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가방의 소리

FASHION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반된 조합이 서로 만나 하모니를 이루고 멜로디가 된다. 다양한 사회현상과 문화적 주제를 가방과 연결해 현대사회에서 백이 지니는 의미를 조명하는 백스테이지展 by 0914. 그 네 번째 이야기가 전해온 시몬느의 새로운 핸드백 브랜드 0914의 전파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 기발한 상상력의 속삭임에 귀 기울였다.

1 클레가 작가의 설치 작품  2 런칭을 앞두고 있는 0914의 핸드백과 원일 작가의 영상 작업  3 오세인 작가의 설치 작품

가방과 소리. 이 두 단어가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까? 사실 가방을 떠올릴 때 인간의 신경은 제일 먼저 시각적으로 ‘아름답다’, ‘예쁘다’를 인지한 후 접촉에 의한 촉각적 자극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밖의 감각기관은 쉽사리 반응하지 않는 듯하다. 그런데 이번 전시는 새로운 감각점, 청각에 대한 소재를 화두에 올렸다. 생경한 시선이 흥미를 돋우는 전시의 시작은 가방에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소리로 듣고 싶다는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풀어서 설명하면 가방을 인격체, 의식 있는 존재로 간주하고 가방 속에 물건을 담을 때 나는 소성부터 고성까지 다양한 소리의 파장을 채집한 것이다. 이는 “모든 물질과 의식은 불가분의 관계다. 모든 물질은 ‘의식=파동성’을 지니고 있다”는 동양 철학의 이념과도 일맥상통한다. 소리를 일반적으로 ‘듣는 것’만이 아니라 세상을 이루는 에너지로 간주하고 이를 다시 우리의 삶 자체로 보는 순환의 이치 같다고 할까? 앞선 전시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해왔듯 핸드백 제조 기업 시몬느는 새롭게 런칭을 앞두고 있는 0914의 백이 단지 물건을 담아 나르거나 허영을 부추기는 사치품이 아니라는 점을 피력한다. 가방은 끊임없이 우리 삶의 궤적을 따라다니며 감정과 생각을 담는다. 소유자의 역사를 담는 매개체로서 가치를 향유하며 이름을 남기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자 목소리이기 때문. 그리고 이런 이상(理想)은 전시에 참여한 3명의 작가, 원일·클레가·오세인의 의식 프리즘을 통해 가방의 가치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변주한다. 시각적 매체가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현대 예술 작품 속에서 세심하고 민감한 청각을 바탕으로 그것을 공감각적 예술로 소화해온 그들은 갤러리 0914에서 각자에게 할당된 공간을 메워줄 소리와 리듬을 생산하는 가방을 포착한다. 물론 그 과정이 흥미롭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원일은 0914 가방을 만드는 공방과 공장을 방문해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버클 닫는 소리, 트렁크 바퀴가 분주하게 굴러가는 소리, 지퍼가 내는 소리 혹은 소음을 단순히 1차원적으로 우리의 고막에 닿는 파동으로서가 아니라 운동성을 포함한 음악인 동시에 삶의 리듬으로 정의하며 “가방을 소유하는 것은 곧 리듬을 소유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사운드 영상 설치미술가 마이클 클레가는 카세트테이프의 릴 테이프를 리본처럼 길게 뽑아 세 종류의 가방을 붓으로 한 번에 그리듯 형상화한 후 그 테이프가 다시 워크맨 안으로 들어가 소리로 재생되도록 했다. 또 가방의 모양이나 용도에 따라 고유의 캐릭터를 부여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을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하고 촬영한 비디오 영상을 상영한다. 각각의 등장인물은 자신을 나타내는 상징적 단어나 문장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데, 작가가 설정한 음악을 배경으로 반복되면서 하나의 비트로 스며들어 한 곡의 노래가 된다.
마지막으로 사운드 설치가 오세인은 일상의 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해 몇 개의 가방에 보이스 레코더를 넣어 친구와의 수다, 카드 긁는 소리, 상사에 대한 불만 등 소소한 일상의 소리를 녹음해 재생시킨다. 가방이 들은 이야기를 가방으로부터 들을 수 있도록 주객을 뒤바꾼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특히 소리를 들려주는 작은 기계, 이어폰을 나무가 물과 양분을 먹고 성장하듯 넝쿨처럼 벽 전체를 덮으며 자라는 새로운 생물로 표현했는데, 그 모습이 인간 군상과 오버랩되며 묘한 감정을 전달한다. 0914는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지는 것’으로 주목해온 가방의 본질을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탐구한다. 관람객에게 가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풀어내는 브랜드의 탄생을 각인시키며 내년 9월 14일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낼 뉴 컬렉션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전시 기간 7월 8일~8월 31일
전시 장소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백스테이지 지하 2층 gallery 0914 ‘백스테이지展 by 0914’는 명품 핸드백 제조 기업 시몬느의 새로운 핸드백 브랜드 ‘0914’의 본격적 런칭을 위해 2013년 10월부터 2015년 9월까지 2년간 모두 9회에 걸쳐 회화, 설치, 사진, 디자인, 음악, 문학 같은 예술뿐 아니라 심리학자, 수학자, 언론인 등과 협업해 다양한 시각으로 가방을 조명하는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다. 예술가들의 통찰력 있는 견해를 통해 백에 대한 새로운 메타포가 될 전시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0914 페이스북(www.facebook.com/Genuine0914)에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
사진 정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