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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하면 포르투

LIFESTYLE

흔히 포르투갈 하면 ‘리스본’을 떠올리지만 건축과 현대미술 신(scene)이 리스본보다 발전한 도시는 바로 노던 포르투갈 지역의 포르투(Porto)다.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와 소투 드 모라의 건축이 즐비한 포르투에서 발견한 포르투 건축 문화 예술의 현주소, 그리고 노던 포르투갈의 건축가 듀오 NAAA가 보여주는 포르투에 대한 애정.

하얏트 재단에서는 해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선정한다. 국가와 인종, 종교, 이념에 차별 없이 누구든 지명 가능하고, 그래서 매년 500명 이상의 건축가가 후보로 거론된다. 포르투갈에서는 2명의 건축가가 1992년과 2011년에 각각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한 명은 국내에서 이미 안양 파빌리온과 미메시스미술관, 아모레퍼시픽 연구소를 설계하며 포르투갈 건축의 위상을 널리 알린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Álvaro Siza Vieira)고, 다른 한 명은 시자 비에이라와 더불어 포르투 건축학교가 배출한 최고의 건축가 에두아르도 소투 드 모라(Eduardo Souto de Moura)다. ‘국민 건축가’, ‘국가 대표 건축가’라고 불리는 그들은 현재까지도 포르투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 중이다. 둘 다 포르투가 고향인 탓이다. 노년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그들의 손끝을 거친 건축물은 “모국의 지역적 특색과 현대건축의 절묘한 조화를 이끌어냈다”는 평을 들으며 포르투갈 건축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이 두 거장을 위시한 포르투 출신 건축가들이 쌓아온 건축 예술을 구심점으로 움직이는 노던 포르투갈 문화 예술의 현주소. 그것이 알고 싶다면 포르투의 가장 멋진 미술관에서 어떤 전시가 열리고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시자 비에이라가 설계한 공공주택 (ⓒ 이재이)

세하우베스 재단 건물 앞 정원 (ⓒ 이재이)

세하우베스 미술관(Museu Serralves)
1989년 세하우베스 파운데이션을 설립한 것이 시초. 시자 비에이라가 설계했으며 1999년 완공해 문을 열었다. 시자 비에이라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이 미술관에서 지난 6월 세하우베스 개관 25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82세의 시자 비에이라는 행사에 참석한 게스트의 “만약 지금 이 미술관을 다시 만든다면 지금과 다르게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에 “물론 다르게 설계할 것이 분명하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또 다르니까”라는 현답을 내놓아 박수를 받았다. 44에이커에 달하는 이 미술관은 한때 세하우베스의 사유지였던 세하우베스 공원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2013년에는 구겐하임 아부다비 프로젝트를 맡은 큐레이터 수전 코터를 새 디렉터로 영입해 국제 미술계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한 세하우베스 미술관은 2009년 파주출판단지에 미메시스미술관을 설계한 시자 비에이라의 작품이다. 지역적 환경과 문화적 배경은 다를지라도 시자 비에이라의 손길을 거친 덕분에 미메시스미술관과도 묘하게 닮았다. 포르투 시내 중심가에서 약 4km 떨어져 있지만 전철도, 버스도 미술관 앞까지 연결되지 않아 교통편이 불편한 편. 미술관까지 가는 데도 오래 걸릴뿐더러 건축물과 전시, 그리고 미술관 야외에 설치한 클레스 올덴버그의 거대한 삽 조각을 지나 1930년에 지은 핑크빛 아르데코 건물 카사 드 세하우베스(Casa de Serralves)와 그 앞의 정원까지 다 보려면 한나절을 꼬박 둘러봐야 한다.
<The SAAL Process: Architecture and Participation, 1974-1976>
SAAL(LocalAmbulatory Support Service)은 1974년 포르투갈의 4월 혁명(카네이션 혁명) 몇 달후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한 건축 프로젝트다. 이 운동에 참여한 건축가들은 정부 지원 공공주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건축 행위에 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했다. 대중과 건축가가 함께한 이 운동은 당대 유럽 건축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업이었으며, 부차적으로 포르투갈 건축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시자 비에이라, 페르난두 타보라, 마누엘 비센트, 아르투 로사 등이 SAAL에 적극 참여했다. 내년 2월 1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SAAL의 집단적 경험, 사회적 기억을 그들의 스케치와 도면, 모델, 당시 그들의 활동 상황을 담은 기록사진과 영화 등을 통해 되짚어보고자 기획했다.

