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n Power
아시아 미식계를 이끄는 슈퍼스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2명의 아시안 셰프를 만났다. 그들이 선보이는 직감적이며 창조적인 요리가 아시안 미식 지도를 바꾸고 있다.
블랙 소금을 가미한 구형의 요구르트
가간 아난드 셰프
인도 음식으로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은 혁신가 Gaggan Anand
미식가 사이에서 당신은 ‘요리계의 커크 선장’이라 불린다. 직감이 뛰어난 행동파라는 의미일 텐데, 이 별명에 대해 알고 있는가?
어릴 때 식구들은 나를 ‘타이태닉호’라고 불렀다. 언제 어떻게 가라앉을지 모르는 위태로운 인생, 한마디로 골칫덩어리라는 의미다. 동네 록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하며 그저 하루하루 즐기며 사는 것이 낙이던 시절이다.
드러머가 요리사가 되었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사촌과 친구들이 의사, 변호사가 되겠다고 할 때 “그럼, 나는 요리사!”라고 외쳤다. 요리를 해본 적은 없지만 색다르고 흥미로운 직업 같았다. 고향인 콜카타를 떠나 트리반드룸에서 요리학교에 다니고 타지(Taj) 그룹에서 교육을 받으며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방콕에 있는 ‘레드(Red)’라는 현대적 인도 요리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되었다.
엘 불리로 유명한 페란 아드리아의 연구소에서 인턴으로도 일했다고 들었다.
아마 내가 인도계 최초의 인턴이었을 거다. 당신의 조리법을 배워 인도 음식에 접목하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이틀 후에 와도 좋다는 메시지를 받았고, 즉시 가방을 챙겨 스페인으로 향했다. 음식에 과학을 접목한 그들의 요리법은 그야말로 일대 ‘혁신’이었다. 하지만 엘 불리에선 분자 요리를 하더라도 과학자가 아닌 요리사의 마인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리는 인간을 위한 공학이며, 중요한 것은 맛과 정성이라고, 액체질소나 먹을 수 있는 사금 따위는 핵심이 아닌 주변 재료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했다. 소금을 넣을 때도 그 양을 측정하지 말고 마음을 담으라는 말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페란 아드리아의 영향 때문인가? 당신의 요리는 인도 음식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다.
인도 음식이 맛있고 이국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이다. 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도 음식이 세계 제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페란 아드리아의 기법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정통 인도 음식에 새로운 방식을 적용했다. 때론 웃기고, 때론 쉽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것이 가간의 스타일이다. 반투명 라이스 페이퍼로 만든 플라스틱 가방에 담긴 양념 땅콩, 먹을 수 있는 흙 위에 피운 ‘마법의 버섯’, ‘누가 염소를 죽였나?’라는 음식은 수비드로 조리한 양고기 요리로 사프란을 섞은 아몬드 오일을 사용해 접시에 피를 뿌린 것 같은 장식을 더했다.
굉장히 실험적이며 도전적으로 보인다.
‘진보한 인도 요리’다. 내가 처음 내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열며 방향성을 정할 때,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을 들으며 ‘맞다, 이거다’ 싶었다. 가끔 보수적인 사람들이 “너는 너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내 요리를 맛보는 건 핑크 플로이드의 ‘Dark Side of the Moon’이나 ‘The Wall’을 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 주방은 과학 실험실이나 다름없다. 분자 요리를 위한 각종 도구, 사이폰, 펌프, 훈연기, 탈수기 등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뜨거운 젤리, 살짝 얼린 공기, 지방 파우더 등을 만든다. 하지만 절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최신 기술을 보여줄 목적으로 요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도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초콜릿으로 표현한 대지 위에 코리앤더 뿌리를 올려 장식한 요리
푸아그라 무스와 망고 아이스크림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는 ‘푸아그라 선데’
트러플 무스로 속을 채운 나무 기둥 형상의 트러플 요리. 그린 칠리로 장식해 화려함을 더했다.
가간은 총 19개의 요리로 구성한 코스 요리만 선보인다고 들었다. 가간만의 창조적인 현대 인도 음식도 흥미롭지만 고전적인 맛을 기대하는 이를 위한 정통 메뉴도 만날 수 있나? 이를테면 인도 카레 같은.
당연히 있다. 그것도 코스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단계에. 카레만큼은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애쓴다. 나의 성공을 누구보다 기뻐한 어머니에게 드리는 선물 같은 음식이다.
당신은 레스토랑 투자자로도 유명한데, 최근 2개의 레스토랑을 더 열었다고 들었다.
지난해 12월에 스물세 살 젊은 프랑스인 셰프가 이끄는 미틀리셔스(Meatlicious)라는 그릴 요리 레스토랑을, 올 초에는 독일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쉬링(Su¨hring)을 오픈했다. 나는 매우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재능이 있지만 돈이 없는 셰프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 위해 수입의 절반을 투자하겠다고 다짐했다.
