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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T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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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리워하는 시절의 풍경과 제품 그리고 소리가 담긴 20세기의 오감.

추억을 선물하는 신발
고등학생 시절 내 발의 단짝친구는 푸마 RS100이었다. 신으면 발이 편했고, 클래식한 실루엣은 살리되 현대적 감성과 기술적 소재를 더해 그 당시엔 혁신적인 신발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0대 후반을 함께 보낸 RS100이 최근 다시 돌아왔다. 컬러와 다양한 소재 조합이 특기인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에서 과감하게 재창조한 모습으로! 아더에러는 65년의 역사를 이어온 푸마 헤리티지에서 영감을 받아 과거와 현재, 미래를 초월해 바라본다는 의미를 지닌 Futro(Future+Retro) 글로벌 컬렉션을 선보였다. 마치 헐크처럼 새롭게 변신한 RS100은 좀 더 투박해지고 과감해졌다. 아더에러의 시그너처 컬러 블루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린과 옐로로 포인트를 더했다. 여기에 신발 뒤쪽엔 고무 범퍼를 장착해 개성을 드러냈다. 한정판 제품이라 소장 가치가 높고, 내 마음을 훔친 두 브랜드가 만났으니 첫눈에 반할 수밖에! 당장 손에 넣을 이유는 충분했다. 심플한 블랙 와이드 팬츠에 컬러 포인트를 주는 이 신발을 요즘 가장 즐겨 신는다. 대책 없이 용감한 그때 그 시절, 그리고 소중한 10대의 추억을 연결하는 특별한 매개체로 오래도록 기억됐으면 좋겠다. 에디터 현국선

시간이 멈춘 골목
볼 것과 먹을 것이 지천인지라, 나처럼 걷는 것을 좋아하는 이라면 하루 종일 2만 보 이상도 걸을 수 있는 마력의 도시, 도쿄. 얼마 전 잠시 도쿄에 머물며 기요스미시라가와라는 지역에 들렀다. 평일 오전이라 여행객도 드물고, 거리는 한산했다. 가끔 자전거 보조석에 아이를 태운 젊은 엄마가 지나쳤고, 유치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골목을 메웠다. 오랜 시간 터를 잡고 살아온 동네 사람들의 손때와 생활의 향기가 스며 있는 골목은 언제나 포근하고 정겹다. 화려한 긴자나 세련된 사람들로 북적이는 오모테산도를 산책하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곳에는 1878년 미쓰비시 그룹 창시자가 착공해 3대에 걸쳐 완성한 기요스미 정원이 있다. 스미다 강물을 끌어들인 연못을 중심으로 한 오래된 일본식 정원의 정갈함을 만끽할 수 있다. 빼곡한 나무숲 너머로 스카이트리처럼 고층 건물이 드러나 신구의 조화가 눈앞에 펼쳐진다. 모두가 일하는 평일 오후, 돌다리를 밟고 연못을 지나며 무리 지어 노니는 거북을 들여다보거나, 자갈이 곱게 깔린 오솔길을 산책하면 시간이 멈춘 듯 기묘한 기분도 든다. 배가 출출해지면 도쿄 후카가와의 향토 요리, 바지락덮밥으로 허기를 달랜다. 고슬고슬 지은 밥 위에 수북하게 바지락을 올려낸 한 그릇이 따뜻하게 배를 채운다. 비릿해진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낼 커피 한잔이 그리운 순간엔 카페로 향하면 된다. 블루보틀 커피 1호점을 비롯해 어라이즈 커피로스터스, 후카다소 등 이름난 카페가 즐비하다. 첨단의 도쿄에서 조금 벗어나 사람 사는 모습과 옛것의 정취를 느끼길 원하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다. 에디터 정유민

유토피아의 구전동화
추억할 ‘좋은 시절’이 없는 세대에게 시티 팝은 구전동화와 같다. 1980년대 일본은 유토피아 같았을 것이다. 일자리가 넘쳐나고 주가는 끝을 모르고 치솟던 시절. 황금이 발에 차이던 그때 BGM은 말캉하고 단내 가득한 노래였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역시 부흥기를 맞았다. 해외 프로듀서들과 최고급 장비를 도입해 세상에 없던 장르를 만들어냈다. 재즈와 펑크, 디스코와 전자악기를 절묘하게 혼합한 초콜릿 같은 음악. 시티 팝은 마치 뻥 뚫린 요코하마를 오픈카로 질주하는 봄날의 느낌 같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로 햇빛이 부서지고 옆엔 사랑하는 그녀가 웃고 있다. 요코하마! 요코하마!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한 기운과 흐느적거리고 싶은 흥이 인다. 앨범은 1981년부터 1988년까지 총 10명의 여성 보컬이 노래한 12곡의 시티 팝을 담았다. 다케우치 마리야(Mariya Takeuchi)가 빠진 건 아쉽지만 고야마 미즈키(Mizuki Koyama)와 마리코 톤(Mariko Tone), 세이노 유미(Yumi Seino) 등 시티 팝 뮤즈들의 노래가 담겼다. 특히 일곱 번째 트랙인 다카무라 아루(Aru Takamura)의 ‘I’m in Love’는 여전히 서울을 벗어날 때 즐겨 듣는 곡이다. 요코하마든 동해 바다든 오이도 바지락칼국수집이든,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해진다. 에디터 조재국


수집가의 공간
전자제품은 대개 출시되는 순간 내리막길을 걷는다지만, 몇몇 브랜드는 그 열외에 있다. 그중 하나가 독일의 브라운(Braun)이다. 브라운의 경영자가 1950년대에 일찌감치 생활에서 쓰이는 제품 디자인의 가치를 인식하면서 브랜드의 디자인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디자인 거장 디터 람스가 1955년 브라운에 합류하고 디자인은 날개를 달았다. ‘Less is More’를 가장 잘 실현한 디자이너의 작품은 여전히 동시대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많은 가정집의 일상 풍경을 감각적으로 만든 브라운의 시대상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 양재동의 평범한 건물 3층에 조용히 문을 열었다. ‘4560 Design House’라는 이름의 공간은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어느 수집가의 개인 전시관이다. 일주일에 세 번(수·금·일요일), 오너이자 도슨트의 진행하에 이뤄지는 전시 풍경은 흥미롭다. 값비싼 수집품을 다수 모아놓은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더분한 차림(특히 3선 슬리퍼가 한몫을 한다)으로, 차분하지만 위트를 빠뜨리지 않는 멘트를 툭툭 던지며 관람객을 이끈다. 디터 람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라디오-오디오 포노슈퍼 SK-4와 포켓 리시버 T3에 직접 선곡한 LP를 꽂아 작동시키는 순간은 그야말로 하이라이트다. 영화 <라디오스타> 속 박중훈이 진행하는 라디오 녹음실에 초대받은 것 같은 기묘한 느낌도 들고, 도슨트와 관람객의 호흡이 너무 찰떡같아 이곳이 마치 작은 연극 무대 같다는 생각도 든다. 독일 ‘브라운 박물관(Braun Design Sammlung)’에 가야 볼 수 있는 진귀한 20세기 컬렉션에 둘러싸여 일어나는 21세기 풍경. 과연 아름다운 ‘레트로 바이브’ 모멘트였다. 에디터 전희란

 

에디터 현국선(hks@noblesse.com),정유민(ymjeong@noblesse.com),조재국(jeju@noblesse.com),전희란(ra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