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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향연

FASHION

프랑스 철학자 바슐라르의 “물은 별들이 새로운 삶을 사는 또 하나의 하늘이다”라는 말처럼. 주얼리 하우스 쇼메가 앤티크 비엔날레에서 선보일 뤼미에르도 컬렉션, 그 안에는 물이 만들어낸 만물의 아름다운 생명력이 숨 쉬고 있었다.

1,2,3 딥 블루와 옐로 사파이어를 세팅해 달빛 아래 반짝이는 물을 표현한 컬렉션  4 방돔 12번지에 자리한 쇼메 본사

About: Antiques Biennial
2년마다 한 번, 짝수 연도의 가을이 되면 파리 그랑 팔레에서 앤티크 비엔날레가 열린다. 1956년 앤티크를 주제로 한 전시회 개최를 취지로 시작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앤티크 딜러, 인테리어 디자이너, 주얼러가 신제품을 소개하고 아카이브에서 찾은 앤티크 피스를 선보이며 어디에선가 영감을 받은 창작품을 공개한다. 특히 다수의 하이 주얼리 하우스가 그동안 갈고닦은 메종의 노하우와 기량을 뽐내는 유니크 피스도 전시하니 어찌 됐건 넘치는 볼거리로 눈이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기회라는 건 틀림없다. 올해 27회를 맞는 앤티크 비엔날레는 9월 11일부터 21일까지 예술의 도시 파리 한복판을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일 예정. 그런데 그에 앞서 주얼리 하우스 쇼메가 <노블레스>에 프라이빗 초대장을 보내왔다. 앤티크 비엔날레에서 선보일 제품에 대한 파리 현지 취재를 국내 매체 중 단독으로 요청한 것! 지난 7월 5일 파리 방돔 광장 12번지에 위치한 쇼메 본사, 그곳 2층에 자리한 그랑 살롱에서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쇼메의 뉴 컬렉션과 만났다.

5 쇼메 본사 2층의 그랑 살롱. 안쪽에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면 쇼메 티아라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뮤지엄으로 이어진다.  6,7 뤼미에르도 컬렉션 제작 과정  8 눈꽃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자인이다. 암석과 혜성이 충돌한 빛의 느낌을 수정과 다이아몬드로 표현했다.  9 미스터리한 심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파이어, 라피스라줄리, 탄자나이트, 다이아몬드를 겹겹이 쌓아 계단 형태로 볼륨감 있게 표현한 링

