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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 Dachun 지 다춘

ARTNOW

1968년 중국 장쑤 성 난퉁 시에서 출생한 지다춘은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중국 중앙미술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중국에서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그는 캔버스에 연필과 먹물, 찻물 등을 이용해 여백의 미를 살린 작품을 완성하는데 그 덕분에 그의 작품은 잔잔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국에도 그간 몇 번의 개인전과 키아프를 통해 알려졌으며 현재 베이징 UCCA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는 1990년 초반부터 작업한 풍자적 조형과 추상적 풍경화, 정물화 등 4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베이징에서 그를 만나 작품을 관통하는 그의 철학과 예술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春節)을 앞두고 베이징 작업실에서 만난 지다춘

베이징 798에 있는 UCCA에서 5월 11일까지 개인전 < Without a Home >이 열립니다. 이전의 전시와 다른 점은 뭔가요?
지난번 전시는 2013년 로마의 현대미술관(MACRO)에서 개최한 <욕망을 잊고 구름과 동행하다>전이었습니다. 개인전 제목은 대부분 제가 짓지만 이번 전시 제목은 MACRO 관장님이 지어주셨죠. 중국에 여행 오셨을 때 위안밍위안(圓明園)에서 본 구절이라고요. 그리고 MACRO 미술관에선 최근 3~4년간의 작품을 전시한 반면, 이번에는 기획·준비부터 전시 개막까지 1년 정도 시간을 들여 회고전 형식으로 선보인다는 게 다릅니다.

매번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창조의 고통이 따를 텐데, 새로운 작품은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하나요?
저는 늘 새로운 작품이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느낀 결과물이 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억지로 그 과정을 만들진 않아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욕망을 ‘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계획성이나 목적성이 강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화풍을 형성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존재해요. 재료에 대한 인식이나 그림에 대한 이해, 막다른 길에 몰린 쓸쓸함, 그리고 개인적 성장 경험도 모두 포함되죠.

당신의 작품은 아이들의 장난감, 역사적 상징물, 동물 등 다양한 테마로 선보이는 게 특징이에요. 서로 연결성이 없어 보이는 소재를 선택하는 이유가 있나요?
전 작품에 회화적 언어와 판단, 재료와 촉감에 대한 연계성이 드러났으면 좋겠어요. 그 연계성은 절망의 결과인 경우가 많고, 이후 그 결과와 관련 있는 또 다른 테마가 나타납니다. 짐작하시겠지만 그래서 때에 따라 고통도, 거기서 얻는 것도 달라집니다. 소재 역시 마찬가지고요.

초기 작품과 달리 요즘 작품은 더 생물학적이고 그로데스크한 면이 부각됩니다. 하지만 섬세한 관찰력을 기반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죠. 언제부터 그렇게 유심히 사물을 관찰하기 시작했나요?
최근의 작품은 좀 더 내면을 깊이 파고든 결과물입니다. 동양인은 느긋하게 체득하며 보다 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데 익숙하잖아요. 정서적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서 방식도 자아 중심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중국인 컬렉터는 자국의 작가를 보호하고 지지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작가 입장에서 힘이 되나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알을 낳는 닭과 같습니다. 낳을 건 낳아야지요. 먹힐까, 깨질까 하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달걀을 먹는 사람도 달걀과 닭을 연계해 생각할 필요는 없고요.

중국의 미술사는 아주 오래전에 시작됐습니다. 현대미술에서도 고미술의 영향이 느껴지죠. 특히 영향을 받은 고미술 작가가 있나요?
영향을 받은 예술가는 참 많습니다. 지금도 그 리스트는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죠. 저는 그림을 그리는 것뿐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무척 좋아합니다. 나와 다른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거든요.

당신은 제도화되거나 정치적 작가로 분류되는 중국 작가들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 것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편인가요?
저는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엔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제 작품 중 절반은 교육의 결과고, 나머지 절반은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되죠.

