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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의 기다림

BEAUTY

루이 비통 메종에서 70년 만에 새로운 향수를 선보인다. 오랜 기다림과 준비 끝에 나온 그 향수를 만나기 위해 그라스의 비밀 같은 공간이자 루이 비통의 향수 공방 퐁텐느 파르퓌메에 다녀왔다. 7가지의 향기로운 작품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라스에 자리한 루이 비통의 향수 공방, 퐁텐느 파르퓌메

1927년에 제작한 화장품 액세서리

1930년대 초 아미앵 레더와 크리스털, 실버, 베이클라이트로 만든 향수병

1928년 세상에 나온 ‘나, 너, 그’와 1927년 루이 비통 최초의 향수 ‘부재의 시간’

1910년대 플라워 트렁크

후각의 서곡
‘Highly Confidential’. 지난 5월, 책상 위에 놓인 한 초대장을 열었을 때 첫눈에 들어온 단어다. 내용인즉 루이 비통에서 2016년 9월 향수를 런칭하며, 비밀리에 <노블레스>를 그라스의 향수 공방 퐁텐느 파르퓌메(Fontaines Parfume´es)로 초대한다는 것. 일순간에 비밀 요원이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가만히 생각해보니 럭셔리 하우스 중 루이 비통이 거의 유일하게 향수를 선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알게 됐다. 자료를 찾아보니 루이 비통에서 향수를 출시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루이 비통의 3대손 가스통 루이 비통이 지난 1927년 최초의 루이 비통 향수 ‘부재의 시간(Heures d’Absence)’을 선보였으며, 이후 1928년에도 ‘나, 너, 그(Je, Tu, Il)’와 1946년 여행용 코롱 ‘오 드 부아야주(Eau de Voyage)’를 출시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메종의 향수 제작과 관련한 전조는 이미 존재했다. 1854년 최초로 탄생한 트렁크에는 향수병 보관을 위해 따로 푹신한 패드를 부착하기도 했으니. 1920년대에 이르러 루이 비통은 거북 등껍질로 만든 머리빗, 상아로 만든 거울과 함께 다양한 크기의 향수병을 담을 수 있는 화장품 케이스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 몇 년 후 세상에 나온 루이 비통 최초의 향수는 당시에도 전례 없던 향과 디자인을 입고 있었으나 이제는 루이 비통의 아카이브에만 남게 되었다. 이렇듯 향수라는 작품을 메종의 역사 속 뿌리 깊이 간직한 루이 비통에서 그로부터 반세기를 훌쩍 넘긴 2016년 새롭게 향수를 런칭한다고 하니 그 사실만으로 설레고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루이 비통 향수 프로젝트를 이끈 이는 뷰티 에디터로서 일생에 꼭 한번 만나고 싶던 인물인 세계적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벨르트뤼(Jacques Cavallier Belletrud)라고 했다.

