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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미지아니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

FASHION

노력만으론 넘어설 수 없는 선천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이들이 있다. 이들을 우리는 ‘천재’라고 부른다. ‘천재’ 워치메이커에 의해 탄생한, 진정성으로 무장한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파르미지아니. 그 비범함의 근원, 스위스 뇌샤텔 주에서 찾았다.

1 르로클 시계 박물관  2 르로클 시계 박물관 내부 전경  3 피보나치 포켓 워치

파르미지아니는 시계에 관한 확고한 신념을, 범접할 수 없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 브랜드다. 창립자인 미셸 파르미지아니를 쏙 빼닮았다. 파르미지아니가 차원이 다른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로서 이와 같은 명성을 얻은 데에는 미셸 파르미지아니의 시계에 관한 고집스러운 철학만큼이나 파르미지아니의 대주주인 산도즈 재단의 시계 예술에 대한 무한 애정과 창립자에 대한 절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아낌없는 지원의 역할이 크다. 100% 인하우스 매뉴팩처 라인을 만들자는 창립자의 제안에 귀 기울여 1996년부터 9년 동안 부품사 인수와 작업장 개선에 박차를 가한 결과, 현재 세계에서 손꼽히는 시계 브랜드들도 파르미지아니 산하 매뉴팩처에 케이스와 다이얼을 비롯해 각종 시계 부품 제작을 의뢰할 정도니까(100% 인하우스 매뉴팩처 라인을 보유한 시계 브랜드는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
시계 복원 작업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와 경험을 담은, 희소성과 독창성 있는 디자인과 더불어 최상의 퀄리티를 갖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생산할 수 있는 원동력인 파르미지아니의 매뉴팩처 5곳을 차례로 찬찬히 둘러본 후, 샤토데몽에 자리한 르로클 시계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산도즈 재단의 설립자 콘스탄트 산도즈의 아들인 모리스 산도즈가 박물관 건립 소식을 접하자마자 오토마톤을 비롯해 자신이 소장한 앤티크 컬렉션의 주요 작품을 기증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탁 트인 정원(공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넓은 규모를 자랑한다)으로 들어서니, 고즈넉한 풍경과 담담히 어우러진 박물관이 방문자를 겸손히 반긴다. 박물관 곳곳에는 수백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산도즈 재단이 기증한 앤티크 시계가 빼곡하다. 괘종시계, 탁상시계, 회중시계, 벽시계….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시계 하나하나가 뽐내는 자태에 좀처럼 입을 다물 수 없다. 산도즈 재단의 시계에 대한 애정을 가늠하는 것이 대단한 결례로 여겨질 정도다. 파르미지아니의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한 산도즈 재단. 그들의 시계를 향한 열정과 심미안이 뒷받침되었기에 우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종소리를 그대로 구현한 ‘토릭 웨스트민스터 투르비용 & 미니트리피터’나 개화하는 꽃에서 황금 비율을 발견해 제작한 ‘피보나치 포켓 워치’, 세계적 슈퍼카 부가티와 4년의 공동 개발 끝에 탄생한 ‘부가티 타입 370’ 등 파르미지아니 시계의 특별함에 유독 빠져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1,2,3 미셸 파르미지아니의 손을 거쳐 새 생명을 얻은 앤티크 시계들. 황홀하리만치 정교하고 우아하다.  4 복원 피스를 세밀하게 검수하고 있는 장면  5,6,7 앤티크 시계 복원을 위해서는 극도의 섬세한 기술과 인내가 필요하다.

