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que Floating Space
물속 환경은 해치지 않고, 물 위이기에 가능한 독특한 경험을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즐긴다.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은 특별한 플로팅 스페이스를 소개한다.
1 오스트리아 그라츠 무어강의 무린젤 2 중세풍 느낌의 도시 오스트리아 그라츠
완공 당시부터 독특한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은 한강의 세빛섬. 여러 가지 이유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주목할 만한 점도 있다. 바로 건축양식이다. 한강은 계절이나 날씨 변화에 따라 홍수 때 최대 16m 이상 물이 차오르고, 갈수기에는 수위가 5m 아래까지 내려가는 변덕스러운 강이다. 그 때문에 물 위에서도 유연하게 버틸 수 있는 플로팅 건축(floating architecture) 방식을 택한 것. 대부분의 인공 섬이 토지를 매립해 만드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이다. 플로팅 건축은 물가에서 부유식 함체 위에 건설하는 모든 건축물을 말한다. 과거에는 생계를 위해 수상 가옥을 짓는 것이 이에 가까웠지만, 최근에는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에 걸맞은 공간이 다양하게 들어서는 추세다. 육지에서 누릴 수 없는 대안 공간을 물 위에서 찾은 전 세계 플로팅 스페이스를 만나보자.
미국 시애틀 유니언 호숫가에는 ‘수상 가옥’이란 말을 들었을 때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삶의 고단함은 없다. 태평양에서 흘러든 물이 다운타운 한가운데 모여 아름다운 경치를 빚어내는 유니언 호숫가에는 200여 채의 플로팅 홈(floating home)이 자리하는데, 호숫가 덱을 걷다 보면 마치 주택가 골목길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언뜻 여느 집과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호숫가와 맞닿은 곳에 플로팅 구조로 지은, 그야말로 물 위의 생활을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동네다. 일과 시간에는 도심에서 생활하고, 집은 호숫가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거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평화로운 삶의 터전이다. 유니언 호수의 플로팅 홈이 개인의 니즈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생긴 새로운 형태의 주거 공간이라면,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 그라츠(Graz)의 플로팅 스페이스 무린젤(Murinsel)은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그라츠는 유네스코가 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할 만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중세풍 도시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처럼 그라츠 역시 도시를 가로지르는 무어 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의 경제적 불균형이 극심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조화와 통합’을 상징하는 플로팅 스페이스 무린젤을 강 한가운데에 설치했다. 미국 아티스트 비토 아콘치(Vito Acconci)가 디자인한 무린젤은 동쪽과 서쪽을 각각 30m 길이의 철제 다리로 고정하고 그 내부에 영화관과 카페, 놀이터를 설치해 동·서쪽 시민이 한곳에 모여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무린젤을 설치한 후 동쪽과 서쪽의 경제적 격차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 하니 공간의 사회적 기능이 제대로 기능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 2, 3 중국 베이징의 와이너리 애스터리스크 4, 5 미국 아이다호 쾨르달렌 리조트 6 미국 뉴욕 시에 제안한 친환경 인공섬 그린루프. 강 곳곳에 설치해 가까운 지역의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바꾸는 인공섬을 만드는 플랜이다.
문화 코드로 조성한 독특한 플로팅 스페이스도 있다. 몇 해 전부터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이너리를 중국인이 대거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듯 최근 와인에 대한 중국의 사랑이 각별하다. 세계 최대 와인 소비국으로 떠오르는 만큼, 베이징에는 특별한 와이너리가 있다. 베이징 SAKO 건축사무소에서 디자인한 애스터리스크(Asterisk in Beijing)는 넓은 포도밭 한가운데 자리한 호수 위에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애스터리스크란 이름처럼 별 모양으로 보인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로비가 나오는데, 이곳이 별의 중심이다. 로비를 축으로 5개의 윙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데 와인 쇼룸, 바, 레스토랑, 프라이빗 룸, 스태프 룸으로 나뉜다. 각기 용도가 다른 공간에 맞게 건축자재도 다른 것을 사용해 활용도를 높였다. 한편, 미국 아이다 호에는 물 위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쾨르달렌 리조트(Coeur d’Alene Resort)의 플로팅 그린(floating green)이 있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장으로 꼽히는 이곳에는 세계 최초로 호수 중간에 물 위를 떠다니는 플로팅 그린을 포함한 14번 파3홀을 설계했다. 이 코스는 육지에서 플로팅 그린까지 거리가 매일 달라지기 때문에 묘한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 티샷을 한 후 보트를 타고 이동해 게임을 이어나가는 독특한 경험을 해볼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다. 이런 색다른 경험이 플로팅 공간의 전부는 아니다. 매년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 역시 플로팅 공간에서 그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 뉴욕의 프레젠트 아키텍처(Present Architecture) 건축사무소에서 뉴욕 시에 제안한 친환경 인공 섬 그린루프(Green Loop)가 그렇다. 뉴욕에서는 매일 한 사람당 평균 1.4kg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그 음식물 쓰레기를 쓰레기 트럭이 수거해 멀리 떨어진 매립지로 가져간다. 프레젠트 아키텍처는 쓰레기 트럭이 달리며 내뿜는 배기가스와 음식물이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심각한 환경 문제라고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린루프를 떠올린 것이다. 뉴욕 시내 강 곳곳에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바꿀 수 있는 인공 섬을 만들고, 그 위에 녹지 공간을 조성해 공원으로 활용하자는 프로젝트다. 현재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이 플로팅 플레이스가 실현된다면, 세계 곳곳에 활용해도 괜찮을 아이디어다.
에디터 홍유리 (yurih@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