1921년, 루이 비통의 화장품 케이스

향기 나는 분수를 장식한 바스티드 건물의 테라스 공간

1640년에 만든 향기 나는 분수, 레 퐁텐느 파르퓌메

후각의 여행
그렇게 지난 6월, 니스를 거쳐 그라스에 도착했다. 드넓은 평야를 상상했지만 이번에 처음 방문한 그라스는 부근의 니스나 모나코와 마찬가지로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산세 지형이었다. 이곳을 방문한 후에야 알게 됐지만 그라스는 재스민이나 로즈 등 플라워 원료로 명성을 얻기 훨씬 전인 중세부터 가죽을 다루는 제혁소가 존재한 지역이라고 한다. 뒤로는 산이 바람을 막아주고, 앞으로는 적이 침략할 수 있는 지중해를 내려다볼 수 있으며, 샘물이 마을을 통과해 흐르는 그라스의 지형적 조건은 가죽 가공에도 매우 이상적이었다고. 당시 이 지역의 주요 산업인 가죽 가공은 향수 산업과도 자연스레 연결되었다. 16세기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유행한 향기 나는 장갑 등의 가죽 제품은 이내 프랑스로 전파되었고, 이와 함께 조향사와 장갑 장인이 이곳으로 모여든 것. 한마디로 루이 비통과 향수 그리고 그라스는 마치 운명처럼 얽혀 있다고 할 수 있을 듯 했다. 향수의 역사를 그려온 그라스는 꼬불꼬불 산길을 헤치며 지나는 길목마다 꽃이 피어 있고, 짙은 초록빛 식물이 눈에 생기를 부여하는, 상상과 실제가 그리 다르지 않은 풍경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풍경 안에 퐁텐느 파르퓌메가 있었다. 고풍스러운 철문을 열고 들어서니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여러 채의 건물이 눈앞에 마주 서 있었고, 그 안에서 세상의 모든 색(色)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풍요로운 자연의 컬러가 가득했다. 여느 브랜드 런칭 이벤트에서처럼 프레젠테이션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향수를 만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 프로젝트에 초대한 순간부터 매우 은밀했던 루이 비통 향수 프로젝트는 그렇게 쉽게 결과물을 드러내지 않았다(심지어 국내외 브랜드 관계자들조차 향수와 관련해 그때까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상태였다). 향수의 외형도 외형이지만 가장 궁금한 것은 루이 비통의 감성으로 탄생한 향기였다. 평화로운 풍경과 향기에 대한 상상에 빠져 있다 눈을 돌리니 내가 서 있는 ‘바스티드(Bastide)’라는 이름의 건물로 걸어오는 자크 카발리 벨르트뤼가 보였다. 예술 분야에 몸담은 사람 특유의 예민함이나 까탈스러움은 전혀 묻어나지 않는 푸근한 인상과 넉넉한 풍채가 눈길을 끄는 그는 옆집 이웃 같은 친근함과 더불어 상당한 프레젠테이션 능력까지 갖춘 사람이었다. 간단한 인사에 이어 그가 루이 비통 향수 프로젝트가 이루어진 퐁텐느 파르퓌메를 직접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걸음을 옮기기 전 그는 이 공방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저는 그라스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어요. 루이 비통의 향수 공방이 된 이곳에서 불과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 제가 다니던 학교가 있고, 당시 누군가의 사유지였던 이곳에 대한 호기심을 품었죠. 루이 비통이 제게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바로 이곳에서 작업하게 될 거라고 얘기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22년간 이곳은 늘 제 추억 속에 자리한 곳이었거든요. 우연이 아닌 것 같았어요. 운명이 저를 다시 이곳으로 이끈 거죠.” 이 웅장한 철문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한 번씩 들여다보던 소년은 그때 몇십 년 후 그곳이 본인의 아틀리에가 될 걸 상상이나 했을까. 우리 삶이 가끔씩 주는 선물 같은 이야기에 놀라고 감동하며 그와 함께 그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라푸 샘물이 흐르는 야외 분수