조제 드 기마랑이스 국제아트센터 (ⓒ 피타고라스 아키텍츠)

조제 드 기마랑이스 국제아트센터 (ⓒ 피타고라스 아키텍츠)

조제 드 기마랑이스 국제아트센터(Centro nI ternational das Artes José de Guimarães, CIAJG)
지난 2012년 유럽 문화 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로 지정된 노던 포르투갈의 고도이자 포르투갈이 시작된 곳, 기마랑이스(Guimarães)에 조제 드 기마랑이스 국제아트센터가 있다. 황동 사각 파이프로 완성한 외벽이 인상적인 이 미술관은 시내 중심부인 시장 광장(Municipal Market Square)에 들어섰다. 이렇게 옛 시장터를 복합적 문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피타고라스 아키텍츠(Pitágoras Architects)는 4명의 중견 건축가 그룹이다. 밤이면 파사드 안쪽에 숨은 조명에서 색색의 빛을 내는 이 미술관은 단순히 미술관으로서 기능뿐 아니라 시민이 잠시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작은 광장의 역할 또한 하고 있다.
<Porto School: B Side 1968-1978>
진부한 표현이지만 포르투 건축학교는 리스본 건축학교와 더불어 포르투갈 건축계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카를로스 라모스와 페르난두 타보라로 시작해 시자 비에이라, 소투 드 모라로 이어지며 국제적 명성을 얻은 학교이기도 하다. 이 전시는 1968년부터 1978년까지 네오리얼리즘, 실리적 사회주의, 비평적 지역주의로 설명할 수 있는 포르투 건축학교의 공식적 역사 이면의 역사를 보여준다. 일반 역사책에서 볼 수 있는 우월하고 지배적인 역사가 아니라 학술 논문이나 책에서 다루지 않은 소소한 역사를 전한다. 하찮아서 쉽게 잊히는, 누군가가 지워버린 이야기의 아카이브 전시라 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11일까지.
포르투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갤러리
포르투의 후아드미겔봄바르다(Rua de Miguel Bombarda) 거리 주변에는 갤러리와 디자이너, 작가의 작업실이 많다. 당연히 거리에는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많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엔 자연스레 맛집도 생겨나기에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이 길을 따라 걸을 때 반드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할 갤러리 몇 곳을 소개한다.
갤러리 페르난두 산투스(Galeria Fernando Santos)
1993년에 오픈한 이곳은 젊은 포르투갈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키워내며 명성을 쌓은 갤러리다. 같은 지역에 따로 프로젝트 갤러리도 열었고, 옆길 루아아돌포몬테이로에는 프라이빗 감상을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아트 마드리드, 아트 비고 등 스페인에서 열리는 대규모 아트 페어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포르투갈 작가를 지지하고 그들을 널리 알리는데 힘쓰는 갤러리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국제적 작가를 포르투에 알리고 컬렉터와 미술기관, 국내와 국제적 예술 시장의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재 이곳에선 전이 열리고 있다(12월 20일까지).
갤러리 111(Galeria 111)
1964년에 오픈,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리스본에 2개, 포르투에 1개, 총 3개의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로 페인팅 등 평면 작업을 하는 작가를 소개한다. 국내외 작가에게 고루 힘을 쏟고 있는 이 갤러리는 공공 프로젝트를 위해 시민과 함께 작업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와이어로 입체 조각을 만드는 포르투갈의 젊은 조각가 다비드 올리베이라(David Oliveira), 뉴욕과 파리에서 영화와 비주얼 아트를 공부한 가브리엘 아브랑트스(Gabriel Abrãntes)를 포함해 총 18명의 작가가 소속돼 있다. 현재 포르투의 갤러리에서는 전이 열리고 있다(12월 31일까지).
A Certain Lack of Coherence
포르투의 지역 예술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artist-run-space, 아티스트가 직접 운영하는 공간)다. 아티스트 토크, 워크숍 등이 주로 열리는 이곳은 갤러리가 모여 있는 거리에서는 약간 떨어져 있지만 상벤투 기차역에서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그리 멀지 않다. 아티스트들이 운영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갤러리를 방문하기 전 전화로 전시 오픈 시간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갤러리 프레젠사(Galeria Presença)
40명이 넘는 작가를 소개하고 있으며 포르투 외에 리스본에서도 같은 이름의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때때로 열리는 갤러리 소속 작가들의 그룹 전시가 볼만하다

브라가에 위치한 카멜리아 호텔 (ⓒ Pedro Brum)

브라가에 위치한 카멜리아 호텔 (ⓒ Pedro Brum)

