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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the Mediterranean Wines

LIFESTYLE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햇빛이 부서지는 바다, 신선한 해산물 향연, 그리고 진한 과일 향과 함께 산뜻한 에너지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와인의 고장. 지중해로 떠난다.

 

지중해를 머릿속에 그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른 풍경은 진한 쪽빛 바다와 절벽, 오뚝하게 솟아오른 하얀 집으로 대변되는 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모습이었다. 세계적 휴양지로서 우리에겐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또 <맘마미아> 같은 황혼의 로맨스를 기대하게 하는 곳. 하지만 와인 좀 마시는 사람이라면 ‘산토리니=아시르티코(assyrtiko)’를 공식처럼 기억하고 있어야 진정한 애호가라 말할 수 있다. 아직 생소하겠지만 아시르티코는 에게 해안에서 아주 오랫동안 가장 흔하게 재배해온 포도 품종이다. 17세기 거대한 화산 폭발로 섬의 대부분이 파괴되었을 때도 화산재로 뒤덮인 토양에서 꿋꿋하게 생명력을 지켜냈다. 비교적 따뜻한(사실 뜨거운) 기후에서 자랐음에도 싱그러움을 가득 뿜어낸다. 기본적으로 가볍고 드라이하지만 산미가 균형 있게 받쳐주고, 혀를 눌러주는 무게감이 있다. 마치 “나 그냥 쉬운 와인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산화에 민감하지만 보관에 자신 있다면 묵혀 마셔도 좋은 와인. 잰시스 로빈슨은 4년 정도 숙성한 아시르티코를 즐겨 마신다 했는데 매우 풍부하고 집중도 있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 정식 수입한 아시르티코 와인을 만날 순 없으나 도멘 시갈라스(Domaine Sigalas), 보우타리(Boutari) 같은 생산자를 기억할 것.
그리스 내륙에도 프라미엄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품종이 있다. 만티니아 고산 지역에서 자생하는 모스코필레로(moschofilero)가 그 주인공으로 진한 과일 향이 특징이며 특유의 크리스피한 질감으로 산뜻하게 입안을 적셔준다. 지중해 요리는 물론 스시, 중동 요리와도 잘 매치된다. 본래 지중해 태생이지만 본고장보다 최근 북미 대륙에서 더 각광받는 화이트 와인은 어떤가. 중세 말기 스페인을 거쳐 이탈리아 피에몬테에서 부활한 베르멘티노(vermentino) 품종. 초록빛이 도는 담황색에 향이 매우 진하고 섬세한 부케를 지닌 와인이다. 토스카나 해안에서는 모던한 스타일로 만들어 경쾌한 과일 향과 편안한 질감을 선사하는 반면, 코르시카 섬에서는 종종 힘이 넘치는 버전을 만들기도 한다. 가격 대비 훌륭한 깊이감과 복합미를 보여주는 와인이다. 스페인 마요르카 섬의 모예트(Mollet) 와인은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는 엘 세예르 데칸 로카의 하우스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하다. 토착 품종 몰(moll)을 사용한 이 와인은 상큼한 과일 향과 더불어 미네랄 풍미의 매력이 가득하다.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 1001>에도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 와인의 양대 산맥은 보르도와 부르고뉴지만 밑으로 한참 내려와 지중해와 맞닿은 고장에서도 꽤 흡족한 와인을 만날 수 있다.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남부 론 지역의 경우 마초를 연상시키는 근육질의 강력한 레드 와인이 주특기며, 또 이것만 믿고 마실 수 있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배기에서 놀랄 만큼 신선하고 성격이 쿨한 레드와 화이트 와인이 나온다는 사실! 