레 퐁텐느 파르퓌메 물에 떠 있는 센터 폴리아 로즈

퐁텐느 파르퓌메에 핀 꽃

그라스의 오렌지나무

처음 들른 곳은 바스티드 건물 옆의 샘물. ‘라푸(La Foux)’라는 이름의 이 샘물은 과거 가죽 가공의 근원이었던 물이며, 세계 향수 역사의 한자리를 차지한 물이다. 샘물이 지나는 수로 가운데에는 현재 이 공방의 이름이 된 향기 분수 ‘레 퐁텐느 파르퓌메’가 있는데, 이름 그대로 과거에는 실제 향수가 흐르는 분수였으며, 당시 방문객이 그 분수에서 한 병 가득 향수를 채워갔다고 한다. 자크와 점심식사를 함께 한 건물 안 원형 홀에 자리한 분수에서는 실제 향기가 나는 물이 흘러 과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했다. 현재 향기로운 분수가 있는 1층 위에는 자크의 아틀리에가 있었다. 2층 자크의 사무실과 아틀리에로 향하며 예술적이고 빈티지한 분위기가 아닐까 상상했지만 의외로 상당히 모던한 모습이었다. 혁신적 시스템을 반영한 ‘실험실(laboratory)’의 분위기에 더 가까웠지만, 자크는 ‘아틀리에’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향기를 만드는 곳인데 오히려 바깥보다 아무 향이 나지 않는 것이 특이했다. “특별한 통기 시스템을 통해 이 공간은 향이 거의 나지 않습니다. 보통 조향사의 아틀리에는 공간 전체에 향이 강하기 때문에 조향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데, 이곳은 저희에게 아주 쾌적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죠. 벽면에 가득한 향수병 하나하나도 향기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특별히 제작한 것입니다.” 아틀리에 한편에는 향수 원료를 보관하는 방도 있었다. 빌트인 구조의 창고 안에 그라스 로즈, 피렌체 아이리스 등 향기로운 원료와 함께 희석하지 않은 모든 향수의 원액을 보관 중이었으며, 그 내부는 15°C 정도의 온도를 항상 유지한다고 했다. 17세기부터 향수 분수가 흐른 유서 깊은 사유지를 지난 2013년에 인수한 루이 비통은 이곳 내부를 이렇듯 최고의 조향 컨디션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원형 테라스 내부에 복원한 향기로운 분수

