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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먼저 취하는 와인

ARTNOW

지금 소개하는 와인은 테이스팅 전에 마음을 뺏겨버릴 수 있으니 방심하지 말 것. 눈이 먼저 반하고 입안 가득 즐거움이 퍼진다.

1 제프 쿤스(Jeff Koons)와 돔 페리뇽(Dom Perignon)
앤디 워홀, 마크 뉴슨, 데이비드 린치, 칼 라거펠트 등 거장 아티스트와 꾸준히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온 돔 페리뇽이 제프 쿤스의 손길을 거쳐 소장가치 200%의 아트피스로 거듭났다. 2013년 제프 쿤스가 돔 페리뇽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작품 ‘돔 페리뇽 벌룬 비너스(Balloon Venus)’는 오스트리아에서 출토된 2만3000년 전 구석기시대의 작은 조각상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벌룬 비너스는 2008년부터 제프 쿤스가 작업해온 고대 유물 시리즈의 하나다. 제프 쿤스의 벌룬 비너스 오리지널 조각을 보틀 그대로 보관할 수 있도록 돔 페리뇽 사이즈에 맞춰 소형 버전으로 재탄생시킨 것. 네온 옐로의 화이트 와인 ‘돔 페리뇽 2004’와 메탈 핑크의 로제 와인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3’ 두 버전의 레이블과 기프트 박스로 새롭게 태어난 돔 페리뇽 제프 쿤스 리미티드 에디션은 각각 1000병, 60병만 한정 생산했다. 특히 돔 페리뇽 벌룬 비너스는 한국에 단 3병만 입고되어 화제를 모았다. 돔 페리뇽 제프 쿤스 리미티드 에디션,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스티브 코프먼(Steve Kaufman)과 아뮈즈부슈(Amuse Bouche)
미국에서 온 특급 컬트 와인 아뮈즈부슈. 나파밸리의 여왕이라 불리는 스타 와인메이커 하이디 배럿(Heidi Barrett)이 만든 와인이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타닌이 인상적이며 풍미가 뛰어나다. 워낙 극소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그녀의 메일링 리스트에 오르지 못하면 구매하기 힘든 와인이다. 와인 레이블에서도 오너의 감성이 드러나는데 주로 유럽의 아티스트와 작업하는 여느 와이너리와 달리 아뮈즈부슈는 미국 현대미술의 아이콘을 선택한다. 2005년 웨인 티보(Wayne Thiebaud), 2007년 리로이 니먼(Leroy Neiman), 2009년 헌트 슬로넘(Hunt Slonem) 등이 아뮈즈부슈의 얼굴을 장식했다. 그중에서도 희소가치가 가장 높은 것은 팝아티스트 스티브 코프먼이 직접 그린 하이디 배럿의 초상화가 담긴 ‘아뮈즈부슈 2008’ 빈티지다. 스티브 코프먼은 앤디 워홀의 제자로 유명세를 얻었으며 다이애나 왕세자비, 프랭크 시내트라, 무하마드 알리 등 셀레브러티의 초상화를 새로운 스타일의 팝아트 작품으로 선보이며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다. 스티브 코프먼의 작품은 백악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을 포함해 전 세계 600여 개의 갤러리에서 소장하고 있다. 와인셀러에 한 병 한 병 모으는 것만으로 미국 현대미술 대표작을 소장할 수 있는 아뮈즈부슈. 이쯤이면 컬트 와인이라 불릴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1 구본창과 바소(Vaso) 아트 레이블 시리즈
미국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데이나 이스테이트(Dana Estate)는 세계적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에게 100점을 받은 와인 ‘로터스 빈야드 2007’ 빈티지를 보유한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 기업 동아원이 운영하는 곳으로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의 레드 와인 ‘바소(Vaso)’.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등 국제 행사 만찬주로 알려졌다. 바소는 이탈리아어로 화병 또는 항아리라는 뜻으로 레이블에 구본창 작가의 작품 달항아리를 담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올해 초 출시한 ‘바소 아트 레이블’은 기존의 백자색 와인 레이블에 사계절과 와인을 주제로 한 색을 넣어 새 옷을 입힌 5종 시리즈다. 달항아리는 ‘클수록 마음을 많이 비우고 많이 비운 만큼 그 자리에 복을 채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아하고 정적인 와인 레이블을 보고 맛을 미리 상상하지 말 것. 코를 강하게 자극하는 블랙 체리 향을 시작으로 마실수록 초콜릿, 커피 향을 다채롭게 느낄 수 있다. 컬러풀한 레이블 덕분에 기존 바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와인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봄에는 만개한 벚꽃의 분홍빛 와인 레이블을 입은 바소를 즐겨보면 어떨까?

