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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예술 활동이 꽃피는 베이루트

ARTNOW

사연 많은 역사의 나라 레바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도 자국 예술인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을 활성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비영리 현대미술 기관인 아시칼 알완-레바논 조형미술협회에서 열린 ‘Home Works Forum’ 행사장 /ⓒ Houssam Mchaiemch. Courtesy of Ashkal Alwan

지리적으로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국경 사이에 위치한 레바논은 50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며 정치적·문화적으로 파란만장한 변화를 겪은 사연 많은 나라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시리아의 정치적 갈등에 불안한 정세를 등에 업고 있지만, 싱그러운 레몬과 그윽한 올리브 향, 향기로운 로제 와인과 신선한 해산물로 유명한 지중해의 아름다운 보석이기도 하다. ‘중동의 파리’라고 불리는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는 우리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인구 150여만 명이 밀집한, 독특한 개성을 지닌 세계적 메트로폴리탄이다. 베이루트 시내 중심가에 나란히 위치해 있는 세인트 조지 마리오니트(St. George Marionite) 성당과 모하마드 알아민 모스크(Mohammad Al-Amin Mosque) 그리고 마그헨 아브라함 시나고그(Maghen Abraham Synagogue) 등은 이슬람, 가톨릭, 그리스정교, 유대교까지 실로 다양한 종교와 그 종교를 따라 유기적으로 형성된 이색적인 문화가 자유로이 공존하는 메트로폴리탄의 대표적 풍경이다.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어우러진 이색적인 분위기와 중동 지역이 안고 있는 정치적 대립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베이루트는 내용적인 면에서 현대미술이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 베이루트 아트 센터의 내부 전경 /Courtesy of Beirut Art Centre
2 아시칼 알완이 주최한 전시회 /Courtesy of Ashkal Alwan

중동 현대미술 전문가 로즈 이사(Rose Issa)는 한 심포지엄에서 “중동에서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도시의 현대미술은 미디어 아트를 위주로 발전해가는 독특한 특성이 있습니다.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정세에서 스튜디오에 앉아 무언가를 만들고 그릴 수 있는 물리적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 대신 촌각을 다투는 정세의 긴장감을 담아낼 수 있는 사진과 비디오가 그들에게는 더욱 적합한 재료가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레바논이 배출한 세계적 아티스트 중 모나 하툼(Mona Hatoum)과 왈리드 라드(Walid Raad)처럼 런던과 뉴욕에서 활동하는 디아스포라(자국을 떠나 서로 다른 사회, 문화, 정치적 환경을 가진 타국에서 사는 사람들) 작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통하기도 하지만, 베이루트를 중심으로 국제적 활동을 하는 아크람 자타리(Akram Zaatari), 라미아 요레이그(Lamia Joreige) 등은 모두 미디어 아트 작가다.
이렇듯 국제적 현대미술 작가를 배출한 도시지만 실제로 자국에는 아티스트의 활동을 뒷받침해줄 정책적 지원이나 국공립 미술기관의 시스템이 거의 부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레바논의 작가와 큐레이터가 모여 의식 있는 컬렉터와 기업 등의 후원으로 운영 중인 몇몇 사립 기관이 있다. 각각의 기관은 탄탄한 프로그램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국제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예로 지난해 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한 파리 퐁피두 센터의 기획 프로젝트 <비디오 빈티지 1963~1983>전은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바로 다음 달인 4월에 레바논의 베이루트 아트 센터(Beirut Art Centre)에서 먼저 선보이기도 했다. 베이루트 아트 센터는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레바논 국가관을 기획하고,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현대미술 액티비스트로 이름이 알려진 큐레이터 산드라 다그헤르(Sandra Dagher)와 아티스트 라미아 요레이그 등이 모여 2009년에 창단한 비영리 현대미술 기관이다. 전시, 교육 프로그램, 비디오 아트 프로그램 등을 선보이고 있으며 중동 지역 작가들의 행보와 작품을 데이터베이스화한 ‘미디어테크(Mediatheque)’ 아카이브도 운영하고 있다.

1 2013년에 열린 베이루트 아트 페어 오프닝 행사 /Courtesy of Beirut Art Fair
2 Steven Cohen, ‘Chandelier’Performance, Newtown Johannesburg, 2001 /Photo John Hogg Courtesy of the artist, Stevenson Gallery and Beirut Art Centre

아시칼 알완-레바논 조형미술협회(Ashkal Alwan-the Lebanese Association for Plastic Arts)는 베이루트 아트 센터가 발족하기 전부터 레바논 현대미술의 발전 토대를 구축하며 중추적 역할을 해온 비영리 현대미술 기관이다. 아시칼 알완(Ashkal Alwan)은 아랍어로 ‘색과 형태’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이 또한 국공립이 아닌 사립 현대미술 기관이라 개인이나 재단의 후원으로 운영하지만 영국 카운슬,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 프랑스 인스티튜트, 아랍 예술 문화 펀드(Arab Fund for Arts and Culture, AFAC) 등의 국제적 기관도 후원할 정도로 공신력을 인정받은 기관이다. 전시, 심포지엄, 레지던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이 기관의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Video Works’와 ‘Home Works Forum’을 꼽을 수 있다.
2007년부터 3~4년 간격으로 진행해온 Video Works는 매번 새로운 주제를 정하고 관련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를 선정해 비디오 작품을 제작하는 커미션 프로젝트다. 첫해의 주제가 2006년 7월에 발발한 레바논 전쟁일 만큼 레바논의 정세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바람직한 현대미술 프로젝트다. 2002년 이후 2~3년마다 개최해온 Home Works Forum(HWF)은 아랍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권의 큐레이터, 아티스트, 문화 전문가가 참여해 10일 동안 강의, 아티스트 토크, 패널 디스커션, 워크숍, 퍼포먼스, 스크리닝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HWP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원 졸업생 이상의 미술 전문가를 대상으로 문화 생산자 입장에서 기획과 미술 작품 제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독특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 비영리 미술기관으로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작가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아랍 디아스포라 작가의 사진 작품을 아카이빙하고 있는 아랍 이미지 파운데이션(Arab Image Foundation)과 아랍 및 해외 예술영화를 상영하고 연구하는 메트로폴리스 아트 시네마(Metropolis Art Cinema) 등이 있다. 이에 비해 이 지역의 아트 마켓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으며 그 규모 또한 매우 작다. 메나사트 페어(MENASART Fair, 중동·북아프리카·동남아시아 아트 페어)라는 이름으로 2011년에 발족한 베이루트 아트 페어(Beirut Art Fair)는 아직은 주로 중상위 규모의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작은 규모다. 그러나 올 11월 동남아시아 마켓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자매 아트 페어인 싱가포르 아트 페어를 개막해 베이루트가 가지지 못한 마켓을 이를 통해 확장하려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에디터 고현경
구정원(JW STELLA Arts Collectives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