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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는 아트를 사랑해

ARTNOW

예술은 종종 직간접적으로 디자이너의 창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디자이너와 창작자들이 받은 영감이 다시 우리가 입고, 사용하고, 방문하는 곳에 녹아드는 것.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또 다른 7개의 예술 작품을 소개한다.

1 거리 미술가들에게 영감 받은 프라다의 2014년 S/S 컬렉션
2 프라다의 사피아노 백
3, 4 미우치아 프라다의 런웨이에 그려진 게이브리얼 스펙터와 메사의 그림들

프라다의 ‘2014년 S/S 컬렉션: 인 더 하트 오브 더 멀티튜드’
‘In the Heart of the Multitude’라고 이름 붙은 2014년 S/S 프라다 컬렉션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동시대 예술의 향연이었다. 거리 벽화와 공공 설치 작업, 일러스트레이션(삽화) 분야에서 꾸준히 작업해온 젊은 예술가 6명의 작품으로 런웨이 벽 전체를 채운 것은 물론 미우치아 프라다의 눈으로 엄선한 작품을 ‘옷’이라는 캔버스에도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들 6명의 예술가가 표현해낸 ‘여성성(femininity), 묘사(representation), 힘(power) 그리고 다양성(multiplicity)’이라는 주제는 급속도로 팽창하는 디지털 예술 대신 모든 예술의 기원에 있는 ‘손으로 직접 그린’ 작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뉴욕 브루클린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미술가 게이브리얼 스펙터(Gabriel Specter)는 다양성을 암시하는 무지개와 관객을 응시하는 소녀의 그림을 런웨이에 그렸고,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마일스 ‘엘 맥’ 그리거(Miles ‘El Mac’ Gregor)와 콜롬비아 출신의 스팅크피시(Stinkfish), 프랑스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피에르 모르네(Pierre Mornet)는 섬세한 붓 터치가 느껴지는 각기 다른 강렬한 여성상을, 일러스트레이터와 타투이스트로 유명한 잔 드탈랑트(Jeanne Detallante)는 고전 영화에서 볼 법한 정갈한 여성을, 스페인의 메사(Mesa)는 여성의 인권을 표현하는 듯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여성을 그려냈다. 물론 프라다는 이들의 작업을 단순히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이 창조한 강렬하고 밝은 색감은 이번 시즌 프라다의 중요한 컬러가 되었고, 말 그대로 2014년 봄여름 프라다 컬렉션을 ‘점령’했다. 스커트와 셔츠, 재킷과 튜브톱 원피스, 가방과 선글라스에 이르기까지 젊은 예술가의 작품을 입힌 것은 물론, 뉴욕 플래그십 매장의 벽화 장식과 브랜드 정체성을 압축해 보여주는 캠페인 광고에까지 전면적으로 쓰였다.

1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연극 ‘코메디아 델 아르떼’ / Courtesy of Musee Carnavalet
2 2013년 불가리가 출시한 코메디아 델 아르떼

불가리의 ‘코메디아 델 아르떼’
고대 그리스의 작은 마을 에피루스의 은세공업 가문으로 출발한 불가리가 로마에서 첫 매장을 오픈한 1884년 이래 섬세한 세공과 높은 품질, 아름답고 독창적인 디자인은 불가리의 상징이 됐다. 1977년 불가리-불가리 라인으로 첫 시계 컬렉션을 선보인 불가리는 1982년부터 본격적으로 고급 시계 제작에 뛰어들었다. ‘코메디아 델 아르떼(Commedia dell’Arte)’는 불가리가 16세기의 이탈리아 공연 예술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시계다. 2013년 바젤월드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전문 장인이 손수 정밀하게 세공한 ‘브리겔라(Brighella)’, ‘풀치넬라(Pulcinella)’, ‘판탈로네(Pantalone,)’, ‘할리퀸(Harlequin)’ 등의 주인공은 시간에 맞춰 움직이고 소리를 내며, 한 편의 연극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인의 수공(hand-engraved) 작업으로 18K 금에 세밀하게 그려 넣은 다이얼이다. 이런 고난도 작업에 수백 년을 이어온 예술의 가치를 더하면, 우리는 그것을 ‘아티스틱 워치’라고 부른다. 오토마톤(움직이는 시계)과 미니트리피터(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의 아름다운 조화로 탄생한 한 편의 고전 연극 무대를 21세기의 손목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1 영국 왕실이 후원하는 ‘영국 로열 발레단’
2 알베르토 모리야스가 영국 로열 발레단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아이리스 프리마

