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se of the Rose
매혹적인 여성과 페미니티를 상징하는 꽃, 장미에서 모티브를 얻은 불가리 프래그런스 로즈 골데아를 인도네시아 빈탄에서 미리 경험했다. 꽃 중의 꽃, 장미가 가장 고귀한 모습으로 그 안에 피어 있었다.
로즈 골데아 런칭을 축하하는 칵테일 리셉션이 열린 더 산차야 반다 빌라
‘우리가 장미라 부르는 꽃은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그 향기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명대사다. 타고나길 고귀하고 우아한 장미는 꼭 ‘장미’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어도 꽃 중의 꽃이 되었을 것이고, 많은 조향사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불가리 프래그런스에서 ‘골데아’라는 새로운 향수를 런칭하면서 선택한 재료 역시 로즈다. 장미가 불가리 프래그런스를 만나 드러낸 향의 자태는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이미 너무 많은 향수의 재료가 됐기에 장미라는 원료에서 나올 수 있는 더 이상의 새로운 향은 없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장미는 장미다. 향의 원료로 몇만 번 반복해 사용한다 해도 결코 질리지 않을 꽃의 여왕! 게다가 국내에서는 아직 만날 수 없는 골데아의 새로운 시리즈라고 했다. 불가리 프래그런스가 자부하는 장미와 골데아를 한발 앞서 만나기 위해 지난 7월 말 인도네시아 빈탄의 더 산차야(The Sanchaya) 리조트를 찾았다.
불가리의 새 향수 로즈 골데아
올여름 한국이 워낙 폭염 속에 펄펄 끓었기에 습하고 무덥지만 서울보다 쾌청한 동남아의 기후는 피부에 닿는 느낌만으로도 편안함과 해방감을 느끼게 했다. 더 산차야는 리조트 특유의 자연 친화적인 느낌과 인도네시아 전통 분위기 그리고 모던함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깨끗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리조트를 감상하고 있자니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신제품 로즈 골데아와 어우러지는 장소 선정을 위해 불가리 프래그런스가 얼마나 고심했을지 알 수 있었다. 로즈 골데아와 만난 건 리조트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초록빛이 가득한 리조트를 지나 로즈 골데아 프레젠테이션이 열리는 반다(Vanda) 빌라에 들어서니 신제품의 주인공인 장미가 공간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리조트를 둘러싼 초록 식물이 내추럴하고 신선한 느낌을 줬다면, 장미는 여왕답게 우아함과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빌라 안으로 들어서길 기다리기라도 한 듯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자마자 스콜이 찾아왔지만 장미 향으로 가득한 빌라 안은 그저 향기롭고 평화로울 뿐이었다. 로즈 골데아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이는 이번 작품의 마스터 퍼퓨머 알베르토 모리야스(Alberto Morillas)와 함께 작업에 참여한 세계적 향료 회사 피르메니히(Firmenich)의 도미니크 로크(Dominique Roques)와 불가리 프래그런스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발레리아 마니니(Valeria Manini)였다. 먼저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한 발레리아는 로즈 골데아의 또 다른 주인공을 밝히며 본격적인 소개에 들어갔다. 장미 외에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하면 장미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여제 클레오파트라다. “클레오파트라는 로마에 거점을 둔 주얼러 퍼퓨머인 불가리에 오랫동안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여인으로 꼽히는 그녀는 보석이나 향수 같은 다양한 무기를 활용해 연인을 유혹했죠. 안토 니우스가 그녀의 매력에 취한 밤, 그녀의 침대가 수많은 장미 꽃잎으로 덮여 있었던 것은 유명한 스토리입니다. 이렇듯 장미는 클레오파트라가 가장 사랑하고 가까이한 꽃이죠.” 장미와 클레오파트라, 유혹과 관능을 상징하는 두 존재를 테마로 한 만큼 로즈 골데아는 화려하면서 매혹적인 향으로 탄생했다. 불가리 프래그런스가 자랑하는 원료에 대한 이야기는 도미니크가 이어받았다. “불가리 프래그런스의 프로젝트는 저에겐 언제나 도전입니다. 목표가 높을수록 힘들지만 그만큼 흥미롭죠. 마스터 퍼퓨머인 알베르토는 로즈 골데아를 구상하며 몇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존과 다른 장미 향기를 위해서는 여러모로 도움이 필요할 거라고 말했죠. 그렇게 작업에 착수한 저희가 선택한 로즈 골데아의 주재료는 장미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다마스크 로즈입니다. 다마스크 로즈는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 러시아에서 중동, 중국과 인도로 퍼져나간 꽃으로, 그 역사만 들여다봐도 클레오파트라만큼 많은 스토리가 존재합니다.” 그 어떤 장미 향보다 특별하고 깊이 있는 장미 향을 구현하기 위해 알베르토와 도미니크는 다마스크 로즈 앱솔루트와 단 1kg을 얻기 위해 100만 송이 장미가 필요한 불가리안 로즈 오일을 결합했다. 그야말로 로즈 골데아 한 병에는 엄청난 양의 장미가 담겨 있는 것. 물론 매혹적인 향을 위해 이집트 재스민과 화이트 인센스 등 다른 재료도 함께 활약했다. 톱 노트에는 프루티 머스크를, 잔향으로 남는 드라이다운 노트에는 센슈얼 머스크를 사용했는데, 보통 향수에 머스크를 한 번만 사용하는 것과 달리 향의 시작과 끝, 두 부분에 머스크를 사용해 유혹적이면서도 좀 더 변화무쌍한 향의 베리에이션을 보여준다.
