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e’s vs. Sotheby’s
세계 미술 시장의 흐름에 크리스티와 소더비 경매가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갤러리를 통한 거래와 달리 작품의 판매 가격이 온 천하에 공개되기 때문에 매번 큰 이슈를 만들고 더불어 논란도 일으킨다. 하지만 이렇듯 미술품을 공개적으로 거래하는 덕에 시장에 끼치는 순기능은 무시할 수 없이 크다.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미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각각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상세히 알아본다.
올해 5월 뉴욕에서 열린 컨템퍼러리

크리스티의 옥션 현장
12조5000억 원(122억 달러). 작년 한 해에 전 세계에서 경매로 팔린 미술 작품의 낙찰가 총액이다. 이 어마어마한 금액 중 크리스티(Christie’s)에서 팔린 게 29.5%, 소더비(Sotheby’s)에서 팔린 게 25.8%다. 두 경매 회사에서 팔린 작품이 전체의 55%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경매 회사들의 낙찰 금액이 급증하는 바람에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서양 미술 시장만 놓고 보면 이 두 경매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뉴욕에서 크리스티는 비즈니스와 관광의 핵심 거리인 록펠러센터 구역에, 소더비는 브루클린을 바라보는 이스트리버 바로 옆 부자 동네에 위치해 있다. 흔히 보기 어려운 그림, 보석, 가구 등을 늘 전시하고 경매하는 덕에 이 두 회사 건물은 이제 일반 관광객에게도 매력적인 방문 코스다. 고가의 미술품을 파는 곳이라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사실 크리스티와 소더비 건물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경매 프리뷰 전시는 대부분 자유롭게 들어가 볼 수 있다. 다만 매년 봄과 가을에 한 번씩 진행하는 ‘경매 주간(Auction Week)’의 메이저 경매, 즉 근대미술과 현대미술 부문의 ‘이브닝 세일(Evening Sale)’에서는 가끔 프리뷰 전시 관람을 제한하기도 한다. 값이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이 하룻밤 사이 몇 점이나 휙휙 팔려나가는 것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몇 년 전부터 등장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프리뷰 전시는 비교적 누구나 볼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을 사기 위해 응찰하려면 미리 자신의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등록하는 좀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둘 다 18세기 런던에서 경매를 시작했다. 소더비가 22년 먼저 시작했다. 런던의 고서 판매상 새뮤얼 베이커(Samuel Baker)가 1744년 희귀본 책을 모아 진행한 것이 소더비의 첫 경매다. 이후에도 소더비는 역사적 인물의 책 컬렉션 경매를 많이 했다. 나폴레옹이 귀양지인 세인트헬레나 섬까지 들고 간 책 일체도 나폴레옹 사망 후인 1823년 소더비에서 경매했다. 르네상스 화가 보티첼리의 드로잉이 84점 들어 있는 단테의 <신곡> 경매(1884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본 경매(1928년) 등은 소더비가 진행한 역사적 경매로 꼽힌다.
소더비는 이후 미술품·보석·와인·가구·자동차·부동산 등으로 점점 카테고리를 늘렸고, 20세기 이후에는 미술품 경매 중심으로 갔다. 미술품 경매 중 처음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은 1958년 런던에서 진행한 ‘골드슈밋 컬렉션 경매(The Goldschmidt Sale)’다. 인상주의와 근대미술 작품 7점을 경매했는데, 낙찰가 총액이 78만1000파운드로 당시로서는 역사상 최고 액수였다.
크리스티는 1766년 제임스 크리스티(James Christie)가 설립했다. 소더비에 비해 크리스티는 비교적 일찍부터 미술품 경매에 초점을 뒀다. 현재 80개 카테고리에서 1년에 450번 정도 경매를 진행한다. 전 세계 32개국에 사무실을 두고 있지만, 실제 경매를 하는 곳은 뉴욕·런던·홍콩·파리·제네바·밀라노·암스테르담· 두바이 등 10곳이다. 소더비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74개 카테고리에서 1년에 250번 정도 경매를 진행한다. 현재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비즈니스는 성격이나 규모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 막상막하로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다.