자크의 아틀리에로 향하는 바스티드 건물 계단

혁신적인 조향 환경을 조성한 루이 비통 향수 아틀리에

고급스러운 케이스 안의 미니어처 컬렉션

루이 비통 향수 원재료 보관병

후각의 경험
아틀리에 투어를 마치고 드디어 루이 비통이 반세기를 넘어 선보이는 새로운 향수를 만나는 시간. 새 작품을 준비한 공간은 바스티드 건물과 마주한 건물 안이었다. 마치 손이 귀한 집안에 태어난 아이를 처음 보러 가는 기분으로 그 건물 안에 들어섰다.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담은 건물 외벽과는 대비되는 깨끗하고 모던한 공간에 각 향수의 원료가 된 오브제와 함께 총 7개의 작품이 자리해 있었다. 단순하게도 모노그램 가죽 슬리브에 담은 보틀을 상상했지만, 디자이너 마크 뉴슨(Marc Newson)이 제작한 향수의 외형은 간결해서 더 투명감 넘치는 보틀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자크는 지난 몇 년의 시간을 회상하며 향수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첫 번째로 만난 향은 로즈 데 벙(Rose de Vents)이었다. “루이 비통 향수 작업 중 가장 먼저 만들기 시작한 향수입니다. 그라스에만 자라는 로즈 오브 메이(Rose of May)를 사용했죠. 3~4년 동안 작업하면서 1년에 약 3~4주만 만날 수 있는 이 꽃을 매년 정해진 시기에 사용하며 마침내 생생한 로즈 향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소개한 향수는 ‘터뷸런스’의 프랑스식 발음인 ‘튜뷸렁스(Turbulences)’였다. 발음이 유사한 튜버로즈를 베이스로 만든 향으로, 메탈릭한 톱 노트가 부드러운 튜버로즈의 향으로 이어지고, 잔향은 맑은 물이나 파우더리한 비누 향과 비슷했다. “언젠가 정원에서 아버지(자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조향사였으며, 그의 아버지는 LVMH 그룹 디올의 조향사 프랑수아 드마쉬의 스승이기도 하다)와 같이 있을 때 이 향수의 아이디어를 찾았습니다. 여름날의 그 정원에는 2000송이의 재스민과 1000송이의 튜버로즈가 피어 있었죠. 어느 순간 그 두 꽃의 향기가 만나며 코를 자극한 겁니다. 정말 아름답고 완벽한 순간이었어요.” 조향사의 피를 타고난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순간 경험한 그 향은 바로 이 튜뷸렁스로 다시 태어났다. 다음 순서는 사랑과 관능을 표현하는 ‘덩 라 포(Dans la Peau)’. 최고급 머스크를 사용했으며, 루이 비통 향수를 만나기 전 예상한 가죽의 향이 녹아든 향수였다. 레더 베이스 향수가 이럴 수도 있나 싶을 만큼 부드럽고 가벼운 잔향이 남았다. 레더 베이스 향 역시 루이 비통 메종이 사용하는 가죽에서 유래했다. “가죽계의 꽃이라 불리는 루이 비통의 가죽 향기를 향수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품 제작 후 보통 파기하는 루이 비통의 최상급 가죽을 공수해달라 요청했고, 알코올에 그것을 담아 매일 반나절마다 샘플을 채취했죠. 향기 채취는 성공적이었으나 추출한 액체의 빛이 너무 짙어 같은 시도를 거듭했습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성공한 추출물로 인퓨전을 만들었고, 덩 라 포가 탄생했습니다.” 그다음 소개한 절정이라는 의미의 ‘아포제(Apoge´e)’는 은방울꽃을 사용했으며, 아시아 지역에 헌사하는 향수라고 했다. 로즈 데 벙에 사용한 로즈 오브 메이에 남미에서 온 카약 우드를 더해 페미닌한 꽃향기와 스모키한 우드 향의 대비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섯 번째 향수, ‘서로 가깝게 마주하다’라는 의미의 ‘꽁트르 무아(Contre-moi)’는 바닐라를 사용한 향수다. 바닐라를 사용한 오리엔탈 계열 향수를 볼륨은 있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의도대로 고급스러운 달콤함을 전하는 향이었다. 그다음에 만난 ‘마티에르 누와르(Matiére Noire)’는 묵직하고 깊이 있는 향으로, 처음 루이 비통 향수를 상상했을 때 떠올린 향과 가장 흡사했다. “마티에르 누와르에 독창성을 부여한 원료는 인도, 라오스, 인도네시아산 아가우드 오일입니다. 1kg에 3만5000유로나 하는, 금과도 같은 원료죠. 그 이유는 30년을 기다린 후 나무를 자르기 때문입니다. 나무를 자를 때 나오는 향기는 사프란처럼 깊이 있으며, 지속력이 강하죠.” 마지막으로 경험한 향수는 ‘밀 푸(Mille Feux)’로, 레더 향을 재발견하게 해준 향이다. 순수한 가죽 인퓨전으로 만들었으며, 덩 라 포보다 가죽이라는 원료와 더 많이 연결된 향수라고 했다.

총 7개로 완성한 루이 비통 향수 컬렉션<

지난 5월 전 세계 소수의 프레스에게만 공개한 루이 비통 향수는 현장에서 휴대폰 사진으로 남길 수 없었고, 시향지조차 챙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비밀스러운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세상에 알리기까지 에디터도 같은 에이전트가 되어 움직이는 마음이었다. 사실 #lvparfumes 같은 해시태그는 이미 공개했지만 미리 직접 경험한 향은 당분간 나만 알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그 베일을 벗었다. 총 7개의 향수는 새하얀 박스에 담겨 100ml와 200ml로 출시한다. 루이 비통답게 트래블 스프레이나 여행용으로 손색없는 미니어처 세트도 소유욕을 자극한다. 새하얀 박스만으로 충분히 멋스럽지만 향수를 위해 제작한 특별한 트렁크도 오더메이드 가능하다. 이번 루이 비통과의 향기 여정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남겼다. 하지만 다음 이야기는 당신이 직접 만들어보기 바란다. 1946년 이후 70년이 지난 2016년에 이르러 새롭게 탄생한 루이 비통의 향수 컬렉션은 각자의 스타일 위에서 다시 그 이야기를 이어갈 것이다.

