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s is Better!
패션업계에 ‘~less’ 바람이 불고 있다. 무슨 말이냐고? 로고를 없애고, 시즌이나 성별의 경계를 두지 않는 새로운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1 퍼의 대가 Fendi에서 선보이는 S/S 시즌 퍼 제품은 특히 가벼워 시즌을 아울러 활용 가능하다. 2 리버서블인 데다 두께도 적당해 사계절 활용 가능한 Louis Vuitton의 매킨토시 재킷 3 오히려 로고가 없어 매력을 극대화하는 Valextra의 만조니 백과 Dior의 디올리시모 4 성별의 경계 없이 모든 이가 즐길 수 있는 Boucheron의 쿼트르 링 5 빅 다이얼 시계를 찾는 여성이 늘고 있다. 사진은 여성 고객의 문의가 특히 많다는 Paneraib의 루미노르 마리나 1950 3 데이즈 오토매틱. 다이얼 사이즈가 무려 42mm다.
‘~less’, 단어 뒤에 붙여 ‘~없는’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접미사다.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로고리스(logoless)’, S/S 시즌에 사서 F/W 시즌에도 활용할 수 있는 ‘시즌리스(seasonless)’, 남녀의 경계를 두지 않는 ‘젠더리스(genderless)’ 경향이 최근 패션업계의 화두다.
이제 소비자는 점차 특정 브랜드를 보고 제품을 선택하기보다 유행을 타지 않는 타임리스한 디자인과 좋은 품질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아무래도 하이엔드 시장, 그리고 소비문화 자체가 성숙해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로고를 내세우지 않는 대표적 브랜드 에르메스·발렉스트라·보테가 베네타 등에 더 관심이 쏠리고, 그 결과 한동안 열심히 로고 플레이를 해온 루이 비통·구찌·디올 등에서도 브랜드 로고를 강조하지 않고 제품의 디자인이나 소재, 컬러 등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제품 라인(예를 들어 각각 비즈니스 에피, 누보, 디올리시모 등)에 더욱 전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젠더리스는 어떤가. 여성 컬렉션에 남성복을 떠올리게 하는 매니시한 룩이 등장한 것은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시즌 보테가 베네타의 남성 컬렉션에서는 여성이 들어도 무방할 듯한 ‘예쁜’ 클러치를, 톰 브라운 남성 컬렉션에서는 여성이나 신을 법한 높은 힐의 워커를 선보이는 등 다른 성의 것에서 영감을 가져온 제품도 눈에 띈다. 에르메스의 남성 스카프 로장쥐나 프라다의 남성 티셔츠의 경우 여성 고객의 구매 비율도 상당하다는 후문. 알프레드 던힐의 아이패드 케이스나 브리오니의 포트폴리오 백 역시 남편이나 남자친구의 선물을 사러 왔다가 본인 것까지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고. 주얼리·시계에서는 젠더리스 바람이 분 지 오래다. 여성을 위해 다이아몬드를 ‘듬뿍’ 세팅한 로저 드뷔의 엑스칼리버 주얼 버전을 남성이 착용하는가 하면, 남성 컬렉션에서 선보이는 39mm, 41mm, 심지어 44mm까지 빅 사이즈 다이얼 시계를 찾는 여성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 까르띠에의 러브 컬렉션이나 쇼메의 리앙 컬렉션, 부쉐론의 쿼트르 컬렉션 등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겨 찾는 진정 ‘젠더리스’한 아이템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계절을 아우르는 ‘시즌리스’ 트렌드가 눈에 띈다. 버버리가 이번 시즌 런칭한 헤리티지 트렌치에서 주목할 것은 워머. 떼면 늦여름부터, 부착하면 초겨울까지 트렌치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스마트한 디테일이다. 루이 비통의 리버서블 매킨토시 재킷 역시 사계절, 양면을 활용해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한 일석사조(!) 아이템. 펜디 퍼 역시 F/W 시즌만을 위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S/S 시즌에 선보이는 가볍고 경쾌한 스타일의 퍼는 봄·여름에 즐기다 가을·겨울에는 이너웨어로 연출해 보온성을 극대화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이번 2014 F/W 컬렉션에서는 시즌리스 트렌드가 중요하게 부각되며 프라다, 톰 포드, 미우 미우, 보테가 베네타 등에서 F/W 대표 소재인 퍼와 스웨이드, 모헤어 소재 아이템을 대거 선보이기도 했다.
특별히 어느 브랜드라고 과시하지 않고, 남성 것이든 여성 것이든 개의치 않고, 특정 시즌의 경계를 아랑곳하지 않고, 이제 소비자가 패션을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에 따라 당당하게 즐길 줄 알게 되었다는 의미 아닐까? 또 높은 품질의 제품을 구입해 ‘똑똑하게’ 사용하는 노하우를 소비자가 깨달았고, 그런 경향을 브랜드에서 발 빠르게 포착한 결과로도 볼 수 있을 듯하다.
에디터 이서연 (janice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