두 회사는 비슷하지만 서로 초점을 두는 분야가 조금씩 다르다. 크리스티는 최근 들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제작한 현대미술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세일이 많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영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년) 작품 판매로 자주 히트를 쳤다. 가장 화제가 된 건 작년 11월 뉴욕 경매에서 1억4200만 달러(약 1566억 원)에 팔린 ‘루치안 프로이트 초상 습작 3부작(Three Studies of Lucian Freud)’(1969년 작)이다. 크리스티는 이 작품 판매로 미술 경매 역사상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1500억 원이 넘는 가격도 놀랍지만,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이 피카소나 반 고흐 같은 모던아트 대가의 작품이 아니라 1969년에 그린 현대미술 작품이라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경매 회사는 화제가 되는 작가의 작품을 반복해 내놓고 홍보하고 고가에 파는 과정을 통해 미술 시장에 일종의 ‘트렌드’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세계 양대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히트를 치는 작가들은 세계 미술 시장 트렌드의 중심에 있게 마련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런 흐름을 탄 대표적 작가다. 크리스티는 올해 5월에도 뉴욕에서 베이컨의 1984년 작 ‘존 에드워즈 초상을 위한 습작 3부작(Three Studies for a Portrait of John Edwards)’을 경매에 내놓아 8080만 달러(약 830억 원)에 팔았고, 2월에는 런던에서 베이컨의 ‘말하고 있는 조지 다이어의 초상(Portrait of George Dyer Talking)’을 7000만 달러(약 720억 원)에 팔았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피폐한 유럽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주관적 감정과 표현이 강한 형상을 통해 인간의 상실감과 괴로움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크리스티 런던 외부 전경

다양한 옥션이 열리는 소더비 런던 본사 외부 전경

2013년 크리스티 홍콩 스프링 세일에서 9억6000만 원에 낙찰된 홍경택의 ‘연필Ⅰ’
크리스티가 이렇게 현대미술 부문에서 화제가 되는 고가 작품을 많이 팔고 있다면, 소더비는 상대적으로 20세기 초반 근대미술 부문에서 기록적인 작품을 많이 냈다. 소더비가 최근 판매한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노르웨이 화가 뭉크(Munch, 1863~1944년)의 파스텔화 ‘절규(The Scream)’(1895년 작)다. 2012년 5월 뉴욕 소더비에서 1억1990만 달러(약 1319억 원)에 낙찰돼, 당시 경매 사상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미술 작품은 ‘언제 파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소더비는 이 그림을 아주 적절한 시기에 팔아 성공을 거뒀다. 이 그림을 판 2012년 봄은 런던 올림픽을 맞아 런던 테이트 미술관에서 뭉크 특별전을 앞두고 있던 시기다. 그 바로 전 해인 2011년에는 파리의 대표적 현대미술관 퐁피두 센터에서 뭉크 특별전을 열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13년은 뭉크 탄생 150주년이라 노르웨이 미술관들이 합동으로 대규모 전시를 기획했다. 소더비는 뭉크와 관련한 이런 이벤트가 앞뒤로 몰려 있는 때를 잘 잡아 경매했고, ‘세기의 경매’ 결과를 만들어냈다.