‘천재’라는 호칭을 아무리 강조해도 아깝지 않은 카비노티에(cavinotier, 시계 장인)가 있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친 시계 복원 작업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아무리 오래되고 훼손이 심한 시계일지라도 그의 손이 닿으면 새로운 생명을 얻어 다시금 시간을 알린다. 450여 년의 역사를 넘나드는 시계 복원은 그의 숙명이자 낙(樂)이다.
위 이야기의 주인공? 당신이 예상한 대로 미셸 파르미지아니다. 스위스 뇌샤텔 주의 조용한 마을에서 기계 장인의 아들로 태어나 오늘날 현존하는 최고의 시계 복원가로 꼽히는, 훗날 워치메이킹계의 전설로 남을 인물. 그가 나고 자란 뇌샤텔 주는 17세기부터 시계 산업의 중심지로 꼽힌 곳으로, 특히 이 지방의 라쇼드퐁과 르로클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녀 2009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그 덕분일까? 미셸 파르미지아니의 시계에 대한 관심과 예술적 창의력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자연스레 싹을 틔워 아름드리 나무로 자랐고, 18세기의 위대한 카비노티에 페르디낭 베르투를 비롯한 역사 속 워치메이킹 대가들에 대한 경외심을 자양분 삼아 시계 제작에 매진한 끝에 ‘천재’ 워치메이커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특히 그는 여느 워치메이커와 달리 시계 제작이라는 극도의 정밀함을 요하는 수공예 작업을 미술은 물론 음악, 수학, 과학, 철학 분야에까지 접목하는 점이 흥미롭다.
이 천재 워치메이커를 처음 마주한 곳은 2013년 SIHH 취재를 위해 찾은 제네바. 그 후로 1년 6개월이 흘렀을까. 지난 7월 초, 뇌샤텔 주의 작은 마을 플러리에(Fleurier)에서 이 시대 최고의 시계 복원가를 다시 만났다. 소박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진지하면서 부드러운 눈빛은 여전했고, 관록이 느껴지는 진중한 말투도 그대로였다. 시계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두말할 필요 없고. 특히 식사를 마치고 나서 안내한 파르미지아니 복원 아틀리에(식당 인근에 위치한)에서 그가 보여준 시계 복원 작업에 대한 자부심과 무한 애정은 왜 그를 천재 복원가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따사로운 햇살이 환하게 비추는 통유리 아래 정갈하게 자리한 작업대, 그 위에 놓인 손때 묻은 도구와 크고 작은 시계 부품, 그리고 천장에 걸린 앤티크 새장 시계(사진으로만 접하던 작품을 실제로 보니 탄성이 절로 나올 수밖에)…. 새장 시계가 연출한 장면 중 압권은 미셸 파르미지아니가 직접 태엽을 감는 순간 펼쳐졌다. 새 두 마리의 청량한 지저귐과 폭포수를 연상시키는 생동감 넘치는 물줄기를 구현한 디테일 등을 보고 있으니 시계 예술의 클라이맥스를 목도하는 듯 감동이 밀려왔다. 수백 년 동안 망가진 채 같은 시각을 가리키던 시계가 그를 만나 다시 그에게 말을 걸고 있으니! 브랜드의 창립자이자 역사적 가치를 창조하는 이 천재 카비노티에의 아이디어와 철학이 녹아 있는 오트 오를로주리 파르미지아니가 여타 브랜드와는 비교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순간이기도 하다.

 

복원을 뛰어넘다, 오벌 판토그래프(Oval Pantograph)
매혹적인 오벌형 다이얼과 가제트 형사의 팔을 연상시키는 독창적인 핸드 디자인이 돋보이는 오벌 판토그래프(다시 만났을 때, 미셸 파르미지아니가 테스트를 위해 손목에 차고 있었다!). 이 혁신적 디자인의 컴플리케이션 워치 역시 파르미지아니가 산도즈 재단에서 소장하고 있는 과거 앤티크 시계 복원 과정 중 영감을 받아 탄생시킨 것이다. 특히 타원형 케이스의 윤곽을 따라 길이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2개의 핸드가 연출하는 마법 같은 움직임이란. 보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는 독립 브랜드로서 모든 생산 라인(무브먼트를 비롯해 다이얼, 케이스, 전략적 부품과 세밀 부품 등 시계를 이루는 모든 것)을 갖춘 것은 물론, 복원의 대가이자 천재 워치메이커 미셸 파르미지아니가 과거 시계를 복원하면서 발견한 지식과 시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탐구심, 인내 덕분에 가능한 일. 절제된 아름다움 속에 마치 살아 숨 쉬는 시간의 영험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9월 말경 출시 예정.

에디터 유은정 (ejyoo@noblesse.com)
사진 제공 파르미지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