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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끝나지 않았다

LIFESTYLE

65세의 디자이너 김영세는 오늘도 가슴이 뛴다. 올해 ‘T라인 바이 이노’를 런칭하며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브랜드를 갖는 오랜 꿈을 이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1 경리단길에 오픈한 이노D숍 2 이브자리 코디센 삼성점의 T라인 바이 이노 숍 3 국립중앙박물관 나들길

지난 토요일(10월 25일) 경리단길에 오픈한 이노D숍에 다녀왔어요. 소프트 오프닝이라던데, 매장은 이미 다채로운 이노의 제품으로 가득 차 있더군요. 이제 시작이죠. 도전이고요. 그날 처음 출시했다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만지작거리다 <퍼플피플>이라는 책을 샀어요. 인터뷰이에 대한 제 마음입니다.(웃음) 감사해요. 매출도 올려주시고. 혹시 이노 멤버십에는 가입했나요? 딱히 서류를 쓴 건 없는데 5% 할인 혜택을 적용해주던데요. 그럼 자동으로 우리 이노의 멤버가 된 거예요. 멤버가 되면 특혜가 있나요? 선착순 5000명에 한해 평생 제품 구매 시 5% 할인 혜택을 줄 거예요. 무엇보다 모든 멤버십 회원은 이노 팬클럽에 속하게 되죠. 디자인은 사랑하는 이를 위한 선물 같은 겁니다. 사랑하는 팬을 위한 선물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 작업에 더욱 정성을 기울일 거고, 각별한 서비스로 우리만의 팬덤을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예를 들면요? 1년에 한두 차례 이노 팬클럽 페스티벌을 여는 것 같은? 올여름 강촌에 오픈한 이노 리조트에서 광연(공연+강연)을 진행할 겁니다. 미칠 광, 빛날 광. 미치고 빛나는 그런 날이 되겠죠.

디자이너 김영세를 만났다. 이노디자인 대표, 가장 높은 자리에서 신입 사원만큼 열정적으로 일하는 회장님. 중학교 시절 친구 집에서 우연히 펼쳐든 잡지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에 매료되어 산업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그. 서울대학교와 미국 일리노이 대학을 거쳐 1986년 실리콘밸리에 한국인 최초로 디자인 기업 ‘이노디자인’을 설립했다. 이노라는 이름은 혁신을 뜻하는 단어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본뜬 것.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그는 디자인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미국의 IDEA 금·은·동상을 모두 휩쓸고 독일의 iF, 일본의 Good Design Award 등을 수상하며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 산업디자인을 넘어 브랜드 이미지와 공간 디자인이라는 영역에까지 미다스의 손을 뻗치고 있다. 더불어 창조 경제의 바탕을 이루는 디자인의 가치에 주목해 정부와 기업, 미래의 인재가 될 청춘을 위한 멘토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디자인 그루. 이러한 행보가 가능한 건 그야말로 디자인에 미쳤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인생이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반짝반짝 빛났다. 3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국내 최초의 개인 디자인 박물관 ‘영세킴 디자인 뮤지엄(YKDM)’을 연 것이 시작이다. 뒤이어 ‘T라인 바이 이노(T Line by Inno)’ 브랜드를 런칭했고, 연말까지 3개의 브랜드 숍을 오픈할 계획이다. 경리단길의 이노D숍, 이브자리 코디센 삼성점에 숍 인 숍 형태로 선보이는 T라인 바이 이노 숍. 행복한백화점 목동점에서도 이노의 브랜드 숍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아주 오래된 꿈이었어요. 디자이너가 기업을 통하지 않고 직접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때를 기다렸죠.” 기존에도 간간이 이노 브랜드 제품을 만들긴 했으나 아주 미미했다. 이처럼 자체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가시적 매장 형태를 갖추기까지 20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 여느 기업과 다르다. “이노는 공장이 없는 기업입니다. 우리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찾아 디자인 시장을 개척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실질적 생산은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은 중소기업의 몫이죠.” 그래서 좋은 점은 한계가 없다는 것. 패션부터 리빙용품 전반에 이르기까지 뭐든 만들 수 있다.

