이나 흰개미집을 잘라 그 안에 에폭시를 채워 넣는, 작품에 도움이 되는 새 재료를 고안했죠. 새해엔 몽골이나 쿠바 같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으로 여행을 떠날 생각입니다.
미니 아트 패널 ‘Red Emotion’. 벌집과 달걀 껍데기,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이용해 만들었다.

청동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입힌 뒤 초록색 래커로 마무리한 두개골 작품 ‘Groen-Zijde(녹색 측면)’

마르트 크레이허리의 작업실에 장식된 두개골 작품. 뿔은 순은으로 감싸고, 두개골엔 크롬을 입혔다.

진주와 소라껍질, 터키석 등으로 만든 아트 패널. 고급 실내 인테리어와도 조화롭다.

두개골 작품과 결합된 아트 패널. 부티크 호텔의 실내 장식으로도 자주 쓰인다.

아트 패널 ‘Pasha’s Dream’. 바다뱀 가죽,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노랑가오리, 깃털 등으로 만들었다. 모던한 컨셉의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린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제공 마르트 크레이허리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