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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엔 떠나보자, 백패킹

LIFESTYLE

튼튼한 배낭과 두 다리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바야흐로 캠핑하기 좋은 계절, 최소한의 장비로 떠나는 백패킹의 묘미는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데 있다.

백패킹의 사전적 의미는 단순하다. ‘짊어지고 나른다’, 즉 1박 이상의 야영 장비를 갖추고 산과 들로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여행을 뜻한다. 오래전부터 일부 산악인이나 배낭여행 애호가에게는 익숙한 개념이지만, ‘백패킹’이란 하나의 캠핑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급속히 대중화되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 지난 몇 년간 국내 오토캠핑 붐에 합류한 캠퍼들이 정형화된 캠핑 문화에 싫증을 느끼며 보다 모험적이고 자유로운 여정을 선호하게 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물론 배낭 메고 떠나 텐트 안에서 잠자고 온다고 다 백패킹이 아니다. 우선 하이킹이나 트레킹 등 ‘도보 여행’의 요소가 중심이 되고, 이를 위한 아영을 수반해야 한다는 점. 따라서 편의를 위한 장비를 최소화하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혹독함을 오롯이 느끼며 모험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백패킹의 묘미다. 올가을,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는 캠퍼라면 한 번쯤 욕심내볼 만한 국내 백패킹 명소를 소개한다.

 

치유의 숲, 축령산
경기도 남양주시와 가평군 경계에 솟은 산이다. 해방 전후 산기슭에 심은 잣나무 묘목이 오늘날 울창한 숲을 이뤄 사계절 내내 풍성한 피톤치드를 내뿜는다. 남서쪽에는 축령산자연휴양림, 북동쪽에는 축령백림, 남동쪽에는 아침고요수목원이 위치해 있다. 그중 축령백림은 가평 8경에 속하는 국내 최대의 잣나무 유림지로, 다른 지역에 비해 아직 야영객의 손을 많이 타지 않아 느긋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빼곡한 잣나무 숲의 청량함 덕분에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 산악인들의 평이다. 특히 잣송이가 열리기 시작하는 가을이면 사방에 진동하는 은은한 잣 향기가 캠퍼들의 걸음을 더욱 가볍게 한다. 수월한 야영을 원할 경우 잘 정비된 축령산자연휴양림을 이용하면 된다. 야영지가 큼직하고 그늘이 많으며 덱의 간격이 넓어 텐트 설치가 용이하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과 가평군 상면 www.gptour.go.kr

코스
축령산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하는 등산 코스는 축령산 코스와 이에 인접한 서리산 코스, 둘을 합한 완주 코스가 있다. 그중 축령산 코스는 제1주차장에서 수리바위, 남이바위, 정상을 거쳐 다시 휴양림으로 내려오는 6km 구간이다. 다만 축령백림 산책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남양주가 아니라 가평 쪽에서 시작하는 임도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백두대간의 종착지, 땅끝길
배낭여행 애호가라면 한 번쯤 꿈꾸는 곳, 해남 땅끝마을을 품은 트레일 코스다. 땅끝 맴섬에서 출발해 상록수림이 어우러진 산길, 마늘밭과 황토밭이 지천에 깔린 들길, 바다를 낀 해변길 등 다양한 테마를 따라 이어진다. 맑은 날이면 제주도 한라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땅끝전망대를 비롯해 벌건 황토밭과 쪽빛 바다가 어우러진 땅끝해뜰마을, 과거 제주 가는 포구로 활용한 이진마을 등 구석구석 걸음을 멈춰 세우는 풍경과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물론 코스의 핵심은 일몰과 일출의 명소인 맴섬. 땅끝 선착장 앞에 자리한 2개의 작은 바위섬으로, 매년 2월 중순과 10월 중순 약 5일간 섬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너른 부대시설을 갖춘 땅끝오토캠핑장도 좋지만 송호 해변에 약 1.5km 이어진 송림 아래 여정을 푸는 것도 노련한 백패커들이 추천하는 야영 방법이다.
전라남도 해남군 일대 http://tour.haenam.go.kr

