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놓치지 않을 거예요
극장 스크린으로 오페라를 감상한다? 가볍게 치부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기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장점이 너무 많다.
1 11월 마리아칼라스홀에서 만날 수 있는 로시니의 <신데렐라>
2 집중도 높은 오페라 감상이 가능한 마리아칼라스홀
미술, 클래식, 국악 등 예술 전 분야에 걸쳐서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에 힘쓰고 있을 때, 오페라는 어쩐지 한발 떨어져 제자리에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사정이 달라졌다. 극장 스크린 상영을 중심으로 오페라를 접할 수 있는 장소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 대중화의 첫발을 뗀 것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2006년 8월 소니 클래식 사장이던 피터 겔브(Peter Gelb)가 총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처음으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오페라 공연 실황을 위성 중계하거나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상영 가능한 콘텐츠로 변신시킨 것. 클래식한 오페라를 라이브가 아닌 영상으로 보여준다는 것에 대해 업계의 반발과 조롱도 있었지만 대중의 반응은 달랐다. ‘메트 오페라 온 스크린(Met Opera on Screen)’ 프로젝트가 호평이 이어지며 흥행에 대성공을 거둔 것. 첫 시즌 북미에서는 약 136억 원, 북미를 제외한 해외에서 약 50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10년도 되지 않아 2012-2013년 시즌에는 전 세계 54개국에서 관객 2500만 명을 동원했고, 올해는 64개국 3000여 개 극장에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영국 런던 코번트 가든에 위치한 로열 오페라하우스는 2013-2014년 시즌 <시칠리아의 저녁기도>, <파르지팔>, <라보엠> 등 올해 공연하는 오페라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영화관에서 실황 중계하기로 결정했다. 오페라하우스 사업 분야에 시네마 파트를 추가해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전통적 오페라극장도 새로운 수익을 안겨주는 스크린 오페라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1 메가박스의 인기 프로그램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라이브 중계’
2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팔스타프>
3 <카프리치오>
4 극장에서 감상하는 오페라가 유행이다.
5 용인문화재단에서 상영한 <토스카>
우리나라 극장에서 처음으로 오페라를 상영한 것은 2009년이다. 스크린 오페라 열풍을 이끌고 있는 것은 단연 메가박스다. ‘The Met: Live in HD’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오페라 실황을 상영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에 <더 노즈>, <토스카>, <라보엠> 등의 공연 실황을 선보였고 하반기에는 <코지 판 투테>, <신데렐라> 등의 작품 상영을 앞두고 있다. 오페라 실황 상영의 호응에 힘입어 메가박스는 2012년 여름부터 매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선별해 생중계하고 전국 11개 지점에서 <돈 조반니>, <일 트로바토레>, <장미의 기사> 등을 단독 중계했다. 기존에 오페라를 접해본 장·중년층뿐 아니라 20~30대 젊은 오페라 애호가 관객도 늘고 있다.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잘츠부르크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돈 조반니>는 높은 인기 덕에 일찌감치 조기 매진됐다.
각 지역 예술 관련 기관도 발 빠르게 스크린 오페라 트렌드를 받아들였다. 용인문화재단은 2013년 유료 관객 예매율 70% 이상을 기록한 <사랑의 묘약>, 전석 매진된 <아이다>의 인기 덕분에 2014년부터 ‘씨네오페라’를 용인 포은아트홀의 상설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이다. 내년 1월까지 총 8편의 작품을 상영하며, 프랑스 오페라 4편과 푸치니 오페라 4편을 격월로 선보인다. 고양 아람누리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시네 클래식’이라는 명칭으로 9월 20일 이탈리아 파르마 레조 극장의 베르디 탄생 200주년 오페라 <나부코>, 10월 26일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의 바그너 탄생 200주년 기념 오페라 <발퀴레>, 11월 15일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차이콥스키 <예브게니 오네긴>이 차례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오페라 디너, 오페라 브런치 등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기획으로 오페라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마리아칼라스홀은 2012년부터 ‘해설과 함께하는 메트 오페라’ 프로그램으로 초보 관객에게 어필했다. 관객석이 51석인 살롱 콘서트홀이라 집중도 높은 분위기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 또한 에어리얼 스피커를 통한 7.1채널 음향 시스템을 구비해 성악가의 풍부한 성량이 더욱 생생하게 들린다. 해설을 원치 않은 오페라 애호가를 위해 ‘세기의 명작 오페라’ 프로그램은 전막 상영을 고수한다. 빈 오페라극장, 베를린 실러 국립극장 등 세계 최고의 유럽 오페라극장의 최신 작품을 상영할 예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스타 성악가와 연출가, 대중성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유럽의 오페라는 정통 오페라의 예술성을 지키려 노력한다.
혹자는 여전히 클래식 오페라의 진정한 예술성을 느끼기에 스크린 오페라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아무리 신경 써서 만든 HD 화면이라 할지라도 극장 상영 환경에 따라 감상 후기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대중은 스마트폰, IP-TV, DVD 등 보다 가까운 곳에서 개인적으로 문화를 향유하길 바란다. 이를 두고 가볍게 문화를 소비한다고 비판하지 말 것. 다수가 문화를 소비해야 저변이 확대되고 한층 수준 높은 공연도 소화할 수 있다. 실제로 극장에서 처음 오페라 실황을 접하고 공연을 보러 가는 이도 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스크린 오페라, 거부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눈여겨볼 이유는 충분하다.
에디터 고현경
사진 제공 메가박스, 용인문화재단, 마리아칼라스홀, 인스터피씨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