펜할리곤스의 ‘아이리스 프리마’
발레를 ‘향수’로 표현하면 어떤 향일까? 빅토리아 시대부터 지금껏 영국의 향수 명가로 명성 높은 펜할리곤스의 향수 ‘아이리스 프리마(Iris Prima)’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캘빈 클라인의 ‘시케이 원’, 마크 제이콥스의 ‘데이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쿠아 디 지오’ 등을 만든 마스터 퍼퓨머 알베르토 모리야스(Alberto Morillas)는 아이리스 프리마를 조향하기 위해 오랜 기간 영국 로열 발레단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발레의 본질인 우아함과 그 이면의 고통을 담아냈다. 특히 영국 로열 발레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2명의 무용수, 네이선 영(Nathan Young)과 로레타 서머스케일스(Lauretta Summerscales)는 이 향수의 뮤즈였다. 그들이 무대 위에서 펼치는 환상적인 공연은 알베르토 모리야스에게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싱그러운 앱솔루트 향과 강렬한 삼박재스민 향의 조화는 관능적인 ‘파드되’를 은유한다. 사실 알베르토 모리야스는 단지 향기만으로 발레의 화려함을 표현하진 않았다. 그는 발레의 본질을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무대 뒤에 숨은 땀과 눈물까지 시각과 촉각으로 완성했다. 토슈즈 느낌의 연분홍빛 종이와 가죽 라벨로 패키지를 만들고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샌들우드와 베티버 향으로 발레 이면의 숨은 고통을 승화시켰다. 네이선과 로레타는 영국 리젠트 스트리트의 펜할리곤스 플래그십 매장에서 열린 런칭 이벤트에서 발레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무용인 발레를 온전히 담아낸 향수는 현재까지 아이리스 프리마가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싶다.

1, 2 나스의 기 부르댕 홀리데이 컬렉션 중 시네마틱 아이섀도우와 립스틱

나스의 ‘기 부르댕 홀리데이 컬렉션’
프랑스의 화장품 브랜드 나스(Nars)의 창립자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프랑수아 나스(Francois Nars)는 사진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나스의 첫 시즌 광고 캠페인부터 직접 촬영했고 현재까지 총 4권의 사진집을 출간했다. 그래서 그가 20세기 후반을 풍미한 전설적 패션 사진가 기 부르댕(Guy Bourdin)을 모티브로 홀리데이 컬렉션을 출시한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기 부르댕은 당대 상업 사진가와 확연히 다른 연출 기법과 스토리텔링으로 20세기 패션 사진계를 선도한 작가로, 선명한 원색과 극적인 명암 대비, 도발적 요소를 정교하게 재배치한 사진으로 유명하다. 기 부르댕의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에로티시즘’, ‘잔인함’, ‘음울한 분위기’. 나스가 기 부르댕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시네마틱 아이섀도우’와 ‘시네마틱 립스틱’ 그리고 ‘블러쉬’는 강렬한 색소 본연의 발색과 계층화 기법을 더해 완성했다. 기 부르댕 사진에서 특히 강조한 여성의 입술은 2013년 홀리데이 컬렉션에서 ‘퓨처 레드’, ‘굿바이 엠마뉴엘’, ‘쇼트 서킷’, ‘라스트 탱고’, ‘풀 프론탈’의 다섯 색상으로 재현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기 부르댕을 흔한 패션 사진가가 아닌 패션의 아이콘으로 기억한다. 패션을 진부하게 설명하지 않고, 자신만의 상징적 기호로 해석한 결과다.

1 밀라노에 있는 스포르체스코 성
2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강력한 후원자 루도비코 스포르차
3 루도비코 스포르차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몽블랑의 루도비코 스포르차 만년필