코스
땅끝길은 땅끝바닷길과 점재길, 묵동갯길, 쇠노재길 등 4개 코스로 나뉜다. 그중 맴섬에서 출발해 사구미마을까지 해안도로를 끼고 걷는 땅끝바닷길이 유명하다. 가장 짧은 코스는 사구미마을에서 점재를 넘어 땅끝해뜰마을로 향하는 6km의 점재길. 이진마을부터 장수마을까지 총 18km에 이르는 쇠노재길이 가장 긴 코스다.

 

태초의 자연, 굴업도
캠핑 마니아들이 ‘백패킹의 성지’로 꼽는 섬이다. 사람이 엎드려 일하는 듯한 형상이라 하여 굴업도라 이름 붙였다. 거센 조류와 바람이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 덕분에 ‘한국의 갈라파고스 군도’라 불리기도 한다. 인천항에서 덕적도로 들어간 뒤 다시 2시간가량 배를 타야 하는데, 홀수 일과 짝수 일에 따라 노선이 바뀌고 당일 기상 상황을 고려해 운항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유독 인연을 맺기 힘든 곳이다. 왕은점표범나비와 검은머리물떼새 등 무수한 멸종 위기의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한편, 물때가 맞아야 드나들 수 있는 토끼섬을 비롯해 개머리능선과 목기미 해변, 코끼리바위 등 국내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해안 지형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백패커들은 주로 개머리능선에 여정을 풀지만, 저녁 무렵 코끼리바위 앞에서 바라보는 붉은 노을도 장관이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굴업리 www.ongjin.com

코스
체계적으로 개발해놓은 코스는 없지만, 백패커들은 주로 목기미 해변과 코끼리바위를 지나 연평산을 오르거나 굴업도 해변에서 토끼섬을 거쳐 개머리능선으로 향하는 트레킹 코스를 활용하는 편이다. 물론 어떤 코스를 선택하든 천혜의 자연경관과 때 묻지 않은 섬의 생태계를 감상할 수 있다.

 

느림의 미학, 슬로시티 토지길
지리산과 섬진강을 끼고 들어선 이 호젓한 길은 2009년 세계에서 111번째 슬로시티로 지정된 하동 악양면의 ‘슬로시티 토지길’이다. 평사리와 화개면, 섬진강변을 아우르는 널찍한 트레킹 코스로, 전 구간이 대체로 평탄해 느릿느릿 풍경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인 평사리 들판을 포함해 악양면 일대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지리산 자락의 고소산성, 500년 된 향나무가 있는 취간림, 소설 속 가상 공간을 재구성한 최 참판 댁 등 악양이 자랑하는 명소가 곳곳에 포진해 있어 오랜 여정에도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캠핑용 잔디밭과 식수대, 바비큐 그릴 등의 시설을 갖춘 평사리공원은 가족 단위 캠퍼에게 안락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충분히 느긋한 여행을 즐긴 뒤, 평사리 귀농인들의 다실에 자리 잡고 앉아 1200년을 이어온 하동의 야생 녹차 향을 음미하는 것도 좋다.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www.slowcityhadong.or.kr

코스
슬로시티 토지길은 평사리공원에서 출발해 동정호와 최 참판 댁, 조씨 고택, 취간림 등을 거쳐 다시 평사리공원으로 돌아오는 13km 코스로 4시간가량 소요된다. 길 위에 노란색 화살표가 있어 헤맬 염려는 없지만, 이왕이면 화살표보다 지역이 전하는 역사와 문화에 오롯이 시선을 집중해보자. 대부분의 구간에 그늘이 없으니 유의할 것.

