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뉴욕
미국 소설가 톰 울프가 “마치 날씨의 일부분인 것처럼, 공기 속에 문화가 녹아 있다”라고 했다. 뉴욕은 문화를 빼놓곤 도대체 설명이 불가능한 도시다. 그곳에서 매일 벌어지는 흥미로운 일 중 콕 집어낸 아트 소식 2가지를 전한다.
온라인 미술 플랫폼의 선두에 있는 아트시

비영리 미술 기관의 기금 마련 경매까지 진행하는 패들 에이트
온라인으로 미술품 팔기, 누가 누가 잘하나
일반인에게 미술 시장은 좀처럼 진입하기 어려운 곳이다. 매물 정보 자체를 찾기 어려운 데다, 작품을 살 때도 진위여부는 물론 가치까지 꼼꼼히 따지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한데 최근 수백 년이나 이어온 이러한 미술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다양한 시도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미술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작가와 갤러리, 컬렉터를 직접 연결하는 아트시(Artsy)와 온라인 경매 회사 패들 에이트(Paddle 8), 더불어 아마존(Amazon), 이베이(eBay), 인스타그램(Instagram) 등이 미술품 거래를 위한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으로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곳은 단연 아트시다. 뉴욕에 본부를 둔 아트시는 2012년 10월 대중에게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누구든 전 세계 미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술 전시와 교육 자료, 작가 소개뿐 아니라 아트시의 회원 갤러리들이 올려놓은 판매 작품 정보까지 모두 볼 수 있게 했다. 더 흥미로운 건 이들이 현재 진행 중인 ‘아트 게놈 프로젝트(Art Genome Project)’. 이 프로젝트는 미술 사학자와 컴퓨터 공학자들이 방대한 미술 작품을 소위 ‘유전자’ 그룹이라는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한 뒤, 자동화 알고리즘을 거쳐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작품을 추천하는 시스템. 미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접근 가능한 정보와 교육에 의해 성장한다고 믿는 아트시의 창업자 카터 클리블랜드(Carter Cleveland)는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길거리에서 음악을 즐기듯 어디서나 인터넷으로 미술을 접하고 개개인이 쉽게 미술 작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트시는 현재 영리 기관(상업 갤러리)과 비영리 기관(미술관, 박물관 등)으로 구분해 파트너를 선발하고 있다. 현재 가고시안과 페이스 같은 유명 갤러리뿐 아니라 퐁피두 센터, 구겐하임 미술관, 대영박물관 등 전 세계 230여 개 미술 단체와 파트너 협약을 맺고 있다. 한국에선 지난 6월 한국사립미술관협회가 최초로 비영리 미술 기관 파트너로 선정돼 한국의 작가, 작품과 미술계 소식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됐다. 한편 아트시만큼이나 화제가 되고 있는 곳이 온라인 경매 회사 패들 에이트다. 아트시와 마찬가지로 뉴욕에 사무실을 둔 이곳은 온라인으로 미술품을 판매하며 비영리 미술 기관의 기금 마련 경매도 진행한다. 전시 공간 유지비와 작품 운송 및 관리비 등이 필요한 오프라인 경매 회사에 비해 소요 비용이 적어 수수료 인하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 물론 이곳에서 작품을 살 땐 실물을 보지 못하고 온라인상의 이미지만 참고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저가 미술품은 이런 온라인 경매 회사가 점점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엔 소더비도 이베이와 손잡고 라이브 옥션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또 아마존에선 수집품과 미술품을 다루는 새로운 부문을 시험 서비스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판매자가 직접 자신의 계정에 작품 정보를 올리고 구매자를 찾는 방식으로 소액 미술 시장으로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컬렉터로 입문한 사람들에게 소액 미술품을 사고파는 열린 정보 시장으로서 온라인 플랫폼은 매우 유용한 공간이 될 것이다.
이케다 료지의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
Ka-Man Tse for @ TSqArts

아이작 줄리언의 ‘플레이 타임’
Ka-Man Tse for @ TSqArts
매일 밤 3분, 타임스스퀘어를 채우는 공공 미술
맨해튼 곳곳에는 유명 작가의 공공 미술 작품이 설치돼 있다. 로버트 인디애나나 애니시 커푸어, 제프 쿤스의 작품을 아무렇지도 않게 길가에서 맞닥뜨릴 수 있다는 얘기. 작가의 명성과 작품의 수준, 나아가 기획력과 관리라는 측면에서 뉴욕의 공공 미술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한데 여기 뉴욕의 밤을 밝히는 또 다른 독특한 공공 미술 프로그램이 있다. 비영리 단체 타임스스퀘어연합(Times Square Alliance)이 주관하는 ‘타임스스퀘어의 자정(Times Square Midnight Moment)’이란 프로젝트다. 세상에서 가장 붐비는 보행자 교차로 중 하나인 타임스스퀘어는 밤이 되면 몇 블록에 걸쳐 현란하게 점멸하는 전광판으로 장관을 이룬다. 타임스스퀘어의 자정 프로젝트는 이러한 전광판을 이용해 매일 밤 11시 57분부터 자정까지 미디어 작품을 3분간 소개한다. 나스닥, MTV, ABC 등 평소 각종 뉴스와 광고를 전하는 전광판이 이 3분간은 오롯이 한 작가의 작품을 담는 스크린이 되는 것. 전광판에 나타나는 이미지에 따라 타임스스퀘어는 숲이 되고 사막이 되며, 거대한 캔버스로 변했다가 때론 극장이 된다. 2012년 5월에 처음 시작한 이래 매달 한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을 선보인 타임스스퀘어의 자정. 그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영상 작가 아이작 줄리언(Isaac Julien)은 자본과 미술의 관계를 다룬 영상 작품 ‘플레이 타임(Play Time)’을 3분 길이로 편집해 선보였고, 가수 비오르크(Bjork)는 뮤직비디오 감독 앤드루 토머스 황(Andrew Thomas Huang)과 공동으로 몽환적인 뮤직비디오 ‘뮤추얼 코어(Mutual Core)’를 소개했으며, 한국 작가 조승호의 작품 ‘부표(Buoy)’는 캘리포니아의 사막을 타임스스퀘어 한가운데로 옮겨와 주목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타임스스퀘어의 광고를 주관하는 타임스스퀘어광고협회 회원사들이 광고 시간 3분을 대중에게 기부하며 이루어졌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회사는 조금씩 다르지만, 앞으로 스크린 수를 점차 늘려나가는 것이 목표. 창의적 기획과 예술을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만나 잠들지 않는 뉴욕의 명성에 걸맞은 공공 미술로 결실을 본 셈이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글 황진영(독립 큐레이터, 아트 어드바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