예술가의 길을 가기로 결정한 이유는 뭔가요?
저는 저 자신을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피카소나 북송의 휘종 조길(趙佶) 정도는 되어야 예술가라 할 수 있지요. 물론 젊고 훌륭한 예술가도 많습니다. 가끔 ‘나 자신이 내가 아니라 그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저에게 예술가는 너무 어마어마한 개념이라 때로는 감당하기 버겁고 좀 민망해요.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소개해야 할 때가 있는데 상대가 누구든 늘 쑥스럽습니다. 보통은 나 자신을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고 말해요.

1 Fire of Richter, Acrylic on canvas, 30×25cm, 2008 2 A Pond of Sharks, Acrylic on canvas, 20×30cm, 2009

1 Bird Painting without Bird, Acrylic on canvas, 140×140cm, 2008 2 Black is a Rectangle, Acrylic on canvas, 152×126.5cm, 2013

미대를 졸업하고 처음 연 전시 이야기를 해주세요.
첫 전시회는 열일곱 살 때 고향에 있는 문화궁(文化宮)에서 열었어요. 47편의 유화 작품을 전시했죠. 소개말은 제 은사님께서 써주셨고, 당시의 초대장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참 웃기는 해프닝이었어요. 개막 당일에 갑자기 비가 퍼붓는 바람에 손님이 거의 없어서 사람들의 반응을 알 길이 없었죠.

집과 스튜디오가 한 공간에 있습니다. 사실 집인지 스튜디오인지 잘 모르겠어요. 언제부터 같이 사용하셨나요?
저는 집에서 작업합니다. 처음부터 그랬고, 크게 바뀐 것도 없어요. 중간에 2년 정도 집과 작업실을 분리한 적이 있는데, 작업실로 가는 도중에 그리고자 한 것을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그 후로 같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그림은 컬러나 터치, 재료 등 많은 것이 절제된 느낌을 줍니다. 이런 느낌이 정확한 건가요?
그림도 하나의 언어입니다. 결점이나 잘못된 방식 또한 하나의 방식이고요. 사람은 판단하고, 그런 경험을 축적해가는 과정에서 고집스러울수록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큽니다. 회화도 다르지 않아요. 사람마다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죠. 누군가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해선 안 돼요. 저는 그냥 쏟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목적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여러 가지 감정을 화폭에 표현하고 싶어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예술에 기대하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美)가 그렇죠. 당신에게 미란 무엇인가요?
무한대로 다가갈 수는 있지만 가로지르거나 뛰어넘을 순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작품 창작 의도가 대중에게 잘 전달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 부분은 개의치 않습니다. 관람객은 같은 작품 앞에서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라는 변수를 가지고 각자 다른 체험을 합니다. 그에 따라 개별적 견해를 갖게 되죠. 그 점이 현대미술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예술관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은 무엇인가요? <아트나우> 독자들이 당신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대표 작품을 추천해줄 수 있나요?
추천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사람과 그림 사이에도 인연이란 게 있어서 그 둘은 자연스럽게 만나야 하거든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궁금해요.
여러 한국 갤러리와 협력한 경험이 있고, 서울에서 몇 주간 작업한 적도 있어요. 제게 서울은 인상 깊은 도시로 남아 있어요. 아마도 해외 도시 중 가장 자주 방문한 도시라 그런 것 같습니다.

최근엔 어떤 테마에 관심이 있나요?
테마라고 하는 것은 새롭고 낡음을 따질 여지가 별로 없어요. 예술의 형식과 경계가 끊임없이 변하며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새로운 방법과 관념이 등장할 것이고, 훌륭한 신진 예술가들이 진입해 예술 세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거예요. 그동안 제가 축적한 것은 손가락의 지문과도 같아요. 나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바로 특별한 테마가 되죠.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어요.
아, 저도 무척 궁금한데요?

1 베이징 798 UCCA에서 열리고 있는 지다춘의 개인전 전경 2 Plastic Brain, Acrylic on canvas, 2009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사진 김동욱(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