제2의 가간을 오픈할 계획은 없나?
이 세상에 가간은 한 명뿐이니 가간 레스토랑도 하나밖에 존재할 수 없다. 같은 요리 스타일도 10년이면 만드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 모두 지루해질 것이다. 이곳도 향후 5년 안에 정리할 생각이다. 파트너에게 2020년이 가간의 마지막 해가 될 거라고 이미 운을 떼어놓았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요리,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요리를 찾아 세계 곳곳을 탐방하려 한다. 일단 물망에 올려둔 다음 행선지는 일본 후쿠오카다. 일본의 식자재를 사용하면 내 음식은 전혀 다른 맛으로 재탄생할 테니까. 후쿠오카에서 가간의 신곡을 발표할 그날을 기대해달라. 그날까지 실험실의 불은 절대 꺼지지 않을 것이다.

Gaggan
아시아에서 가장 흥미로운 셰프로 알려진 가간의 현대적 인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 방콕 중심가의 85년 된 콜로니얼 스타일 건물에 둥지를 틀었으며 대리석 테이블과 등가구 등으로 고풍스럽게 꾸몄다. 2015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10위, 2015년과 2016년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1위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ADD_ 68/1 Soi Langsuan, Ploenchit Road, Lumpini, Bangkok 10330, Thailand
TEL_ +66 2 652 1700
WEB_ www.eatatgaggan.com
안드레 치앙 셰프
본능적으로 요리하는 철학적 창조가 Andrè Chiang대만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프랑스에서 15년을 거주하며 요리를 배웠다. 세이셸에도 2년간 살았다고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활동한다. 많은 이들이 부러워할 세계를 누비는 삶이다.
그래서 두려움이 없다. 동서양을 망라한 어떤 식자재가 주어져도 자신 있게 요리할 수 있는 것이 나의 장점이랄까. 싱가포르에 레스토랑을 차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그런 것처럼.
당신이 먹고 자란 친숙한 동양 요리가 있는데 왜 프랑스 요리법을 선택했는가?
어머니가 일본에서 운영한 중국식 레스토랑에서 일한 것이 이 업계에 대한 첫 경험이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이는 프랑스인 스승이다. 피에르 가니에르, 자크 & 로랑 푸르셀, 조엘 로부숑, 파스칼 바르보 등. 요리의 비주얼을 보면 쉽게 예상할 수 없겠지만, 저변에 깔린 조리법의 근간은 프랑스 스타일이다. 엄밀히 말하면 3세대 누벨 퀴진이고, 프랑스 중에서도 지중해성 남부 스타일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당신의 요리는 흔히 8가지 항목으로 요약해 설명한다. 8철학(Octaphilosophy)이라 명명했던데,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
8철학은 내 요리의 기반이다. 독특함, 기억, 질감, 순수함, 지역성, 소금, 남부 지방(남프랑스), 장인정신을 뜻한다. 이 8개 단어를 상징하는 요리가 늘 메뉴에 등장한다. 그렇지만 컨셉만 가져올 뿐, 식자재와 조리법은 매일매일 즉흥적으로 달리한다. 지난 4월 27일 나는 마흔 살 생일을 맞아 동명의 요리책
레스토랑 안드레는 단 한 가지 셰프 테이스팅 코스만 제공하며, 당신이 말했듯 그날의 식자재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정해진 메뉴가 없다고 들었다. 하지만 8철학 중 ‘기억’을 테마로 한 요리만큼은 꾸준히 선보인다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1997년에 최초로 개발한 푸아그라 젤리와 검은 송로버섯 소스로 구성한 요리다. 누구에게서 영감을 받거나 기술을 본뜬 요리가 아니고 스스로 창작한 나만의 요리다. 이 요리는 끊임없이 ‘네가 요리를 시작한 날을 떠올려봐. 그날의 땀과 열정을 잊지 말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나의 소중한 기억을 이곳을 찾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
땅콩과 골파를 고명처럼 얹은 피클링 양파
화이트 트러플 칩 사이에 서양배 퓌레와 프로마주 블랑 크림 치즈를 혼합한 무스를 샌드한 요리
싱가포르는 세계적 셰프가 자신의 세컨드 레스토랑을 여는 곳으로 유명하다. 미식 분야의 가장 치열한 각축장 중 한 곳에서 성공한 비결을 꼽는다면?
언제나 한결같다는 것. 5년 전 레스토랑을 오픈할 때처럼 내가 주방을 맡고 아내가 홀을 지킨다는 원칙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 여행을 가게 되면 레스토랑 문을 닫는다. 항상 같은 셰프가 만든 음식을 즐기고, 서빙에서도 친근감이나 친숙함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또 하나, 우리는 절대 테이블을 순환시키지 않는다. 테이블이 30개니 하루 손님도 딱 30팀이다(저녁시간에만 영업한다). 따라서 당신이 오후 6시 30분에 오든, 9시부터 늦은 식사를 즐기든 상관없다. 철저한 고객 맞춤 요리로 원하는 대로 코스를 더하거나 빼는 것도 가능하다. 여긴 안드레의 집과 마찬가지니까 필요한 것이 있다면 안드레 부부에게 이야기하면 된다.