샤토 마스 뇌프(Chateau Mas Neuf)의 오너 뤼크 보데(Luc Baudet)가 가장 흥미로운 생산자다. 그의 포도밭이 위치한 코스티에르드님(Costiere de Nime) 지역의 경우 일조량은 주변 지역과 큰 차이가 없으나 지중해의 바닷바람이 불어와 내륙보다 기온이 4~5℃ 정도 낮다. 이런 예상치 못한 서늘함을 이용해 강렬하면서 동시에 신선함(cool touch)이 담긴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실험적 행보에 샤토뇌프뒤파프의 파스칼 모렐과 뱅상 모렐 형제, 코트로티의 프랑수아 비야르 같은 친구들이 동참했다. 그렇게 탄생한 와인이 론 패러독스(Rhone Paradox) 시리즈다. 대표작인 ‘론 패러독스 샤토 마스 뇌프’의 경우 붉은 베리류와 유칼립투스, 월계수의 향이 은근한 조화를 이루며 포도의 깊은 맛과 함께 적당한 타닌이 어우러진다. 이 와인은 청담동에 위치한 빌라올리바 레스토랑의 하우스 와인으로, 그곳에 가면 빌라올리바의 산뜻한 지중해풍 음식을 곁들여 즐길 수 있다. 콩드리외(Condrieu)는 론 패러독스 시리즈의 유일한 화이트 와인. 살구와 복숭아 등 흰색 계열의 과일 향미에 미네랄의 느낌을 더해 우아하며 좋은 여운이 오래 남는다.
새로운 맛과 개성을 추구하는 론 와인에 관심이 있다면 셴블뢰(Chene Bleu)의 자비에르 & 니콜 롤레 부부도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19세기에 조성한 포도밭을 개간해 새로운 포도나무를 심고, 오래된 그르나슈를 가져와 부흥시켰다. 셴블뢰의 시라와 그르나슈는 깔끔하고 순수하며 과일과 꽃, 광물성 느낌이 잘 살아 있다. 알리오(Aliot)라 부르는 그들의 화이트 와인은 루산과 그르나슈 블랑, 마르산을 블렌딩해 만들며 우아한 국화, 타라곤 향기와 함께 시트러스 과일의 경쾌함을 느낄 수 있다.
론 지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로방스에서는 ‘로제’가 제맛이다. 프로방스의 심장부인 코트드프로방스가 프로방스 와인 생산량의 75%를 차지하며, 그중 80%가 로제 와인 산지다. 습한 겨울, 건조한 여름 기후, 토양은 얇은 퇴적암층과 석회질로 이뤄져 로제 와인을 만들기에 그야말로 최적의 테루아다. 코트드프로방스에 위치한 카브 데스클랑(Caves d’Esclans)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로제 와인으로 유명하다. 최상위 레인지인 가뤼스(Garrus)의 경우 국내 소비자가가 24만 원인데, 이게 뭐가 비싼가 싶겠지만 로제 세계에서는 특급 가격이다. 밝은 오렌지빛 핑크, 허브 향기와 오묘한 바다 향기, 그리고 그 맛은 적당한 염도가 있으며 깊고 중후하다. 폴 로제의 블랑드블랑에 비견할 만큼 지속적이고 복잡한 구조감이 미각을 자극한다. 식사 중 가볍게 곁들이기에는 샤토 데스클랑(Chateau d’Esclans)도 무난하다. 입맛을 돋우는 딸기, 복숭아의 새콤달콤한 향미와 짜릿하면서도 착 감기는 실키한 감촉으로 입안을 정리하며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엑상프로방스 동쪽에 위치한 샤토 시몽(Chateau Simone)의 로제 와인도 반주로 유명하다. 핑크를 넘어선 투명한 루비빛, 신선한 과일의 향과 맛이 또렷하며, 극적인 산미로 방점을 찍는다. 그르나슈, 무르베드르, 생소 등 프로방스 토착 품종을 블렌딩해 복합미를 완성한 솜씨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하나의 교향곡을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1 향긋한 그리스 화이트 와인, Tselepos의 만티니아 모스코필레로  2 스페인 마요르카 섬의 유니크한 화이트 와인 모예트 CSR와인  3 론 지역의 새로운 와인 스타일을 창조한 론 패러독스 샤토 마스 뇌프 SWS  4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셴블뢰의 여성스러운 레드 와인 아벨라르드(Abelard) 국순당 L&B  5 프로방스에서 온 특급 로제 와인, 카브 데스클랑의 가뤼스 금양인터내셔날  6 프로방스 테루아의 우아함과 견고함을 담은 샤토 시몽 로제 와인 타이거인터내셔날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