크리스티 역시 근대미술에서 역사에 남을 세일을 여러 건 진행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그 유명한 ‘클림트 세일’이다.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년)의 후손이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되찾은 클림트 그림 5점을 가져와 1점은 경매를 통해, 나머지 4점은 개별 세일(private sale)을 통해 모두 고가에 팔았다. 이 5점 중 가장 비싸게 팔린 것이 바로 ‘아델레 블로흐-바우어 부인의 초상 I(Portrait of Adele Bloch-Bauer I)’이다. 2006년 개인 거래를 통해 1억3500만 달러(약 1485억 원)에 팔아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 빈에서 클림트의 컬렉터이자 유명한 사업가인 페르디난트 블로흐-바우어가 자신의 아내를 그려달라고 클림트에게 주문해 제작한 그림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가 오스트리아에 들어왔을 때 유대인인 페르디난트는 스위스로 도망갔고, 그가 가지고 있던 클림트 그림 5점을 포함한 재산은 모두 나치가 압수했다. 페르디난트가 죽고 전쟁이 끝난 뒤 이 그림은 모두 오스트리아 정부의 품으로 돌아와 빈 벨베데레(Belvedere) 궁전 안에 있는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에 걸려 있었다. 그런데 페르디난트 블로흐-바우어 부부의 조카딸이자 상속자인 마리아 알트만이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이 그림들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겼다. 크리스티 측은 마리아 알트만이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힘겹게 재판할 때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분에 나중에 이 그림들을 파는 중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이후 크리스티는 아델레의 또 다른 초상화 ‘아델레 블로흐-바우어 부인의 초상 II’를 경매를 통해 8790만 달러(약 966억 원)에 팔았다.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이렇게 화제의 경매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은 이들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트렌드를 읽고 변화에 잘 대응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근 특히 2가지 트렌드에 신경 써서 대응하고 있다. 첫째는 아시아로 시장을 넓혀가는 것이고, 둘째는 온라인 경매를 늘리는 것이다. 먼저 이들은 국제 경매 회사인 만큼 미술 시장의 중심지가 옮겨감에 따라 경매 지역도 런던, 뉴욕, 홍콩 순으로 점점 확대해왔다. 둘 다 시작은 런던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술과 경제의 중심지가 뉴욕으로 옮겨오자 1950년대 중반부터 뉴욕 지사를 내고 뉴욕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은 세계 기록을 세우는 중요한 작품이 런던보다 뉴욕에서 더 많이 팔리고 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 들어 아시아 시장으로 확실히 눈을 돌리면서 두 회사 모두 뉴욕, 런던에 이어 홍콩을 세 번째로 중요한 미술 시장 중심 도시로 삼고 있다. 홍콩에서 열을 올릴 뿐 아니라 뉴욕과 런던 경매에서도 이들은 아시아 컬렉터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10여 년 전에만 해도 뉴욕 크리스티와 소더비에서 중요한 세일을 담당하는 스페셜리스트는 백인 일색이었지만, 요즘은 두 회사 모두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뽑느라 야단이다. 중국 고객에게 작품을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컬렉터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한 뉴욕과 런던 경매에서도 점점 아시아 컬렉터가 많은 작품을 사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뉴욕과 런던 경매에서 작품을 산 낙찰자의 25% 정도가 기존 고객이 아닌 새로 진입한 고객이라고 한다. 새 고객 중에는 아시아,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 컬렉터가 많다. 소더비는 올해 5월 뉴욕에서 메이저 경매가 끝난 뒤, “근대미술 낙찰가의 30%인 6390만 달러가 아시아인에게 팔렸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새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온라인 경매 비중을 점점 늘리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크리스티는 올해 상반기에 온라인 경매의 낙찰가 총액이 1470만 달러(약 152억 원)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1%나 올랐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앱을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크리스티 경매에 응찰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이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소더비는 최근 이베이(eBay.com)와 협업을 발표했다. 이베이 웹사이트를 통해 소더비의 오프라인 경매를 보면서 직접 온라인으로 응찰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브닝 세일 같은 고가의 메이저 경매는 제외되었지만 점차 분야를 확대해나갈 것이고, 나중에는 이베이를 통한 온라인 전용 경매도 열 계획이라고 한다. 소더비는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온라인 경매를 시도했다 접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 온라인 경매는 기술 면에서 훨씬 발달했고 안정성도 높아졌다. 그리고 비즈니스 전 분야에서 온라인 상거래가 확대되는 마당에 미술 시장도 예외는 아니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래서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온라인 모델을 계속 개발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2014년 상반기에는 크리스티와 소더비 모두 성과가 매우 좋았다. 크리스티는 올해 상반기 낙찰가 총액이 45억 달러(약 4조6000억 원)로 역대 최고였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12%나 오른 금액이다. 크리스티 경매의 스티븐 머피(Steven Murphy) 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 세계의 새로운 고객에게 다가가는 마케팅과 디지털 경매를 활성화한 것이 새로운 손님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소더비는 상반기 낙찰가 총액이 31억 달러(약 3조2000억 원)로 크리스티에는 못 미쳤지만, 작년 상반기보다 24%나 올랐으니 성장 속도가 매우 가파른 편이다. 최근 각 나라의 로컬 경매 회사 또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해도 크리스티가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했고, 점점 그 영역을 아시아권으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두 옥션 하우스의 파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글 이규현(이앤아트 대표, <그림 쇼핑 2> 저자) 사진 제공 소더비, 크리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