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성공 사이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인하우스 제작 무브먼트 ‘하트비트 매뉴팩처(Heart Beat Manufacture)’ 칼리버의 1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가 지난 5월 중순 제네바에서 열렸다. 흠잡을 구석을 찾기 힘든 클래식한 시계를 선뜻 믿기 힘들 정도의 합리적 가격대로 제안하는 워치메이커 프레드릭 콘스탄트가 들려준 열정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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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트비트 매뉴팩처 칼리버 탄생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 BFM 2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CEO 피터 스타스
역사책에나 등장하는 인물과의 특별한 인연을 앞세우거나 최소한 한 세기는 훌쩍 넘긴 창립 연도로 고유의 전통과 정통성을 강조하는 하이엔드 시계업계. 그런 측면에서 보면 1992년 첫 컬렉션을 선보인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미미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 워치메이커로는 생소한 국적인 네덜란드 출신 부부 알레타(Aletta)와 피터 스타스(Peter Stas)가 써 내려가는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이야기는 그 어떤 브랜드의 히스토리 북보다 흥미진진하니 말이다.
슬림 라인 투르비용 매뉴팩처(위)와 하트비트 매뉴팩처 실리슘(아래)으로 모두 하트비트 매뉴팩처 칼리버를 탑재했다. 둘 다 실리슘 이스케이프먼트 휠을 장착하고 42시간 파워 리저브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
Birth of the Icon
홍콩에서 근무하던 스타스 부부는 1980년대 말 스위스에서 함께 휴가를 즐기던 중 우연히 시계업계에 뛰어들게 되었다. 20세기 초에 활동한 저명한 시계 다이얼 제작 장인 콘스탄트 스타스(Constant Stas)의 4대손으로 어린 시절부터 워치메이킹 세계에 애착을 가지고 있던 피터 스타스는 합리적인 가격대와 고급스러운 디자인, 거기에 뛰어난 성능까지 갖춘 스위스 메이드 시계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 알레타의 증조부 프레드릭 스레이너르(Frederique Schreiner)와 콘스탄트 스타스를 조합한 이름의 우아한 클래식 시계에 ‘Let more people enjoy luxury’라는 철학을 담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때부터다.
1992년 홍콩 시계 박람회에서 프로토타입을 소개하며 성공적으로 런칭한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1994년 다이얼 12시 방향에 원형 공간을 오픈해 밸런스 휠이 보이도록 디자인한 아이코닉 모델 ‘하트비트’를 처음 세상에 공개한다! 그 덕분에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기계식 시계 브랜드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지만, 특허 출원을 제때 하지 못해 다수의 브랜드가 이 독특한 디자인을 모방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다. 막 걸음마를 뗀 신생 워치메이커의 이 안타까운 실수는 오히려 프레드릭 콘스탄트에게 더욱 열정적인 걸음을 내딛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스위스의 아겐호어(Agenhor)를 포함한 유수의 무브먼트 제작 회사와 손잡고 데이 데이트, 퍼페추얼,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을 탑재한 하트비트 칼리버를 꾸준히 출시한 것도 그 후의 일. 이렇게 차곡차곡 쌓은 노하우 덕분에 2004년, 드디어 다이얼 6시 방향에서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역동적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는 ‘하트비트 매뉴팩처’ 칼리버가 세상의 빛을 본다. 이후 문페이즈를 비롯해 실리슘(silicium) 소재의 이스케이프먼트 휠과 레버를 장착한 투르비용 모델까지 섭렵한 하트비트 매뉴팩처 컬렉션. 이쯤 되면 유서 깊은 창립 연도 없이도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저력은 이미 충분히 입증된 것 아닐까?
Where Heart Beat Starts Beating
하트비트 매뉴팩처 칼리버가 탄생하는 프레드릭 콘스탄트 매뉴팩처. 2006년 제네바 근교에 위치한 플랑레와트(Plan-les-Ouates)에 완공한 매트 그레이 컬러가 매력적인 3200m2 규모의 4층 건물 안에서 워치메이킹의 모든 과정이 이루어진다. 시계 제작의 시작점인 프로토타입을 완성하는 T0, 무브먼트 부품을 제작하고 조립하는 T1, 완성한 무브먼트와 바늘 및 다이얼 등을 장착하는 T2, 그리고 정확도 테스트와 방수 기능 테스트를 포함한 엄격한 품질 관리가 이루어지는 T3. 이렇게 4개의 아틀리에로 이루어진 매뉴팩처에서 한창 작업에 몰두 중인 젊은 시계 장인을 지켜보는 것 역시 특별한 경험이었다. 최신식 인하우스 제작 시스템에 장인의 섬세한 손길을 더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Happy Birthday, Heart Beat!
하트비트 매뉴팩처 칼리버의 탄생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 곳은 제네바 시내에 자리한 BFM(Batiment des Forces Motrices). 1886년 완공한 공장을 문화 공간으로 레노베이션했는데, 내부에 자리한 앤티크 기계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 프레드릭 콘스탄트와 하트비트의 눈부신 동행을 재조명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지금까지 소개한 13개의 인하우스 칼리버와 함께 1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2가지 하트비트 매뉴팩처 컬렉션을 한자리에서 감상했다. 셀프와인딩 무브먼트 FC-942 매뉴팩처 칼리버를 탑재한 ‘하트비트 매뉴팩처 실리슘’은 플래티넘 18개와 18K 로즈 골드 188개를, 오토매틱 투르비용 FC-980 매뉴팩처 칼리버를 탑재한 ‘슬림 라인 투르비용 매뉴팩처’는 스틸 10개와 18K 로즈 골드 10개를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인다고.
‘Live your passion’이라는 슬로건처럼 열정적으로 시작한 역사와 이 뜨거운 열정이 완성한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공연의 끝자락에 마주한 CEO 피터 스타스. 하트비트 매뉴팩처 칼리버 속에 담긴 유기적 움직임을 무용수들의 몸을 빌려 형상화할 줄 아는 이 스마트한 CEO는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초창기부터 우리의 노하우를 남들과 기꺼이 나눴습니다. 워치메이킹 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기용해 함께 배우면서 성장해왔죠. 이런 노력 덕분에 효율적인 제작 공정을 설계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높은 품질과 합리적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균형 잡힌 디자인과 그 어떤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중요하다고 믿는 그와 프레드릭 콘스탄트가 제안하는 고품격 클래식 워치. 진정한 의미의 편안하고 일상적인 클래식은 이처럼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에디터 이서연 (janicelee@noblesse.com)
현지 취재 배우리(파리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