이토록 완벽한 한 끼를 준비하기 위해 몇 명의 스태프가 함께하는가?
우리 팀은 나를 포함해 총 20명이다. 주방에는 13명, 나머지 7명이 프런트와 홀 서빙을 담당한다. 그중 14~15명이 서로 국적이 다른데, 이는 다른 레스토랑에서는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구성원의 다양성이 우리의 독창성과 영감을 위한 또 다른 원천이 된다.
와인에도 조예가 깊다고 들었다. 이곳에서는 프랑스산 바이오다이내믹 와인만 제공한다던데?
식자재를 비롯해 음료도 ‘유기농’을 고집한다. 바이오다이내믹은 유기농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은 건강에 이롭고 맛도 뛰어날 뿐 아니라 자연과도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내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골라 직접 프랑스의 포도원에서 사온다. 와인을 마시지 않는 손님에게는 하우스 메이드 발효 주스를 제공한다. 재료의 해체와 조합을 통해 식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 달지 않은 발효 주스를 개발했다. 일례로 훈제 솔잎, 사과, 숯을 이용한 발효 주스가 있는데 2~3개월 숙성시킨 결과 당신이 상상할 수 없는 맛으로 재탄생했다.
8철학 중 하나로 소금을 꼽을 정도로 짠맛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던데… 음식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당신이 짠맛을 활용하는 방식은? 혹은 선호하는 짠맛의 종류가 있나?
사람들은 모두 미각이 다르기 때문에 셰프는 보편성을 기준으로 간해야 한다. 소금은 국가와 문화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인식하는 양념이라는 생각에 음식 맛의 균형을 잡을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다. 나는 5가지 서로 다른 짠맛을 한 요리에 더한다. 바다 소금, 햄, 멸치류, 간장, 피시 소스. 이들의 조합으로 깊이 있는 짠맛을 낸다.
셰프의 시그너처 메뉴, ‘기억’을 상징하는 푸아그라 젤리
외식, 음식 분야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고 들었다. 대만에 있는 당신의 농장에 대해 설명해달라.
5년 전 보르네오 섬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불법으로 나무를 베고 금을 채굴하는 모습을 보았다. 기름펌프 공장을 짓기 위해 열대우림을 불태우고 있었는데 우리가 싱가포르에서 본 연기가 보르네오에서 온 것을 안 순간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내게 주어진 자연의 선물과 같은 식자재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소비해온 시간을 돌아보고, 자연을 잘 지켜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대만에 채소 농장을 가꾼 것이다. 그곳에서 난 채소를 활용한 ‘오랑우탄 샐러드’는 보르네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한 요리다.
앞서 언급한 당신에게 영감을 준 많은 셰프 중에서 최고의 멘토를 꼽는다면?
내가 함께 일한 모든 셰프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 르 자르댕 데 상(Le Jardin des Sens)의 자크 & 로랑 푸르셀 밑에서 말단부터 시작해 셰프드퀴진이 되기까지 9년을 일했는데, 그곳에서는 정직한 식자재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론 지방의 미셸 트루아그로에게는 서너 가지 식자재만으로 간단하게 요리하는 법을 배웠고. 피에르 가니에르는 정말 대단한 맛의 예술가다. 같은 식자재로 같은 음식을 만드는데도 일주일에 서너 번씩 완전히 다른 요리가 나왔다. 이른바 ‘본능에 충실한 요리’가 무엇인지 몸소 시범을 보여준 스승이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 나는 너무나 행복하다. 레스토랑 안드레를 5년간 무탈하게 운영해왔고, 그 안에서 계속 요리하고 있으며 요리책도 출간했다. 미래에 대한 엄청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동양인으로서 동양 셰프 연합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혹은 스칸디나비아 셰프를 보면 알 수 있듯 그들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연합이 잘되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동양 셰프 사이에는 그런 친밀감이 없는 것 같다. 내게 일본, 한국, 대만, 동남아 셰프의 놀라운 실력을 한데 모아 소통하게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Restaurant Andrè
싱가포르의 역사지구 차이나타운에 자리한 레스토랑 안드레는 안드레 치앙 셰프의 독창적 예술성을 만날 수 있는 맛의 캔버스 같은 곳이다. 2015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46위, 2016년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3위에 랭크됐고,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가치 있는 세계 여행을 위한 톱 10 레스토랑’에도 이름을 올렸다.
ADD_ 41 Bukit Pasoh Road Singapore 089855, Singapore
TEL_ +65 6534 8880
WEB_http://restaurantand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