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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의 현명한 조우

ARTNOW

도시의 오래된 가치를 지켜낼 것인가, 미래를 위해 과감한 혁신을 시도할 것인가? 런던이 찾은 해답은 둘 사이에 ‘예술’이란 가교를 놓는 것이다.

코번트 가든에 설치한 앨릭스 치넥의 ‘Take my Lightning but Don’t Steal my Thunder’

레이철 화이트리드의 작품으로 장식한 화이트채플 갤러리의 외관

애니시 커푸어의 ‘아르셀로미탈 오빗’

레이철 화이트리드의 작품으로 장식한 화이트채플 갤러리의 외관

예술, 오래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다
오래된 도시의 딜레마 중 하나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개발’과 과거를 지켜내고자 하는 ‘보존’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오래된 가치를 지키는 데 너무 집중하면 도시는 박물관 속에 갇힌 유물이 되어버린다. 반면, 미래를 위해 변화만 따라가다 보면 도시는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런던이라는 도시의 매력은 이러한 딜레마를 다양한 분야를 통해 해결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우러져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패션·금융·예술·의료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주도하는 세계적 도시 런던은 그 명성에 걸맞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지만, 도시의 외관을 이루는 건물과 거리는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200년 전 모습 그대로 무게를 지키며 남아 있다. 그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예술이다. 런던은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한자리에 그대로 남아 배경이 되어버린 거리와 건물들을 새롭게 환기시키며 오래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공중으로 떠버린 184년 역사의 코번트 가든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코번트 가든(Covent Garden)은 184년이라는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공간이다. 과거 청과물 시장으로 활용했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런던을 대표하는 쇼핑센터로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로열 오페라하우스와 크고 작은 극장 덕분에 늘 인파로 붐비는 이곳은 영국의 대표적 건축가 이니고 존스(Inigo Jones)가 지은 17세기 건물이다. 존스가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건축양식을 영국에 처음 소개한 인물인 만큼, 그의 대표작인 코번트 가든 역시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은 탁 트인 광장을 품고 있다. 더불어 1830년대에 노점을 열 수 있도록 유리 지붕을 덮으며 현재와 비슷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늘 서커스와 퍼포먼스, 다양한 거리 콘서트가 열리는 활기찬 코번트 가든 광장이 한결같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를 초대해 매번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내기 때문이다. 제프 쿤스의 거대한 풍선 토끼와 데이미언 허스트의 스핀 아트 퍼포먼스 등 그간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보여준 명소. 코번트 가든이 최근 런던에서 활동 중인 아티스트 앨릭스 치넥(Alex Chinneck)의 작품 ‘Take my Lightning but don’t Steal my Thunder’로 또다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얼핏 보면 마술 쇼의 한 장면 같다. 코번트 가든을 이루는 기둥과 벽이 반으로 쪼개져 공중에 분리되어 있고, 그 사이 공간을 통해 건물 뒤편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젊은 아티스트 앨릭스 치넥은 건축을 이용한 실험적 컨템퍼러리 아트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영국 켄트 지방의 마게이트(Margate)에 설치한 ‘From the Knees of My Nose to the Belly of My Toes’는 마치 건물이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런던의 서더크(Southwark) 지역에 설치한 ‘Under the Weather but Over the Moon’ 역시 건물 자체를 뒤집어놓은 듯한 형태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치넥은 코번트 가든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인 자신의 작품이 수많은 런더너와 관광객에게 다시 한 번 그 장소와 건물에 대한 긍정적 인상을 줄 수 있도록 오래된 마켓 건물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동시에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기를 원했다고 한다. 100명이 넘는 각 분야의 전문가와 500시간에 걸쳐 진행한 디지털 커빙(cubbying), 14톤의 철근을 이용해 완성한 그의 마술 같은 작품은 이미 이곳을 지나는 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런던의 대표적 건축 프로젝트
코번트 가든 프로젝트를 비롯해 런던은 다양한 아티스트의 건축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대표적 예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엘리자베스 파크에 설치한 ‘아르셀로미탈 오빗(ArcelorMittal Orbit)’. 영국이 사랑하는 세계적 아티스트 애니시 커푸어(Anish Kapoor)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도무지 형태를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이 실험적이고 유기적인 형태의 빨간색 전망대는 예술가의 상상력이 엔지니어의 기술을 확장시킨 결과다. 한편 해크니(Hackney)에 위치한 화이트채플 갤러리(Whitechapel Gallery)의 외관은 yBa(young British artists)의 멤버 중 한 명으로 터너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작가 레이철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의 작품이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런던 올림픽과 세계장애인올림픽을 기념하며 런던 2012 페스티벌(London 2012 Festival)의 일환으로 기획한 이 작품의 제목은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최초의 갤러리 건물 위 테라코타로 장식되어 있던 식물 모양을 모티브 삼아 브론즈로 주조한 후 도금해 완성한 것이다. 작품 속 잎사귀는 부들레야와 같이 대도시에 끈질긴 생명력으로 자생하는 흔한 식물에서 영감을 얻었다. 레이철 화이트리드의 ‘Tree of Life’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변화를 꾀했지만 결국 완성하지 못한 화이트채플의 외관을 예술가의 섬세한 손길과 의미 있는 주제로 매만진 뒤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제목 그대로, 예술을 통한 지역사회의 재생을 상징하는 작품인 셈이다.

에디터 류현경
양혜숙(기호 리서처, semiotics resear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