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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가린 컬렉터, 그 찰나의 전시

ARTNOW

굵직한 두 아트 페스티벌의 개최로 수많은 컬렉터가 몰려드는 늦가을의 싱가포르, 그 뜨거운 여세를 이어갈 베일에 가린 컬렉터 하디 앙의 아주 짧은 전시.

로날드 벤추라의 ‘Resurrection’

아구스 수와게의 ‘Over Smiling Green Face’

11월, 싱가포르에선 2개의 대규모 아트 페스티벌이 열린다. 어포더블 아트 페어(Affordable Art Fair)와 싱가포르 아트 페어(Singapore Art Fair)가 그것. 아트 페어는 일반 관람객이나 컬렉터에게도 흥미로운 행사지만, 무엇보다 싱가포르라는 지리적 특성 덕에 동남아시아의 크고 작은 컬렉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즈음 싱가포르의 갤러리와 미술관에선 크고 작은 연계 행사가 열리는데, 그 가운데 주목해야할 것 중 하나가 바로 하디 앙(Hady Ang)의 컬렉션 전시다. 지난 7년간 독보적인 개인 컬렉션을 만들어온 하디 앙은 사실 일반인은 물론 싱가포르의 컬렉터 사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가 갤러리 전시나 아트 페어에서 작품을 사기보다는 작가에게 직접 작품을 주문해 구입하는 스타일이기 때문. 따라서 400여 점에 이르는 그의 소장품은 대부분 일반에게 공개한 적도 없다. 하디 앙은 자신의 컬렉션에 ‘PIGs’, 즉 ‘돼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정치(politics), 불멸(immortality), 신(gods)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역사와 종교, 정신, 죽음 등 인간의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활동하는 대표적 예술가의 미공개 작품을 소개할 예정인데, 그중엔 정치 포스터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작가 알릿 암바라(Alit Ambara)의 작품도 끼어 있다. 그가 정치를 주제로 작업한 일련의 작품은 인도네시아의 근·현대사를 직간접적으로 소개하는 예술가의 다양한 사고와 시각, 표현 방식을 보여준다. 특히 208점에 이르는 알릿의 정치 포스터 시리즈는 1964년부터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올해까지 인도네시아 역사를 기록한 한 편의 대서사시. 문학이나 음악처럼 미술 역시 시각언어로 표현하는 예술가의 작품이라고 믿는 하디 앙은 알릿의 포스터 작품을 모두 사들여,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인도네시아의 역사 다큐멘터리를 소개한다. 한편 필리핀 작가 안톤 델 카스틸로(Anton del Castillo)의 삼면화 ‘Man Created God’는 신이 인간을 창조한 게 아니라 인간이 신을 창조했다고 말하는 대형 작품. 다양한 종교 지도자와 교리의 차이에도 인간은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고 영생을 얻고자 신을 창조했다는 안톤의 작품 속 이야기는 사실 하디 앙의 생각이기도 한데, 하디가 작가에게 직접 주문한 이 작품엔 인간이 유인원의 모습에서 진화를 거치는 일련의 과정이 묘사돼 있다. 그런가 하면 인도네시아 출신 젊은 작가 다노(Dahnoe)의 ‘Beautiful Death’도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봐야 할 작품. 슬롯머신처럼 주사위에 의해 결정되는 불확실한 인간의 삶을 거대한 해골 이미지 안에 녹여낸 다노의 작품은 하디 앙의 컬렉션 컨셉과도 꼭 들어맞는다.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 싱가포르 ‘Art Space@Helutrans’에서 열리는 하디 앙의 소장품전 에선 그의 소장품 250여 점을 소개한다. 고작 사흘 동안 열리는 짧은 전시지만, 이제껏 접하지 못한 보석 같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