몽블랑의 ‘2013년 몽블랑 문화 예술 후원자상 펜, 루도비코 스포르차’
몽블랑은 1992년부터 예술 후원자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전 세계 12개국에서 ‘몽블랑 문화 예술 후원자상’을 시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역사 속 위대한 예술 후원자를 기리는 ‘문화 예술 후원자상 펜’도 선보인다. 지난해에 몽블랑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저명한 문화 예술 후원자이자 위대한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지지자인 밀라노 공작, 루도비코 스포르차(Ludovico Sforza, 1452~1508년)의 삶과 영향력을 기리며 22번째 몽블랑 문화 예술 후원자상 펜을 출시했다. 명민한 통치자이자 야심찬 외교가였던 루도비코 스포르차는 예술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밀라노를 유럽의 가장 화려한 궁정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의 후원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최후의 만찬’,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 같은 위대한 작품을 창작했다. 루도비코 스포르차 만년필의 뚜껑과 클립은 밀라노에 위치한 스포르체스코 성(Castello Sforzesco)의 독특한 원형 탑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으며, 어두운 반투명 푸른색의 배럴(몸통)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스포르체스코 성의 프레스코 벽화에 그린 패턴을 활용했다. 뚜껑의 링엔 밀라노 르네상스 시대에 루도비코 스포르차를 기념하기 위해 주조한 은화 ‘테스톤(Testone)’의 머리글자를 새겼다. 만년필의 솔리드 골드 장식은 천장 프레스코화의 선명한 색감을 반영한 푸른 래커와 멋진 대비를 이룬다. 펜의 상단에 고급 자개로 새긴 몽블랑 로고와 공작의 문장으로 장식한 이 걸작품은 스포르체스코 성의 웅장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

1 살바도르 달리와 루이스 부누엘이 함께 만든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1929년)
2 디자이너 루카 스카체티가 달리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아쿠아 디 파르마의 콜로니아 디자이너 에디션 향수병

아쿠아 디 파르마의 ‘콜로니아 디자이너 에디션’
1916년, 이탈리아 파르마 지역의 작은 향료 실험실에서 한 무리의 마스터 퍼퓨머가 새로운 향수를 만들었다. 강렬하면서도 산뜻하고, 당시 인기를 누리던 프랑스와 독일제 향수와는 또 다른 느낌을 풍기는 이 향수는 입소문에 힘입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파르마의 물’이라는 뜻의 이탈리아 향수 브랜드 ‘아쿠아 디 파르마(Acqua di Parma)’는 이처럼 새로운 향수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에서 비롯했다. 천연 재료를 원료로 순도 높은 향기를 채취하는 특별한 조향 방식은 21세기에 이른 지금까지도 변치 않고 이어진다. 아쿠아 디 파르마 하면 떠오르는 아르데코 스타일 향수병은 코카콜라의 곡선형 병이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된 것처럼, 이탈리아와 유럽 전통문화의 우아함이 깃든 아이콘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의 ‘콜로니아 디자이너 에디션(Colonia Designer Edition)’은 문화와 예술을 함축해 완성한 예술 향수의 결정판이다. 현대 이탈리아 디자인과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루카 스카체티(Luca Scacchetti)가 디자인한 향수병은 브랜드를 상징하는 선명한 노란색과 대비되는 구불구불한 검은 선이 인상적이다. 실제 건축설계와 개인 작업에서 소묘와 수채화를 즐겨 쓰는 그는 이번 에디션을 고대 그리스의 꽃병 그림과 초현실주의 대표 작가 살바도르 달리에게 헌정했다. 아쿠아 디 파르마의 창립 시기와 일치하는 아르데코 운동의 혁신적 에너지와 매력을 담은 원통형의 병 모양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의 창립 이념과 맞닿아 있다.

1 프랑스 아르누보 시대의 대표 작가 에밀 갈레의 유리공예 작품
2 캄파나 형제가 에밀 갈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카페 캄파나

오르세 미술관의 ‘카페 캄파나’
1983년 갓 대학을 졸업한 페르난두 캄파나(Fernando Campana)는 형 움베르투 캄파나(Humberto Campana)와 함께 카드보드와 밧줄, 헌 옷, 플라스틱 튜브와 알루미늄 선처럼 일반적 가구와 상관없는 버려진 소재로 가구를 만들며 두각을 드러냈다. 폐자재 밧줄을 불규칙하게 감아 만든 ‘베르멜랴(Vermelha) 의자’를 1998년 이탈리아 가구 회사 에드라(Edra)에서 양산하면서 세계적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친환경 디자인과 예술,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조명과 패션, 인테리어와 가구를 아우르는 형제는 2012년 그들의 이름을 딴 카페 캄파나로 ‘아르누보 시대에 바치는 헌사’를 완성했다. 프랑스 아르누보의 대표 작가로 이름 높은 에밀 갈레(Emile Galle)의 유리공예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카페는 몽환적인 꿈속 풍경을 재현한 공간으로 방문객을 초대한다. 가구의 기능보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양과 자연주의를 숭배한 에밀 갈레의 작품처럼 카페 안의 소파와 테이블, 조명과 설치 작품은 모두 특유의 환경친화적 소재와 유선형 디자인으로 마감했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홍석우(패션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