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Squad
숫자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여럿이 모인 조각이 하나의 코드로 완벽히 짜 맞춰질 때, 그 파급 효과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범상치 않은 움직임으로 패션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두 패션 스쿼드.

지하철 한가운데에 강렬한 주황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소 건방진 포즈로 앉아 있는 유아인. 비슷한 행색의 ‘크루’들과 유리로 된 엘리베이터 안을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으슥한 담벼락 밑에서 담배를 태우기도 한다.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사진들은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새 아트 레이블, ‘씨씨알티 에어로스페이스(CCRT Aerospace)’의 첫 번째 캠페인이다.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배우 유아인이 이끄는 아티스트 크루이자, 지금 가장 주목받는 젊은 예술가 집단이다. 그들이 올해 10월 새롭게 출범시킨 이 아트 레이블의 프롤로그 에피소드는 ‘프래자일(Fragile)’. 미지의 세계를 상징하는 ‘우주’를 메인 컨셉으로 사진, 미술, 그래픽, 퍼포먼스,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콘텐츠를 선보인다. 그중 가장 먼저 내놓은 건 패션. 캠페인에 등장한 오렌지와 청록색 의상이 대표 제품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패션 상품 제작으로 끝나지 않는다. 12월 10일부터 31일까지 ‘CCRT Aerospace: The Other Side: 경계의 저편’이란 제목으로 전시를 열고,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담은 아트 북도 출간한다. 전시 장소는 역시나 한남동의 ‘스튜디오 콘크리트’!

올해 1월, ‘학생 시위’를 컨셉으로 한 다소 전위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며 첫걸음을 뗀 아티스트 그룹 쿠시코크. 팀을 이끄는 조기석은 드로잉, 사진, 그래픽, 세트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만능 아티스트다. 혼자서도 충분히 재능을 발휘해온 그가 뜻 맞는 친구들을 모아 팀을 이룬 이유는? 간단히 말하면 ‘퀄리티’ 때문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이면 그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 그 때문에 쿠시코크에는 패션, 주얼리 디자인, 그래픽, 웹, 포토그래퍼 등 여러 분야의 크리에이터가 공존한다. 이들이 각자의 재능을 접목해 완성한 컬렉션은 가히 독창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그렇다고 ‘예술’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입을 수 있는 옷을 위해 아트 피스와 커머셜한 클로징 라인으로 나누어 전개한다. 유일한 판매 루트가 사이트뿐인데도, 판매율이 꽤 높다는 후문. 대다수의 패션 브랜드처럼 S/S, F/W 시즌이 아니라 1st, 2nd로 컬렉션을 구분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시즌’이 아닌 브랜드의 전반적 흐름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오로지 작업물이 돋보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멤버들의 얼굴과 신상은 공개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이들이 내건 첫 슬로건은 ‘We have the right to fail’. 도전보다는 안정을 취하려는 요즘의 보통 청년들과 상반되는 행보다.
에디터 엄혜린(eomeri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