로즈 골데아 프레젠테이션이 열린 반다 빌라 내부 전경
원료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는 어느 순간 장미 향이 프레젠테이션 공간을 가득 채웠다. 언제 맡아도 우아하고 매력적인 장미 향은 석류처럼 톡 쏘듯 후각을 터치한 후 로즈와 머스크로 이어지는 로즈 골데아만의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로즈 골데아의 매력은 물론 향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 향을 맡기 전 프레젠테이션 공간에서 먼저 눈으로 만난 로즈 골데아는 향을 사용하지 않을지라도 갖고 싶을만큼 소장욕을 자극했다. 불가리 주얼리의 카보숑 커팅을 활용한 둥글고 볼륨 있는 골드 프레임과 로즈 핑크 컬러의 유리 보틀이 어우러져 불가리 프래그런스의 기존 향수처럼 하나의 보석을 연상시켰다. 뱀을 심벌로 한 세르펜티 컬렉션이 또 다른 영감의 원천인 만큼 보틀 목 부분은 세르펜티 모티브의 골드빛 메탈이 감싸고 있다. 기원전 46년, 로마에 입성하는 클레오파트라의 머리에는 화려한 코브라 왕관이 있었고, 그것은 곧 그녀의 상징이 되었다. 불가리 로즈 골데아는 이제는 전설이 된 그 모습을 꼭 닮았다. 뱀, 클레오파트라, 장미 그리고 골드까지, 최고 중의 최고가 모여 탄생한 로즈 골데아는 ‘로즈 골드의 여신’이라는 이름을 얻지 않았더라도 고귀하고 매혹적인 향기로 그 오라를 드러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Interview with Dominique Roques & Valeria Manini
클레오파트라, 세르펜티, 장미의 조화가 향수를 직접 만나기 전부터 그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게 했다. 로즈 골데아를 통해 어떤 여성미를 표현하고 싶었나? 눈부시게 아름답고 유혹적인 여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순종적이고 얌전하기만 한 여성과 비교되는 이미지로서 말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지금까지 ‘여제’로서 이미지가 강조되었다. 로즈 골데아 작업에서는 ‘여제’보다 ‘한 여자’로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본인의 매력을 알고, 당당하게 그것을 활용할 줄 아는 여자가 곧 그녀였다. 현대에 그와 같은 여성을 꼽자면 레이디 가가 정도가 연상된다.
수많은 향수의 재료로 쓰인 장미를 다시 선택했다. 로즈 골데아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장미는 그 자체로 향수인 꽃이다. 하지만 좋은 와인을 구분하듯 좋은 향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로즈 골데아에 쓰인 장미는 고귀한 다마스크 로즈와 불가리안 장미다. 그 둘의 조합만으로 기존 장미 향과는 깊이감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로즈 골데아는 꽃 중의 꽃인 장미 외에도 최고의 이미지를 선사하는 영감의 원천을 결합한 향수다. 스스로 오라를 만들 줄 아는 여성인 여왕 중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나 전설적 힘을 지닌 뱀, 화려하고 귀한 골드 등이 그것이다.
보틀 자체가 소장욕을 자극한다. 보틀은 어떤 영감을 통해 탄생했나? 옴니아시리즈가 ‘인피니티’를 이야기한다면, 로즈 골데아는 ‘페미니티’를 상징한다. 불가리 블루 같은 남성 향수는 직각으로 떨어지는 보틀 셰이프에서도 남성적인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와 대조를 이루도록 로즈 골데아에서는 여성적인 둥근 셰이프와 볼륨감을 강조했다.
특히 아시아 여성을 떠올리며 제작했다고 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아름다움은 조용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말이 많고 시끄러운 모습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다. 아시아 여성은 침묵을 허용할 줄 안다. 그런 아시아 여성에서 시작해 다른 세계의 여성으로 타깃 이미지를 확대하며 작업했다. 그런데 혹시 그거 알고 있나? 아시아 여성 중에서도 한국 여성은 어딘지 이탈리아 여성과 성향이 비슷한 것 같다. 불가리 프래그런스 중 옴니아 아메시스트와 쁘띠 마망을 특히 좋아한다는 점도 두 나라 여성의 닮은 점이다.
에디터 | 이혜진 (hjlee@noblesse.com)
사진 제공 | 불가리 프래그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