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nce of Modern Korean Cuisine
100년 밥상에서 한식의 멋과 맛을 오롯이 느꼈고, 모던 코리안 퀴진의 발전 가능성을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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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종국 선생(오른쪽)과 그의 제자로 이번 갈라 디너에 함께한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의 한식 메뉴 개발 담당 박현주 주방장
2 정(情)을 나눈다는 의미의 후식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이 개관 100주년을 기념해 한식 요리 연구가 이종국 선생과 함께하는 정찬을 준비했다. ‘100년의 문을 열어 손님을 맞다’라는 주제로 6월 12일, 13일, 27일 단 3회, 각각 70명만 초대한 아주 특별한 자리다. 이종국 선생이 정성껏 준비한 밥상의 재료가 50년 숙성 간장, 5년 발효 식초 등 숙성 기간만 합쳐도 100년을 훌쩍 넘는 이른바 100년 밥상. 여기에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이 축적한 연회 노하우와 품격 있는 연출력을 더해 환상의 하모니를 선보였다. 벨기에 출신의 유명 푸드 칼럼니스트 장-피에르 가브리엘(Jean-Pierre Gabrielle)은 이종국 선생의 음식에 대해 “계절감을 살린 식자재와 그 식자재의 의미가 어우러진 세련된 음식이다. 탁월한 맛과 시각적 장식이 훌륭한 조화를 이뤄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고 평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물론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한식의 멋과 맛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한 자리였다. 아래는 이 프로젝트의 일등공신 이종국 선생과의 일문일답.
1 밀쌈과 모란화, 가죽장아찌 등 6가지 메뉴로 구성한 전식
2 숙성 간장을 사용한 한우꼬리찜
이처럼 뜻깊은 협업을 성사시킨 배경은? 좋은 우리 음식이 주인공인 갈라 디너를 통해 한식의 우수성과 가능성을 모색해보고 싶었다.
이번 한식 갈라의 주요 컨셉은 무엇인가? 전통을 지키되 현대인의 삶과 미학을 담은 요리다. 미래지향적 한식을 선보이고자 했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의 슬로건이 ‘The After’다. 오래된 것과의 공존(올드 & 뉴) 같은 발상은 식상하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새로움이다.
100년 밥상의 차림표는 서양의 그것과 완전히 차별화된다. 신선하다. 식전차와 전식으로 시작해 지(地), 풍(風), 화(火), 수(水), 몽(夢), 진지, 정(情)의 단계로 이어진다. 지는 대지의 기운을 담은 것이다. 각종 뿌리채소와 물속 땅에서 난 전복으로 샐러드를 만들었다. 풍은 바람이 전하는 향을 뜻한다. 5색 전유화와 상수리만두, 전통 레시피를 내 식으로 재해석한 석류병을 낼 거다. 화는 불의 힘을 실었다. 소금장에 재운 한우 갈비를 백탄숯에 구워내는데 함께 곁들여 먹는 백김치 맛이 끝내준다. 그다음은 물 요리로 정화해주는 단계다. 옥돔수삼구이, 군소조림과 함께 각종 진귀한 먹거리를 우린 봉황탕을 넣었다. 마치 왕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하도록. 몽은 이 디너의 꿈같은 하이라이트다. 단아한 고명을 얹은 한우꼬리찜과 갓김치의 조화를 즐길 수 있다. 진지는 사대부 나들이 음식으로 소박하지만 품위 있게 구성했다. 후식은 소나무 껍질로 만든 송기떡처럼 전통적인 것과 서양의 마카롱을 응용한 색동과자 같은 현대적인 것을 믹스 매치했다.
한식 상차림에서 중요한 계절색은 어디서 발견할 수 있는가? 한식은 준비하는 음식이다. 그 철에 난 가장 좋은 식자재를 그때 저장해 다시 꺼내 쓰는 것도 확장된 의미의 ‘제철 식자재’로 생각할 수 있다. 그해의 첫사랑 같은 봄나물장아찌, 진석화젓, 매실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각종 효소. 일일이 열거하진 못해도 분명한 건 이 음식을 먹으면 자연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무엇보다 정교하고 섬세한 담음새가 돋보인다. 이세용 도예가가 이번 디너를 위한 그릇을 특별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당신만의 플레이팅 원칙이 있는가? 음식은 과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초라해서도 안 된다. 시각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형형색색으로 빚어낸 내 음식이 돋보이는 광이 없는 백자를 선호한다. 너무 고전적인 것보다는 모던한 형색을 갖춰야 하고. 그릇에 담을 땐 여백을 중시한다. 먹는 사람이 그 여백을 채우는 것이다.
한식과 전통주 혹은 와인의 페어링도 기대할 수 있나? 그런데 메뉴에 짝 맞춘 술이 보이지 않는다. 한식은 어떤 술도 수용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 음식의 또 다른 매력이다. 세트로 맞춘 술을 제공하지 않고 위스키, 와인, 샴페인, 막걸리 등 원하는 대로 주문해서 즐길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당신이 제안하는 한식이 나아갈 방향은? 방법론에 조금 더 신경 써야 한다. 닭고기 완자를 띄운 삼계수프처럼 맛은 전통 속에서 찾되 표현을 달리하는 것. 이는 단순한 한식과 양식의 결합이나 퓨전의 개념이 아니다.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모던 코리안이다. 문의 317-0070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사진 김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