2 김창렬과 카사노바 디 니타르디(Casanova di Nittardi)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파토리아 니타르디 와이너리는 매년 세계적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레이블을 장식해 화제를 모은다. 니타르디는 16세기에 미켈란젤로의 소유였는데 이곳에서 그만의 와인을 생산했다고 한다. 현재 와이너리의 소유주는 페터 펨퍼트(Peter Femfert). 독일의 유명 화랑 ‘디 갤러리(Die Galerie)’의 오너이기도 해 여러모로 예술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1981년부터 니타르디 와이너리에서는 미켈란젤로를 기리는 의미로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Gunter Grass),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토미 웅게러(Tomi Ungerer), 일본 미술가 오노 요코(Yoko Ono) 등 지금까지 31명의 세계적 아티스트와 함께 레이블과 와인 래핑 페이퍼를 만들었다. 2013년 이 리스트에 40년 넘게 물방울 하나만 그리며 특유의 예술 세계를 완성한, 한국의 대표 작가 김창렬 화백이 이름을 올렸다. 실제로 페터 펨퍼트의 디 갤러리에는 김창렬 화백의 작품이 있다고 한다. 김창렬 화백은 ‘카사노바 디 니타르디 2011’ 빈티지의 레이블과 래핑 페이퍼에 작품을 담았다. 그의 물방울이 와인 레이블에서 탐스러운 포도알처럼 보이는 것도 재미있다. 잘 익은 블랙베리 향과 적절한 타닌이 이를 받쳐주며 신선한 산도의 밸런스가 완벽에 가깝다는 평을 듣는다. 이 와인은 전 세계 30개국에서 8000병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며 한국에는 800병만 들어왔다.

3노마 바(Noma Bar)와 멈 코르동 루주(G.H Mumm Cordon Rouge)
고전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잉그리드 버그먼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함께 마시던 샴페인, 멈 코르동 루주(이하 멈).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샴페인으로 손꼽히는 멈은 2012년 ‘샴페인을 가장 샴페인답게 마시자’는 샴페인 매너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네거티브 일러스트 아트의 대표 작가 노마 바(Noma Bar)의 작품에 간결하고도 위트 있는 메시지를 담아 시선을 사로잡는다. 네거티브 일러스트는 한 그림에 서로 다른 2가지 주제를 표현하는 장르로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숨은 의미를 찾는 재미가 있다. 노마 바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를 전공한 후 코카콜라, BBC, 보다폰, IBM 등 글로벌 브랜드와 함께 작업한 인기 아티스트다. 과감한 컬러, 심플한 디자인에 강력한 메시지를 담는 그의 스타일은 멈의 캠페인과 함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한 기프트 박스에서도 잘 드러난다. 세 종류로 출시한 기프트 박스는 레드 리본을 두른 멈의 보틀, 글라스 선택하기, 샴페인을 서빙하는 멋진 웨이터의 모습까지 샴페인에서 연상되는 장면을 잘 포착했다.

1 이동기의 아토마우스와 모리(Maury)
1993년에 태어난 아토마우스는 한국 미술계에서 매우 특별한 존재다. 본격적으로 등장한 첫 번째 팝아트 작품이자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캐릭터다. 물론 일본의 만화 주인공 아톰과 미국의 고전 캐릭터 미키마우스를 합성한 태생부터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지만. 2006년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국수를 먹는 아토마우스’가 거래되어 그 인기를 입증하기도 했다. 탄생한 지 20년이 지나자 아토마우스는 세상의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며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2년에 1000병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생산한 최상급 프랑스 와인 모리(Maury)의 레이블에 등장하면서 아토마우스는 다시 한 번 대중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모리는 프랑스 정부에서 인증한 최상급(AOP[1]) 유기농 와인으로 6대에 걸친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남부 지방의 와이너리 도멘 푸드로에서 양조했다. 30~50년 된 그르나슈 품종을 엄선해 버드나무로 감싼 오크통에서 6년 동안 숙성을 거쳐 완성했다. 일반적으로 빨리 산화된다고 알려진 그르나슈 품종은 장기 숙성이 어려워 다른 품종과 블렌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리 와인은 의도적으로 알코올 도수를 강화해 그르나슈 100%로 만들었으며, 알코올 도수 15.5%로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모든 병에 에디션 넘버를 인쇄했고 이동기 작가가 한 병 한 병 자필 사인을 남겨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와인도, 아토마우스도 더욱 근사하게 성숙해진다.

2 엘리자베스 홀즐(Elizabeth Holzl)과 알로이스 라게데르 피노 그리조(Alois Lageder Pinot Grigio)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국경에 위치한 알토아디제 지역을 대표하는 와이너리 알로이스 라게데르(Alois Lageder). 이탈리아 전역에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지만 알로이스 라게데르는 그중에서도 최고라는 평을 듣는다. 알로이스 라게데르의 대표 와인 알로이스 라게데르 피노 그리조는 상큼한 과일과 싱그러운 풀 향기, 적당한 산도의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이다. 일찌감치 현대미술과 와인의 시너지 효과를 알아본 오너 알로이스 라게데르는 이탈리아 볼차노 (Bolzano)에 있는 현대미술관 뮤제이온(Museion)의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무용가인 부인 베로니카와 함께 지역의 젊은 아티스트를 후원하고 그들을 와이너리에 초대해 포도와 와인이 익어가는 과정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함께한 아티스트는 영감을 받아 새로운 작품을 완성하거나 알로이스 라게데르의 와인 레이블, 카탈로그 등을 위해 작품을 내놓는다. 이 아트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탄생한 것 중 하나가 사진작가 엘리자베스 홀즐과 함께 작업한 와인 레이블. 그녀는 알로이스 라게데르 피노 그리조의 와인 레이블에 담긴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포도나무의 잎과 흙이 숨구멍을 통해 숨을 쉬듯 빛과 산소가 구멍을 통과하는 모습을 표현했어요. 지구와 인류가 함께 살아가며 상호작용하는 모습과 닮았죠.”

에디터 고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