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vo, Breitling!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선명한 노란색, B를 중심으로 펼친 2개의 날개가 비행기를 연상시키는 멋스러운 로고 그리고 그 아래 1884라는 탄생 연도까지. 그렇다. 올해는 브라이틀링이 탄생한 지 130주년 되는 해다. 브라이틀링과 20년 넘게 함께한 브랜드의 산증인인 부회장 장 폴 지라딘을 만났다.
브라이틀링의 부회장 장 폴 지라딘. 그의 손목에서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자체 제작한 쿼츠 무브먼트를 장착한 칵핏 B50이 눈길을 끈다.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계 & 주얼리 박람회 바젤월드에는 매년 특별한 수족관이 들어선다. 바로 브라이틀링 부스 전면에 보이는 거대한 아쿠아리움이다. 엄청난 양의 다양한 물고기가(2013년에는 상어 두 마리가 그 위용을 자랑하기도 했다!) 유유히 헤엄치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수족관 맞은편에서 특별한 사람과 시계를 만났다. 브라이틀링의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는 부회장 장 폴 지라딘(Jean-Paul Girardin), 그리고 그를 본 순간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손목 위의 낯선 시계. 브라이틀링이 자체 제작한 쿼츠 크로노그래프를 탑재한 ‘칵핏 B50’으로 30도 기울어지면 자동으로 백라이트가 들어오고, 비행시간뿐 아니라 이착륙 시간까지 기억하고, 로컬 타임과 홈 타임을 버튼 하나로 손쉽게 바꿀 수 있는 일명 ‘스왑(Swap)’ 기능이 흥미로운 시계였다(사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라 철저히 비밀에 부친 시계지만, <노블레스>를 위해 특별히 소개해주었다). ‘자랑스럽게’ 시계 설명을 마친 후, 그와의 본격적인 인터뷰가 이어졌다.
1 60년간 중단 없이 생산한 유일한 기계식 크로노그래프인 내비타이머 역시 창립 13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 사진은 내비타이머 46mm. 2 창립 130주년을 기념하는 크로노맷 에어본
130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이번 바젤월드의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우리의 목표는 ‘성공한 독립 브랜드’로 남는 것인데 우선 130년간 독립 브랜드로 살아남았고, 또 올해도 무사히 바젤월드에 함께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기쁘다. 창립 13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2개의 대표 모델을 선정해 ‘혁신’을 가미했다. 크로노맷 에어본은 브라이틀링의 역사, 본질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담아 디자인했지만, 기술적 요소는 현대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참고로 덧붙이면 크로노맷은 1983년 이탈리아 공군 곡예 비행단을 위해 제작한 플래그십 모델로 브라이틀링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인 중요한 시계). 두 번째 내비타이머는 1952년 파일럿을 위한 시계로 처음 제작해 지금은 브랜드의 상징이 된 모델로 60년간 끊임없이 생산한 유일한 기계식 크로노그래프이기도 하다. 이 의미 깊은 모델을 기존 43mm보다 크게 46mm로 출시하고, 브라이틀링이 ‘사랑하는’ GMT 기능을 탑재한 48mm 모델로도 선보였다. 브라이틀링의 철학이 ‘제품으로 말한다’인데, 탄생 130주년을 맞는 기쁜 마음을 브랜드의 대표 모델로 표현하고자 했다.
당신 말대로 독립 브랜드로서 ‘성공적으로’ 130년을 이어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좋은 제품 그리고 명확한 방향성 아닐까? 크로노그래프, 기계식 시계, 독자적 디자인, 항공 산업과의 관계 등 많은 요소가 브랜드의 강렬한 이미지를 형성해왔다(실제로 ‘항공시계’ 하면 비행기 날개를 연상시키는 브라이틀링의 로고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듯). 독립 기업으로서 장점인 장기적 플랜과 빠른 의사 결정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반경 10m 내에 몰려 있어 긴밀한 의사 교환과 결정이 가능하다. 그 덕분에 브라이틀링은 항상 깨어 있을 수 있었고, 남들보다 신속할 수 있었다!
시계업계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브라이틀링처럼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뿐 아니라 저마다 개성을 뽐내며 새롭게 런칭하는 신규 브랜드의 돌풍도 무섭다. 어떻게 보면 시계업계가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꼭 포화 상태라고 보긴 어렵다. 시장에 더 많은 시계 브랜드가 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시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많아졌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시장 자체가 커진 것이다. 품질은 물론 훌륭한 디자인, 뛰어난 기능성 그리고 혁신성을 갖춘 시계를 선보인다면 앞으로 전망도 충분히 낙관적이라고 본다. 좋은 시계에 대한 수요가 함께 늘어날 거라는 전제 아래 말이다.
그저 수요가 늘어날 거라고 전망하는 건 다소 이상적인 생각 아닐까?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브라이틀링에서 특별히 기울이는 노력이 있는가? 물론 브라이틀링은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려 한다. 맞다. 중국 사람이 스리 핸즈의 심플한 시계를 선호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기계식 크로노그래프로 손꼽히는 우리의 시장점유율이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인의 특성 중 하나가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그들이 시계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갖추면 2개의 푸시 버튼, 6개의 바늘, 기술력을 겸비한 크로노그래프 시계의 가치를 알게 될 거라고 믿는다. 물론 시계에 대한 그들의 안목을 높일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우리도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중국 시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하이엔드 시계업계에서 아시아 시장의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리치몬트에서는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SIHH의 아시아 버전인 워치스 앤 원더스까지 개최하고 있지 않은가. 브라이틀링에서는 아시아 시장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가? 브라이틀링은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강세를 보였고, 국가로 보면 사실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일본과 한국이 브라이틀링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다. 일본과 한국에서는 지금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홍콩과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능성을 넓히려 한다. 2011년 약간 작은 사이즈로 선보인 크로노맷 41이나 2012년 출시한 벤틀리 바네토 42 등이 아시아 고객을 위한 제품의 예다. 물론 우리의 기본 틀은 여전히 기계식 크로노그래프다. 그걸 바꿀 생각은 없다. 우리의 핵심 제품인 기계식 크로노그래프를 유지하면서 각 컬렉션의 1~2개 모델 정도를 클래식한 시계로 가져갈 예정이다. 그 안에서도 우리와 어울리지 않는 것은 결코 제작하지 않는다. 단일 브랜드에서 동일한 메시지와 이미지를 전달하되, 각각 다른 모델을 다른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지금까지 130년을 성공적이라 자부하는 당신에게 브라이틀링의 앞으로 130년은 어떤 모습일지 묻고 싶다. 브라이틀링은 언제나 독자적으로 방향성을 제시하고 한결같이 그 길을 걸어왔다. 기계식 시계, 스포츠 시계, 크로노그래프 등 브라이틀링의 영역은 항상 확실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 여성을 위한 아기자기한 주얼 워치나 패션 워치, 그리고 다이얼이 지나치게 작은 시계는 브라이틀링에서 만나기 힘들 것이다. 그 대신 우리의 주력 분야에서는 고유의 색깔과 철학을 유지하며 누구보다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자부할 수 있다.
에디터 이서연 (janice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