노던 포르투갈의 ‘떠오르는 건축가 듀오’ NAAA와의 만남
NAAA(Nieva+Areias Arquitectos Associados)는 건축가 히카르두 바스투스 아레이아스(Ricardo Bastos Areias)와 마리아 루이스 니에바(Maria Luis Nieva)가 함께 설립한 회사로 둘은 포르투갈과 뉴욕 등에서 활동하며 건축가로서 밑바탕을 다졌다. 그들을 노던 포르투갈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건축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다시 포르투갈로 돌아와 굳이 노던 포르투갈에 설계사무소를 연 이유는 무엇인가요? 히카르두 바스투스 아레이아스(이하 RA) 기마랑이스는 제 고향이에요. 2009년에 돌아오자마자 카멜리아 호텔 신축 공사와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일에 착수했죠. 당시로선 우리에게 주어진 큰 프로젝트였어요. 그 외에도 몇 가지 이곳에서 하려고 한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물론 그때 우리는 2009년에 포르투갈을 포함해 유럽 전체에 경제 위기가 올거라고는 전혀 예견하지 못했어요. 그 때문에 몇 개의 프로젝트가 지연되기도 했죠.
처음 맡은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요? RA 2001년에 맡은 주택이었어요. 그때 저는 아직 건축학도였는데, 아버지 소유의 와인 저장고와 헛간이 딸린 농장 집을 3개의 침실과 2개의 거실, 그리고 식당과 사무실을 아우른 공간으로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브라가에 있는 카멜리아 호텔과 노인 요양원 프로젝트의 일부는 할아버지 집을 개조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 만큼 그곳에 대한 개인적 추억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RA카멜리아 호텔과 노인 요양원 프로젝트는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할아버지 집과 연결해 지은 것이라 설계 과정부터 마무리까지 아주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경험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 프로젝트는 할아버지의 집과 정원을 74명의 투숙객을 수용할 수 있는 객실과 실내 수영장, 스파, 레스토랑, 정원, 예배실, 상점 등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로 바꾸는 것이었어요. 복합적 기능이 섞여 있고 그에 따른 요구 조건이 명확했죠.
그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걱정은 뭐였나요? 개인의 기억과 공공의 기억, 개인 주택과 공공의 호텔을 어떻게 조화시켰는지도 궁금해요. RA 가장 많이 고민한 건 ‘건물이 완성되었을 때 어떻게 보일까’와 ‘새로 지은 건물이 주변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소통할 것인가’였어요. 그래서 ‘오래된 건물처럼 보이면서도 내구성이 좋은’ 동판을 외장재로 사용했습니다.
활동 범위가 아주 넓은 것 같아요. 수년 전부터 가구 디자인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주로 어떤 주제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작업하나요? RA 가구 디자인도 벌써 꽤 오랫동안 해왔네요. 그중에서 가장 주요한 것(작품)은 카멜리아 호텔과 노인 요양원의 인테리어와 함께 모든 가구를 디자인한 일이에요. 문 손잡이부터 전등, 소파, 의자, 테이블에 이르기까지 모두 기마랑이스 지역 업체와 협력해 시제품 단계부터 직접 개발했죠. 방금 제가 직‘ 접 개발했다’고 했는데, 목공 작업실에서 직접 작업복을 입고 전동 공구로 작업하면서 모든 시제품을 테스트했다는 뜻입니다. 디자인은 설계 책상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목공작업실에서 겪는 시행착오에서 비롯되기도 하죠.
지금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중인가요? 마리아 루이스 니에바(이하 MN) 현재 포르투갈 북부와 알가르브의 개인 주택과 기마랑이스의 레스토랑, 그리고 리스본의 아트 센터와 갤러리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그중 아트 센터는 리스본의 구도심 한복판에 있는 1500m2의 공간을 개조하는 작업으로 그 안에 극장과 레스토랑, 전시 공간과 음악 스튜디오, 루프톱 바와 콘서트홀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노던 포르투갈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바꾸어 말하면 옛것과 새것이 만나는 장소인 것 같아요. 이런 문화적 특성이 작업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MN 당신의 말처럼 우리 작업은 항상 ‘old & new’의 공존과 깊은 관계가 있어요. 그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죠. 문화적 특성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해서 반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나 우리 작업에 문화적 배경으로 존재하는 거죠.

카멜리아 호텔 내부 (ⓒ Pedro Brum)

노던 포르투갈의 건축가 듀오 마리아와 히카르두 (ⓒ Pedro Brum)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이재이(미디어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