 

영남 알프스의 꽃, 간월산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과 완만한 고원 지대로 이루어진 간월산은 가지산과 신불산, 재약산 등 이른바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7개 산 중에서도 특히 추천할 만한 캠핑 명소다. 간월산장에서 정상까지 뻗은 험준한 바위 능선 ‘간월공룡’이 등산객에게 도전할 만한 코스로 꼽히고, 죽림굴에서는 구한말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숨어든 천주교 신자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백패커에게 인기 있는 곳은 간월재. 과거 배내골과 밀양 사람들이 언양장터로 넘어가던 고개로, 10만여 평에 이르는 억새밭이 놓칠 수 없는 비경을 선사한다. 가을이면 종종 산상 음악회가 열리는 데다 최근 패러글라이딩 장소로 각광받고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인근에 간월자연휴양림, 배내골오토캠핑장 등을 조성해 야영 걱정이 없고, 22만여 평 규모의 등억온천단지는 피로를 풀기에 좋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 www.yeongnamalps.kr

코스
정상에 오르는 3개 코스가 있다. 간월산장에서 출발해 간월재를 거치는 7.4km 구간과 배내고개에서 출발해 배내봉을 거치는 8km 구간, 간월산장에서 간월공룡을 끼고 정상으로 향하는 6km 구간이 그것. 물론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백패커라면 간월재 억새밭에 아예 배낭을 내려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억새꽃이 만발하는 가을이면, 자연의 경이로움을 오감으로 즐길 수 있다.

백패킹을 위한 팁

1 짐은 간소하게
백패킹은 야영 및 취사 장비를 모두 짊어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배낭 무게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무엇보다 짐이 간소해야 자연과 함께하는 백패킹의 묘미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먼저 대상지의 지형과 날씨를 조사한 뒤 꼭 필요한 짐만 정리해보자. 텐트와 타프(그늘막), 그라운드시트(텐트 바닥에 까는 방수포), 매트, 침낭 등 필수 장비 외에도 헤드램프와 간단한 응급처치용품은 반드시 챙겨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2 흔적을 지우자
자연과의 교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백패킹은 가장 친환경적인 캠핑 방식이다. 장비를 꾸리기에 앞서, 미국 국립공원관리청과 산림청, 환경단체의 주도로 시작한 LNT(Leave No Trace) 운동의 7가지 원칙을 숙지하자.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기’, ‘견고한 지면에서 탐방하고 야영하기’, ‘쓰레기는 확실히 처리하기’, ‘본 것을 그대로 두기’, ‘모닥불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야생동물 존중하기’, ‘다른 방문자를 배려하기’ 등이 그것이다.

3 코스 구성은 자유롭게
백패커에겐 모험정신이 필요하다. 기존 등산객이나 트레킹 애호가가 추천한 코스를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중간중간 자신만의 코스를 개발하면 더욱 호젓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백패킹 선배들의 조언. 어디서든 마음 내키는 대로 걷고, 때론 진득하게 머무르기도 하며 백패킹의 자유를 만끽해보자.

4 야영지 선택은 신중하게
백패킹 시 야영은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우선 물길과 가까운 곳을 피하고, 바람이 덜 불며 배수가 잘되는 장소를 야영지로 택한다. 정부 기관이 관리하는 공원에서는 야영 및 취사를 법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또는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자연휴양림을 이용하거나 화기가 필요하지 않은 최소한의 음식을 가지고 백패킹을 즐기는 것도 좋다.

5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자
애플리케이션은 무게가 나가지 않으면서도 상당히 쓸모 있는 고급 캠핑 장비다. 전국 1000여 캠핑장 정보를 수록한 ‘캠핑 로드맵’을 비롯해 각종 응급 상황 대처법과 동식물 도감 등을 소개하는 ‘서바이벌 가이드(Survival Guide)’, 필요한 장비를 꼼꼼히 정리할 수 있는 ‘캠핑 리스트 프로(Camping List PRO)’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보다 쉽고 편안하게 여정을 준비할 수 있다.

에디터 류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