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의 숨은 보물 찾기
고대 유적이 가득한 이집트에서 생생한 동시대를 담은 현대미술을 만나는 것은 분명 이색적인 경험이다. 전통문화와 현대미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도시, 카이로의 매력적인 갤러리를 소개한다.
타운하우스 갤러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집트 아티스트 수잔 헤푸나의 작품
5000년하고도 반세기를 더한 오랜 역사를 지닌 이집트. 세계 문명의 발상지인 이곳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피라미드, 스핑크스, 아부 심벨 신전, 상형문자 등 오랜 역사만큼이나 수려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집트 전역에서 매일 전통문화 관련 페스티벌이 이어질 정도로 전통을 사랑하는 이집트인. 이들에게 전통은 현재의 이집트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집트는 크게 보면 중동 지역에 속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아랍 문화권 국가다. 그중에서도 나일 강이 수직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수도 카이로는 인구 900만이 밀집한, 아랍 지역 최대 도시다. 길고양이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교통도 혼잡한 카이로 시내는 겉으로 보기엔 무질서한 혼돈의 도시 같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나름대로 잘 정돈된 다양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곳이다. 인구의 대부분이 음주를 금지하는 이슬람교를 믿고 있음에도 중동 최대의 와인 및 샴페인 생산지이기도 하다. 그리스가 이집트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이곳의 토착 문화와 융합된 헬레니즘 문명. 카이로 이집트 국립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이 시기의 조각상과 미라 등은 어떤 미술사 책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진귀한 보물이다.
그럼 이 지역의 현대미술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곳의 현대미술계는 이집트 거리만큼이나 복잡하다. 수많은 미술 그룹이 전통적 미술 언어로 혹은 동시대적 미술 언어로 작업하고 있다. 미술기관의 측면에서 보면 이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이집트 문화부의 국가적 후원을 등에 업고 개최하는 카이로 비엔날레가 있는가 하면, 비영리 대안 공간으로 국가의 도움 없이 국제기구나 개인의 후원을 받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타운하우스 갤러리(Town House Gallery)다.
2010년 카이로 비엔날레에 참여한 필리핀 작가 조세핀 터발라(Josephine Turbala)의 설치 작품
1984년에 처음 열린 카이로 비엔날레는 아랍의 중요한 비엔날레로 자리매김하며 2010년 12월 12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듬해 1월 25일 튀니지에 이어 카이로에서 두 번째로 발발한 아랍의 봄 시민혁명으로 인해 그 끝을 보지 못하고 막을 내려야 했다. 2012년에는 비엔날레가 취소되기에 이르렀고, 올해 조심스레 다시 시작한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지난해 12월 설립 15주년을 맞이한 타운하우스 갤러리는 융합적 형태로 유기적 성장을 이룬 독특한 현대미술 공간이다. 1층은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소극장 형태의 공간이 있어 ‘Rawabet’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무용가, 안무가, 퍼포먼스 아티스트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아랍어로 ‘함께’라는 의미를 내포한 ‘SAWA’ 프로그램을 통해 카이로의 지역 커뮤니티와 아티스트를 연계, 작품을 감상하고 직접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워크숍도 개최한다. 비록 영세한 갤러리지만 와일 샤키(Wael Shawky), 수잔 헤푸나(Susan Hefuna) 같은 국제적 이집트 아티스트와 함께 호흡하며 매우 끈끈하고 폭넓은 국제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아랍의 봄 시민혁명이 카이로 현대미술의 지형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변화가 문명의 발상지로서 영광을 다시 찾게 해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에디터 고현경
글 구정원(JW STELLA Arts Collectives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