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 Health Care
‘건강한 시계’를 위해 지켜야 할 기본적 관리법과 주의점.

첨단 디지털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적 메커니즘의 기계식 시계를 선호하는 이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스위스의 유명 제조사가 만든 기계식 시계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소위 ‘명품’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계라도 평소 관리를 소홀히 하면 그 가치는 지속되지 못한다. 소중한 자산인 시계를 오래 착용할 수 있는 관리 노하우에 대해 소개한다.
오메가의 글로브 마스터
물, 불, 화공 약품, 자기장, 충격은 시계의 영원한 적!
1 현대인의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방수 성능을 획기적으로 보완한 시계, 심지어 전문 다이버용 시계도 출시되고 있지만, 방수 성능이 낮은 시계는 평상시 물을 멀리해야 한다. 일례로 손목시계의 경우 가장 기본적 방수 사양인 ‘30m Water Resistant’로 표기된 시계는 실제 수심 30m까지 완벽하게 방수가 된다는 뜻이 아니다. 이 정도 수치는 간단한 세면이나 비를 맞아도 괜찮은 정도에 불과하며, 샤워나 수영을 포함한 해상 레저 활동 시에는 시계를 반드시 풀어놓아야 한다. 더불어 방수 성능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금속끼리 접합해 고정한 형태의 모든 시계는 그 내부에 특수 고무 소재의 링을 추가해 방수 기능을 보장하기 마련인데, 이 부품 역시 세월이 지나면 노화된다. 시계 전체를 점검하는 오버홀 기간에는 물론, 방수 성능에 의심이 간다면 언제든 점검을 받아야 한다. 돌려서 잠그는 형태의 이른바 ‘스크루-다운(혹은 스크루-인)’ 크라운을 갖춘 시계라면 시간을 조정할 때 외에는 항상 크라운을 잠가 내부에 습기가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고, 연식이 오래된 모델의 경우 스크루의 나사선이 뭉개지거나 잠갔을 때 헐거워지진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2 고온의 열과 화공 약품도 시계의 적이다. 이들은 시계 케이스 자체를 변형시키기 때문에 시계를 구동하는 무브먼트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뜨거운 난로나 오븐을 피하고, 산(酸)이나 솔벤트, 강력 세탁 세제 등이 시계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시계가 바닷물에 장시간 노출된 경우 흐르는 깨끗한 물에 세척해 보관해야 한다.
3 외부에서 가하는 물리적 충격 또한 조심해야 한다. 큰 충격은 케이스에 상처를 남겨 미관상 안 좋을뿐더러 케이스에 미세한 구멍이 생길 경우 내부에 습기와 먼지, 자기장 등이 침투해 시계의 수명을 현격하게 단축시킬 수 있다. 최근 새로운 케이스 소재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카본파이버, 고강도 티타늄, 하이테크 세라믹 등 내충격성과 내부식성이 뛰어난 신소재를 응용하고 있지만 사실 이들조차 강한 충격을 모두 막아내진 못한다.
4 한편 시계 수리점에 가장 빈번하게 접수되는 사례로 시계의 자화(磁化)를 들 수 있다. 즉 시계가 자성을 띠게 되는 현상이다. 자성은 대부분의 기계식 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이에 노출되면 헤어스프링이 쉽게 꼬이고 시간 오차가 발생한다. 시계 전문 수리업체에는 탈자화를 할 수 있는 기기가 비치돼 있어 비교적 간편하게 자성을 제거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앞서 항상 자기장을 조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인이 자주 사용하는 휴대폰, 컴퓨터, 오디오, 전자레인지 등 거의 모든 전자 기기가 자기장을 발생시키니 고급 기계식 시계는 이런 장비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생활 자기장이 신경 쓰인다면 1만5000가우스 이상의 강력한 항자 성능을 자랑하는 오메가의 글로브 마스터, 롤렉스의 밀가우스같이 케이스 자체에 항자 설계를 더한 시계를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부품 전체를 분해해 수리 및 세척하고 다시 조립하는 오버홀
내 시계를 위한 종합검진, 오버홀
시계도 사람처럼 주기적 검진(점검)이 필요하다. 이를 오버홀(overhaul)이라고 통칭하는데, 간략히 설명하면 부품 전체를 분해해 고장 난 부위는 수리하고 윤활유가 과하게 뭉친 곳은 세척하며, 마모 또는 파손된 부품은 새것으로 교체한 후 다시 조립해 새 제품에 가까운 컨디션으로 복원하는 작업이다. 시계 수리 전문가들은 오버홀 주기를 보통 4년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주기는 더 빨라지거나 늦춰질 수 있다(하나의 시계를 매일 착용하거나 물건을 험하게 다루는 편이라면 2년에 한 번꼴로 점검받을 것을 권장한다). 시기뿐 아니라 오버홀을 받는 장소, 즉 수리점 선택 역시 중요하다. 국내에 공식 CS센터가 있는 브랜드라면 가급적 그곳에 접수하는 것이 좋다. 혹자는 공식 CS센터 이용 시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비싸다고 이의를 제기하는데, 공식 센터의 경우 본사에서 내려온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시계 접수부터 수리, 부품 교체에 이르기까지 면밀한 검토와 테스트를 거치기 때문에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시간과 비용은 배가될지언정 그만큼 철저하고 안전한 점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애지중지하는 고가의 시계를 검증되지 않은 사설 업체에 맡기겠는가, 아니면 좀 더 시간과 돈이 들더라도 믿을 수 있는 공식 업체에 맡기겠는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하다.
폴리싱: 새 시계처럼 반짝반짝하게… 하지만 남용은 금물!
보통 오버홀을 맡길 경우 폴리싱까지 같이 해주는 경우가 빈번하다. 폴리싱이란 광을 낸다는 뜻 그대로 케이스 표면을 전반적으로 얇게 깎아내 새 시계처럼 보이게 하는 공정을 말한다. 시간에 의해 생긴 자연스러운 긁힘과 부주의로 인한 상처를 말끔하게 제거할 수 있어 피부과 시술에 비견할 만하다. 하지만 잦은 시술이 피부를 손상시키듯 폴리싱 또한 자주 하면 시계의 외형이 변형되고 제품의 가치가 떨어진다. 세월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밴 얼굴이 아름답듯 시계에 생긴 스크래치도 추억의 일부라 생각하고 무리한 폴리싱은 지양하길 권장한다.
시계를 닦는 데도 방법이 있을까?
시계를 세척하는 데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물과 화공 약품을 주의해야 하는 시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비방수 시계의 경우 융이나 물티슈를 사용해 가볍게 닦아내고 마른 타월로 다시 한 번 닦는다. 방수 시계의 경우 흐르는 물에 바로 씻어내도 괜찮다. 다만 땀, 얼룩, 기름기 등을 제거할 때에는 끝이 부드러운 솔에 중성세제를 묻혀 비비듯 닦아내고 물로 세척한 다음 남은 물기를 제거한다. 수많은 링크로 연결된 스틸 혹은 골드 브레이슬릿의 경우 링크 사이사이에 먼지와 오물이 누적돼 있을 수 있다. 이런 이물질을 방치하면 시계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기에 주기적으로 세척하는 편이 좋다. 경우에 따라 전용 도구를 활용해 브레이슬릿을 케이스에서 분리한 다음 진행하는 방법도 권할 만하며, 최근에는 스프레이 타입으로 알칼리계 액체를 듬뿍 뿌리면 오물이 자연스럽게 녹아 빠져나오는 전용 세척제도 출시되고 있으니 참고하자.
에디터 이혜미 (hmlee@noblesse.com)
글 장세훈(시계 칼럼니스트) 사진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