Discover: Lumieres d’Eau
사람이 234년을 살면 얼마나 많은 기억을 축적하게 될까? 방돔 광장 12번지, 234년의 역사를 간직한 주얼리 하우스 쇼메의 본사 건물은 그 시작부터 흥미로운 역사를 풀어내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언뜻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딕 양식 건물 같지만, 이는 17세기 루브르 궁을 설계한 건축가 망사르(Mansart)가 절대왕정의 정점인 루이 14세 시대 재상으로서 국가의 재정을 튼튼히 한 장 바티스트 콜베르에 대한 헌사로 지은 것. 쇼메는 1907년부터 한 세기가 넘도록 이 건물에서 브랜드 역사를 써왔는데,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앤티크 비엔날레 컬렉션의 프리뷰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곳은 쇼메 박물관이 자리한 2층의 그랑 살롱. 그리스 신화 속 바다의 신 넵튠에게 영감을 받은 4개의 양각 작품으로 벽면을 장식하고 에보니와 우드로 꾸며 균형미가 느껴졌다. 물론 후에 알고 보니 1927년 프랑스 정부에서 그 가치를 인정해 역사 유적으로 지정할 만큼 의미 깊은 장소였다. 쇼메의 새로운 주얼리 컬렉션 뤼미에르도는 이렇듯 아름다운 공간과 조화를 이루며 자리해 있었다. 방돔 광장 12번지라는 메종의 주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12개 세트의 총 53개 주얼리 피스로 구성되는데, 7월 취재 당시까지 제작 중이던 아이템을 제외한 35개의 주얼리를 직접 볼 수 있었다.
물의 반짝임을 뜻하는 이름 그대로 물을 테마로 디자인한 뤼미에르도 컬렉션. 졸졸 흐르는 시냇물, 어린 시절 호수에 돌을 던져 띄우던 물수제비, 호수 표면에 일렁이는 물결, 억수같이 내리는 비, 호수에 비치는 햇살, 꽁꽁 얼어붙은 얼음, 휘몰아치는 파도, 한없이 쏟아지는 폭포 등 물의 다채로운 성질과 형태에 집중하고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50명의 바다의 요정 네레이스(Nereis)들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아 디테일의 섬세함에 신중을 기해 우아하면서도 단아한 모습으로 완성했다. 골드 소재의 유연한 마운드 위에 사파이어, 에메랄드, 투르말린, 라피스라줄리, 진주와 다이아몬드를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장엄하게 표현했는데 마치 북극의 빙산에서 태평양 연안의 산호섬까지 여행을 다녀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세트에는 사파이어, 오팔, 진주 등 각기 디자인에 어울리는 컬러 스톤을 주인공으로 삼되 다이아몬드를 함께 세팅해 작은 빛으로 보다 화려한 광채를 표현했으며, 쇼메에서는 처음으로 프롱 없이 보석을 장식하는 것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6개 혹은 4개의 발 물림이 아닌 2개의 프롱만 사용하는 세팅법을 시도한 주얼리를 선보여 이목을 모았다.

1 쇼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르 데브-라코프  2 해 질 녘 오로라의 부드러운 곡선과 차가운 얼음의 느낌을 에티오피아산 39.05캐럿의 카보숑 컷 화이트 오팔로, 구름을 이루는 작은 물방울을 다이아몬드와 퍼플 사파이어로 표현한 브레이슬릿  3 바닷속 깊은 곳에 숨겨진 비밀을 표현한 디자인으로 블랙 스피넬과 라피스라줄리로 완성한 롱 네크리스

Meet: Claire Deve-Rakoff
앤티크 비엔날레를 위한 쇼메의 새로운 컬렉션 뤼미에르도를 프라이빗하게 공개하던 날, 주얼리만큼이나 전 세계에서 모여든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가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르 데브-라코프가 그 주인공. 스물한 살부터 지금까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패션과 액세서리 분야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트렌드를 창조해왔다. 그리고 2년 전 커리어의 마지막 목적지로 쇼메를 택했다. 이후 아트랩 무아 프레셔스 라인의 워치, 리앙 컬렉션의 하이 주얼리와 워치에 새로운 디자인을 더하며 메종의 아카이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올해 앤티크 비엔날레 작품인 뤼미에르도 컬렉션 역시 그녀의 작품이다. 디자인부터 완성까지 모든 과정에 얼마나 많은 열정을 쏟았는지 각 제품을 ‘베이비’라 부르며 넘치는 애정을 과시한 그녀가 <노블레스> 독자를 위해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소개말을 전했다. “오래전부터 물의 다채로운 형상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쇼메에 합류하게 되었고, 프리송 컬렉션의 디테일을 보다 문득 물의 이미지가 떠올랐죠.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을 본 적이 있나요? 햇빛의 밝음과 어둠에 따라 스펙트럼처럼 다양하게 표현한 연못의 오묘한 색감은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의 흙냄새, 호수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볼 때 밀려드는 충만한 감정처럼 꾸미지 않은 자연이 주는 감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작 중 메종의 품격에 맞는 스톤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결과물에 매우 만족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쇼메의 매력, 심플한 실루엣에 복잡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프랑스 특유의 우아함을 잘 살려냈죠. 조용하고 품위 있게 위용을 드러내는 주얼리, 그것이 바로 여성의 꿈이자 개성을 표현하는 매개체가 될 테니까요.”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