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이 된 복합 쇼핑센터, 파크뷰그린
최근 베이징에서 가장 주목받는 핫 플레이스를 꼽으라면? 바로 ‘파크뷰그린’이다.
1 파크뷰그린의 화려한 야경
2 파크뷰그린의 다양한 컬렉션
파크뷰그린(PVG, ParkView Green)은 중국어로 팡차오디라 불리는 복합 쇼핑센터다. 온갖 명품 브랜드와 세계 각국에서 온 레스토랑, 여기까지는 여타 고급 쇼핑센터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팡차오디 안에서 유유자적할 때 기존 쇼핑센터와는 무언가 다르다고 느낄 것이다. 그 이유는 실내 곳곳에 놓인 예술 작품이 풍기는 오라 때문.
이곳에는 서양의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와 천원링(Chen Wen Ling), 류뤄왕(Liu Ruo Wang) 등 중국 현대미술 대가의 작품이 모여 있다. 특정 전시를 위해서가 아니다. 팡차오디 그룹 황젠화(Huang Jian Hua) 회장의 컬렉션이다. 건물을 지을 때부터 황젠화 회장은 ‘특별한(make a difference)’ 공간을 지향했고, 일반적 쇼핑센터나 예술기관과는 차별화되는 공간을 만 들고자 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쇼핑센터와 예술의 접점에서 찾았다. 건물 디자인부터 작품 하나하나의 배치까지 황젠화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며 심혈을 기울인 팡차오디는 지난해 말 오픈 이후 작품을 보고 즐기러 오는 방문객으로 연일 만원이다.
우선 쇼핑센터 입구에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달리의 조각 작품 ‘돌고래 위의 사람(Hombre Sobre Delfin)’(1974년)이 방문객을 반긴다. 달리의 환상적인 조각 작품은 황젠화 회장의 컬렉션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40여 점 중 대다수가 1974년 무렵 말년의 달리가 수공으로 제작한 밀랍 소조 시리즈다.
1 파크뷰그린 정문에 놓여진 천원링의 ‘Red Memory’가 방문객을 맞고 있다.
2 팡차오디 갤러리 내부 전경
3 천원링의 작품 ‘당신이 보는 것이 진실만은 아니다’는 방문객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돼지 여인이 목에 붉게 빛나는 목걸이를 두른 채 도도한 자태를 뽐내는 천원링의 작품 ‘Happy Life’(2008년)와 메인 회전문을 지나면 본격적인 팡차오디 컬렉션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쇼핑센터 안에는 천원링의 작품이 말 그대로 ‘널려 있다’. 황젠화 회장이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빠져든 작가가 천원링이기 때문. 현재 팡차오디는 천원링 미술관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팡차오디 아트팀의 뤼헝쉰(Lv Heng Shun) 디렉터는 이에 대해 황젠화 회장이 작가에게 ‘후한’ 컬렉터라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금방이라도 뛰어와 재잘거릴 듯한 붉은 소년이 무리 지어 있는 ‘붉은 기억(Red-memory)’ 시리즈와 ‘당신이 본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What You See is Not Necessarily True)’(2009년)에서 황소에게 엉덩이를 받친 노인의 시각적 기괴함은 이곳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멀리서 들려오는 폭포 소리를 따라 야외로 나가면 798 예술구에서 본 낯익은 늑대 무리 조각상과 용맹하게 싸우는 무사 작품이 놓여 있다. 그곳에 설치한 인공 폭포는 극적 긴장감을 선사한다. 황젠화 회장은 우연히 들른 798 예술구 앞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흉악한 늑대 무리 속에서 외로이 싸우는 무사의 작품을 만났고, 그 무사가 자기 자신처럼 느껴져 바로 작품을 구입한 후 팡차오디로 옮겨왔다고.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오페라 봄바나(Opera Bombana) 입구엔 영화 <스타워즈> 속 주인공들이 문지기처럼 서 있다. 실물 크기의 한정판 피규어다. 황젠화 회장은 쇼핑센터 내에 건축한 아트 호텔에도 스타워즈 테마 룸을 따로 만들 정도로 이 영화의 열성 팬. 이 <스타워즈> 피규어 컬렉션은 황젠화 회장이 대만의 한 컬렉터에게 사들인 것이다. 한 층 올라가면 LG2층이 나온다. 가장 많은 작품이 놓여 있어 팡차오디 컬렉션의 정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한국 작가 이승구의 작품인 사람만큼 큰 개의 형상이 꼬리를 흔들며 반기고, 션진동(Shen Jing Dong)이 만든 귀여운 얼굴의 덩치 큰 군인이 방문객을 경례로 맞이한다. 인도네시아 작가 마르타 구나완(Martha Gunawan)의 동그랗게 구겨진 폭스바겐과 달리의 연인 갈라 그라디바 조각상 등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화칭(Hua Qing)의 작품 제목이기도 한 ‘이 기묘한 세계(The Fantastic World)’ 팡차오디에는 회화 작품도 즐비하다. 재로 다빈치의 명작을 재현한 장환(Zhang Huan)의 ‘최후의 만찬’ 같은 대형 회화 작품도 눈에 띄지만 더 많은 회화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L2층의 팡차오디 갤러리를 방문할 것.
팡차오디에서는 작품들이 쇼핑 공간과 어울려 시너지를 낸다. 어떤 작품은 레스토랑에, 어떤 작품은 계단에, 또 어떤 작품은 거대한 난간에 매달려 있다. 왕루옌(Wang Lu Yan)의 대형 시계 작품은 마치 IWC의 간판처럼 보이고, 와인 숍과 초콜릿 숍 사이에 절묘하게 놓인 가오샤오우(Gao Xiaowu)의 ‘Falling Asleep’은 달콤함 속에 녹아드는 몽롱함으로 방문객을 비추고 있다. 전시관과 화랑으로 구성된 아트팀이 모든 작품을 관리 및 운영하지만, 황젠화 회장이 직접 작품을 고르고 공간의 성격에 따라 배치해 수많은 숍과 레스토랑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예술 작품 외에도 모든 오브제를 마치 작품처럼 배치해 다양한 시각적 체험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팡차오디 쇼핑센터의 차별화된 전략이다.
진귀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전시장이 아닌 곳에 바리케이드도 없이 놓여 있는 작품이 손상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 그러나 뤼헝쉰 디렉터는 “이것이야말로 진짜 삶과 예술의 벽을 허무는 시도”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팡차오디에서는 매년 9월경 아트 위크를 주관해 다양한 작가에게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놀이터로 팡차오디를 제공한다. 팡차오디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매번 신선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더 자주 발걸음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20년 이상 예술품을 컬렉팅해온 황젠화 회장은 작품을 개인의 영역에 묻어두지 않고 공공장소에서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길 바라며 국가 박물관, 남경 예술 학원 등 중국 곳곳에 달리 컬렉션의 일부를 기증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의 물질문명과 소비사회가 빚어낸 예술의 클라이맥스 너머에는 ‘향유’가 존재한다. 예술계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은 그런 의미에서 대중의 향유이기도 하다.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글 주미정(ARTMIA Foundation) 사진 제공 파크뷰그린 문화예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