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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rsal Attr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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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크리스 반 아쉐는 디올 옴므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의 브랜드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개인 레이블에 집중하기 위해 하차를 선언하는 여느 디자이너와는 다른 행보다. 디올 옴므를 통해 그가 보여주고자 한 모습은 무엇일까? 그에게 물었다.

ⓒKarim Sadli

말끔하게 다린 셔츠에 단정한 헤어스타일. 외모에서 느껴지듯 언제나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남성복을 선보이는 크리스 반 아쉐(Kris Van Assche). 그는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를 수없이 배출한 안트베르펜 왕립 예술학교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도 큰 어려움 없이 성공 가도를 달렸다. 생 로랑과 디올 옴므에서 어시스턴트 생활을 하며 디자이너로서 기반을 다졌고 2004년엔 본인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런칭했다. 2007년, 디올 옴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기까지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당시 최정상에 있던 디올 옴므는 그의 합류 이후 보다 견고해졌고, 독립 레이블인 크리스 반 아쉐도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한데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2015년 F/W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독립 레이블을 접는다는 내용이었다. 디올 옴므에 온 힘을 쏟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패션 하우스를 떠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길을 택한 거다. 2015년의 마지막 날, 그가 열정과 에너지를 담아 완성한 디올 옴므의 2016년 S/S 컬렉션을 <노블레스 맨>에 소개했다.

포멀함과 스포티함이 동시에 묻어나는 하이브리드 슈즈

구조적 디자인에 카무플라주 패턴을 더해 자유로운 스트리트 무드를 연출한 클러치

매 시즌 신선한 디자인을 선보이려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강한 자극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창작은 한순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하나의 영감의 원천을 꼽을 수는 없죠. 제게 일어나는 모든 일과 주변의 사람, 그리고 물건에서도 영향을 받습니다. 그렇게 떠오른 생각을 작품으로 옮길 때는 저만의 독창적 해석을 가미하기 위해 노력하죠. 무엇보다 저는 이러한 창작 과정을 흥미롭게 즐기는 편입니다.
이제 곧 다가올 계절에 앞서 소개할 이번 S/S 컬렉션의 컨셉이 궁금합니다. 자유롭고 역동적인 정신을 주제로 하우스의 전통적 유산과 현대적 패션 트렌드를 저만의 방식으로 결합했습니다. 그 결과 다양한 코드가 절묘하게 얽힌 독창적인 룩을 완성할 수 있었죠. 특히 컬러는 이번 시즌 컬렉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요소입니다.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한 컬러는 유명한 미국 출신 세라믹 아티스트 크리스틴 매커디(Kristin McKirdy)의 작품에서 착안했죠. 그녀가 디자인한 러키 참 장식 또한 포인트 액세서리로 활용했습니다.
당신의 작품은 포멀웨어와 스트리트웨어의 요소를 모두 포함한 것으로 유명하고 이번 컬렉션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질적인 요소들을 하나의 컬렉션 안에 조화롭게 융합할 수 있는 비결이 따로 있나요? 이질적인 2개의 코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발견해 현대적 룩을 창조하는 것은 상당히 도전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성과와 보람도 큰 작업이죠. 저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남성들이 자유롭게 각자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특히 스트리트웨어는 제가 개인적으로 무척 선호하는 스타일 중 하나로 이를 우아하게 재창조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입니다.
2016년 S/S 컬렉션에서 카무플라주 패턴을 곳곳에 사용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밀리터리 룩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인가요? 카무플라주 패턴은 이제 밀리터리 룩과 거의 연관이 없어요. 오히려 스트리트웨어와 가깝죠.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인 느낌을 풍기니까요. 이번 컬렉션에서 카무플라주는 그러한 측면을 담았습니다. 우아함의 상징인 아가일 패턴 역시 같은 의미로 사용했고요.

스포츠웨어와 스트리트 룩을 조화시킨 디올 옴므의 2016년 S/S 컬렉션

나일론과 송아지 가죽을 믹스매치한 하이브리드 액세서리 라인 ‘파(Pha)’ 컬렉션

미국의 세라믹 아티스트 크리스틴 매커디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추상적인 디자인의 네크리스

컬렉션의 런웨이를 하얀 장미로 꾸민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의상과 가죽 제품 등 다양한 아이템에 화이트 장미 모티브를 사용했더군요. 특별히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가 있나요? 꽃은 디올 하우스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무슈 디올은 평생 꽃을 사랑했고, 꽃처럼 아름다운 여성을 창조하기도 했죠. 물론 무슈 디올이 직접 남성복을 디자인한 적은 없지만, 이번 컬렉션의 플라워 모티브는 창립자에게 바치는 경의의 표현이자 그의 우아한 작품에 대한 다층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성적인 보머 재킷에 프린트하거나 카무플라주 패턴 위에 수를 놓는 등 매우 역동적인 방식으로 플라워 모티브를 적용했죠. 서로 다른 분위기의 요소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컬렉션 가운데 가장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요? 모두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 선택이 쉽진 않지만, 굳이 고른다면 스포티한 요소를 가미해 색다르게 제작한 재킷이나 고급스러운 악어가죽으로 사토리얼의 정신을 강조한 보머 재킷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 영국의 왕세자가 입던 옷에서 유래한 프린스 오브 웨일스 패턴의 롱 재킷도 좋을 것 같아요. 데님 팬츠와 스니커즈를 함께 매치하면 모던한 룩을 연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슈트는 남성 패션의 필수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당신의 컬렉션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죠. 당신에게 슈트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스포츠웨어와 스트리트 룩의 다양한 요소를 변형해 슈트 같은 사토리얼 피스에 적용하는 것에 항상 흥미를 느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진정한 프레스티지가 탄생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컬렉션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체적 실루엣에 이를 담으려 했습니다. 하이브리드 슈즈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당신이 완벽하다고 여기는 남성은 어떤 모습인가요? 생각이 자유로운 남성입니다. 틀에 얽매이지 않아야 개성을 마음껏 뽐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 개성에서 진정 우아한 스타일이 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 반 아쉐는 하우스의 전통과 현대적 트렌드를 접목해 새로운 디올 맨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하얀 장미 덤불 속에 펼쳐진 2016년 S/S 컬렉션은 앞서 그가 언급한 대로 전통과 혁신, 규칙적인 것과 비규칙적인 것이 어우러져 있었다. 정갈한 슈트는 지퍼 디테일과 포켓 장식으로 경쾌하게 변모했고, 밀리터리 요소는 플라워 모티브와 함께 기품이 넘치는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컬렉션 전체를 아우르는 스타일링 역시 포멀한 의상과 캐주얼한 아이템이 조화를 이뤘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것이 충돌하지 않고 마치 원래부터 한 몸인 것처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는 것이다. 그가 추구하는 디올 옴므의 패션은 참 한결같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안에서 진화 또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 시즌 컬렉션을 발표할 때마다 많은 이들이 디올 옴므를 주목하고, 트렌드의 중심에 항상 디올 옴므가 있다는 것이 그 명제를 뒷받침하는 증거!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기대하고 고대할 수밖에 없다. 항상 흐트러짐 없이 반듯한 그가 어떤 반항을 꿈꿀지 말이다.

에디터 현재라 (hjr0831@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