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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Legacy of LV

FASHION

지난 3월, 마크 제이콥스의 후임으로 루이 비통에 합류한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자신이 추구해온 스타일이 루이 비통의 ‘Proud Legacy’와 어우러진 것에 대해 기쁨을 표하며 첫 번째 쇼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파리에서 날아온 그의 F/W 컬렉션을 한발 먼저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열렸다. 5월 22일, 아시아 지역의 프레스가 싱가포르의 한 갤러리로 모인 것은 그 때문이다.

1 싱가포르에서 열린 루이 비통 2014-2015년 F/W 컬렉션 프레젠테이션 현장  2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새롭게 선보인 여성복 컬렉션

비가 내리고 금세 맑아지기를 반복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싱가포르의 길먼 배럭스(Gillman Barracks) 예술지구(버려진 병영을 정부 차원에서 투자해 거대한 갤러리 특구로 만든 곳이다)에 도착했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 하얀 외관의 건물 앞은 루이 비통의 2014-2015년 F/W 컬렉션 프레젠테이션을 찾은 각국의 프레스와 본사 담당자로 이미 붐비고 있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제안하는 루이 비통의 새로운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부푼 마음을 안고 잰걸음을 옮겨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파리의 캣워크 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곳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여성복 컬렉션. 니콜라는 자유로운 프랑스 여성에게 영감을 받은 ‘믹스 매치’를 키워드로 다양한 색상, 소재를 혼용해 트롱푀유 효과를 부각시켰고, 1960년대 실루엣의 스커트와 코트를 대거 선보였다. 그 예로 클래식한 트위드 소재와 미래적 느낌의 비닐 소재를 사용해 한 벌의 원피스를 만들거나, 고무 소재 슬리브리스 니트 위에 플라스틱 장식을 수놓아 새의 깃털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원피스를 완성했다. 그뿐 아니라 의상 곳곳에 앤티크 트렁크에서 소지품을 고정하던 벨트에서 영감을 받은 허리띠를 매치해 한 벌의 옷이 마치 투피스처럼 보이는 효과를 연출하기도 했다(컬렉션을 통해 선보인 48개 착장 중 20개 룩에 이 벨트를 착용했다고 하니 이번 시즌 놓치면 후회할 키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이 명민한 디자이너는 고급 여행가방 전문 매장에서 시작한 하우스의 핵심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트렁크에서 영감을 가져와 그 디테일을 의상과 가방, 슈즈 곳곳에 녹여 또 하나의 아카이브를 창조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미니 시퀸을 의상 전체에 수놓아 폭스 퍼처럼 보이는 효과를 낸 지퍼 원피스로 레더 위에 블루, 바이올렛 컬러 등 오색의 영롱한 빛을 내는 시퀸을 사선으로 빼곡하게 심어 금방이라도 폭스 퍼가 찰랑일 것 같은 환상적인 피스를 선보였다.

1 루이 비통 2014-2015년 F/W 컬렉션  2 뉴 마르소 백  3 뉴 데이 펌프스  4 클로즈 투 미 뱅글과 쁘띠뜨 말 백

RTW에 이어 전시한 가죽 제품에서는 루이 비통 역사박물관이라도 방문한 듯 고유의 헤리티지가 더욱 농밀하게 느껴졌다. 휴대폰과 립스틱만 넣어도 꽉 찰 것 같은 아주 작은 사이즈의 새빨간 쁘띠뜨 말 백은 1911년부터 1929년까지 부유한 은행가이자 사진작가인 알베르 칸이 루이 비통에 주문 제작한 트렁크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그가 늘 트렁크에 새겨 넣던 시그너처 마크를 그대로 재현해 앙증맞은 모습으로 부활했다. 또한 트렁크의 안감 디테일로 활용하던 마름모 모양의 누빔은 로장쥬 백의 겉감에 고스란히 새겨 클래식한 멋을 더했다. 이 밖에 루이 비통의 아이코닉 백 스피디는 싱글 핸들과 W 곡선을 가미한 모던한 디자인의 독(doc) 백으로, 1934년 선보인 캔버스 소재 여행가방 스콰이어 백은 모던한 디자인의 뉴 마르소 백으로 환골탈태했다. 올해 탄생 160주년을 맞은 루이 비통이 그 역사를 되새김질이라도 하듯, 니콜라의 손을 통해 역사의 순간순간을 지금 이 자리로 꺼내온 듯했다.
여성 컬렉션에 이어 전시장 안쪽에는 킴 존스가 전개하는 남성 컬렉션이 자리 잡았다. 언제나 그렇듯 여행이라는 테마를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번 시즌엔 약간 시야를 좁혀 그 주제를 디지털 여행으로 정했다. “우리는 나사가 우주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과 마추픽추, 쿠스코, 아타카마 사막, 페루의 나스카 지상화의 항공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았습니다.” 킴 존스가 말하듯 광활한 지구 곳곳의 디지털 이미지를 포착하고 각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소재, 이를테면 야생 라마인 비큐나의 가장 부드러운 털로 만든 익스트림 비큐나를 사용해 여행이라는 고전적 테마를 현대의 기술로 녹여냈다. 테일러링 역시 새로운 접근법을 도입한 점이 눈에 띄었다.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울과 모헤어를 함께 사용해 여행에 적합하도록 디자인한 가벼운 트래블 슈트, 마추픽추를 발견한 탐험가 하이럼 빙엄 3세가 즐겨 입은 라펠이 높은 슈트 등에서 진정한 여행자를 위한 루이 비통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포착할 수 있었다.
F/W 시즌이니만큼 아웃도어 웨어와 니트웨어 역시 두툼한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뱀피 소재 윈드브레이커와 비큐나 소재 로브, 수작업으로 완성한 스트라이프 디테일의 캐시미어 코트 등이 럭셔리한 아웃도어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재의 다채로움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스트라이프, 다미에 체크, 아즈텍 스타일 뱀 문양 패턴 등의 다양한 변주를 더해 지루할 틈 없는 남성복을 소개했다. 특히 전시장 중앙에 루이 비통의 클래식한 다미에를 다크 블루 컬러로 재해석한 ‘다미에 코발트’ 가방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는데, 키폴 백과 토트백, 메신저 백, 포트폴리오 백 버전 등으로 다양하게 선보이는 다미에 코발트는 프레젠테이션 현장을 찾은 각국의 남성들로 하여금 눈길을 떼지 못하게 했다는 후문. 1시간이 넘게 루이 비통 홍보 담당자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으며 의상 하나하나에 감탄하다 갤러리를 나서는데, 문득 다음 시즌 니콜라가 또 어떤 컬렉션을 들고 돌아올지 궁금해졌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디자이너의 궁극적 바람”이라고 한 그의 말처럼, 오늘 그의 감성으로 재창조한 루이 비통 역사의 한순간이 수많은 시간이 지난 어느 미래에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기억되고 부활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에디터 이혜미 (hm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