이노디자인의 신제품, 이노 허그(hug)

다만 이노의 브랜드 정체성을 잡아줄 확고한 디자인 언어가 하나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모던 코리안의 의미를 내포한 ‘T라인’이다. “12년 전 일이에요. 태극기를 바라보다 문득 아름다운 선의 요소를 발견했죠. 음양을 뜻하는 가운데 태극 문양에서 곡선의 우아함과 부드러움을, 하늘·땅·물·불을 상징하는 사괘에서 직선의 강직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을 결합하면 무궁무진한 조합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상품성만 생각한 것이 아니다. 한국에 대한 디자이너의 진심 어린 애정을 밑바탕에 깔았다. “모던 코리아, 모던 코리아 디자인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이촌역을 연결하는 지하보도인 나들길 작업을 통해 T라인을 활용한 디자인 개발이 가속화되었다. 총 255m 길이의 터널이 그의 화폭이 되었다. 한쪽 벽면에는 태극의 곡선을, 다른 쪽 벽면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적 소장품을 추상화해 신비로운 조명으로 표현했다. 천장과 바닥면은 태극의 사괘를 응용해 디자인했다. 연간 이 길을 지나는 300만~400만 명의 인파 중 상당수가 관광객이다. 그들에게 한국 디자이너가 모던 코리안 스타일로 꾸민 공간 디자인을 보여주는 건 영광스러운 작업이었다고 감회를 전한다. 그는 지금 T라인을 활용해 가구와 침구는 물론 컵과 양초, 접시, 넥타이, 스카프, 여행용 가방까지 다채로운 제품을 만들어낸다. 재능 기부 형식으로 디자인한 한식 세계화 로고, 문화육성위원회와 예술나눔회 로고에도 T라인의 컨셉을 반영했다. “태극기는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세계인 누구에게나 친숙한 이미지로, 쉽게 한국을 떠올릴 수 있는 디자인 모티브입니다. 한국의 브랜드와 디자인을 알리는 데 이만한 게 없을 것입니다. 정부 일을 하는 건 대한민국 디자이너로서 ‘소명의식의 발로’ 같은 겁니다. 어떤 작업보다 보람도 크죠.” 그래서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쓰레기 소각장의 외관을 단장해준 적도 있다. 진한 핑크색 배경에 흰 구름이 떠 있어 이제는 이곳을 ‘구름터’라 부른다 했다.

오늘 오후(10월 27일)에는 이브자리 코디센 삼성점에 T라인 바이 이노 숍을 런칭합니다. T라인 컬렉션의 가구와 침장을 위주로 전시, 판매합니다.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 창립 100주년 기념 사진전에서 본 멋과 기품이 느껴지는 가구네요. 침장 디자인도 은은하고 고급스럽죠. 이브자리와 컬래버레이션한 것인가요? 네, 이브자리의 최상위 제품입니다. 사실 이노D숍과 이곳 매장은 컨셉이 조금 달라요. 이노D숍은 비교적 젊은 층을 타깃으로 라이프스타일과 패션 상품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이노 웨이브, 12월에 출시할 이노 허그 헤드폰 같은 웨어러블 IT 기기를 집중적으로 내세우려 합니다. 대신 여기에선 이노 스타일로 꾸민 거실, 침실을 보여줄 것입니다. 오랜 꿈을 이뤄 참으로 기쁘시겠어요. 20년 전 영국 잡지 <디자인>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들은 질문이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였죠. ‘Made by 이노’가 아닌 ‘Design by 이노’가 이끌어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대답했어요. 네, 꿈을 이뤘죠.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에요. 또 다른 혁신을 향해 도전해야죠. 이노(inno)는 ‘혁신’이니까요.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사진 안지섭(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