자크 카발리에 벨르트뤼와 만나다
3대를 이어 조향사로 활동하는 그라스 출신의 자크 카발리에 벨르트뤼. 세계적 향료 회사 샤라보(Charabot)와 피르메니히(Firmenich)에 몸담아 향수업계에 길이 남을 여러 작품을 탄생시켰다 지난 2004년, 현재의 국제 향수 대상(Prix International du Parfum)인 프리 프랑수아 코티(Prix Franc¸ois Coty) 우승자이기도 하다. 루이 비통이 전속 조향사로 선택한 그와 퐁텐느 파르퓌메의 테라스에서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지난 2012년, 80여 년 만에 새로운 향수를 출시한다는 루이 비통 하우스의 제안을 받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루이 비통에서 저를 생각했다는 사실이 대단한 영광이었고, 정말 기뻤습니다. 동시에 루이 비통 최초의 조향사가 된 다는 사실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루이 비통과의 프로젝트는 단순한 사업 혹은 제 커리어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까요.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저는 제가 이뤄내야 할 특별한 임무가 있다고 느꼈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루이 비통의 새 향수를 창조하기로 했을 때 제일 먼저 머릿속에 그린 향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여성을 위한 향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가 여성을 위한 프로젝트이며, (그 당시에는 하나의 향수일지 컬렉션이 될지 몰랐지만) 1000%(one thousand percent) 동기부여가 됐음을 스스로 느꼈습니다. 실제로 다음 날 일을 시작하면서 여성, 꽃 등을 떠올렸습니다. 아, 물론 가죽이라는 소재도요.

어떻게 7개의 컬렉션을 완성하게 됐나요? 총 90여개의 향수를 만들었는데, 그중 7개를 고른 것입니다. 이 7가지 향이 루이 비통을 위한 향수라는 사실이 매우 기쁩니다. 이것은 그저 단순한 ‘향’이 아니라 7개의 진정한 향수이며, 작품입니다.

향수 제작에 대한 제안을 받기 전, 루이 비통은 본인에게 어떤 브랜드였나요? 루이 비통은 궁극적인 럭셔리 그 자체이며, 매우 현대적인 브랜드라고 생각했습니다. 럭셔리 하우스는 대개 훌륭한 뿌리를 가지고 있어 클래식함을 계속 유지합니다. 하지만 루이 비통은 그렇지 않죠. 그것이 바로 루이 비통이 세계적 메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루이 비통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창조와 혁신이라는 키워드가 루이 비통의 DNA에 항상 자리했습니다. 다행히 그 가치는 DNA에도 흐르고 있죠. 젊은 시절부터 루이 비통의 고객인 제게 루이 비통은 항상 놀라움을 안겨주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럭셔리 브랜드에 혁신성과 창의성이 주는 놀라움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전에 창조한 향수들과 비교할 때 루이 비통 향수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연의 원재료를 매우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향수를 ‘건축’하는 데 자연 속 원재료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재료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모던하게 표현하는 데 신경 썼습니다.

루이 비통은 왜 오랫동안 향수를 만들지 않았을까요? 저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본 거 아닐까요. 루이 비통은 그동안 가죽 제품과 관련한 많은 제품을 선보였고 패션, 슈즈, 시계와 보석까지 그 범주를 확대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런칭해 성공적으로 이끌어오는 것이 루이 비통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과제였을 겁니다. 뭔가 특별한 것을 선보이기 전에는 항상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루이 비통이 향수와 관련한 활동에 초점을 맞출 때가 온 것 같습니다.

향기에도 일종의 트렌드가 있습니다. 조향사로서 분석한 최근 향수업계의 경향에 대해 귀띔해주신다면? 최근에는 끈적끈적한 노트와 신선함의 조화가 트렌드입니다. 또 조향사들이 여성 향수에 우드나 남성스러운 톤을, 그리고 남성 향수에 여성스러운 톤을 사용하는 것이 최근 유행인 것 같습니다.

향수의 고장 그라스에 뿌리를 둔 가문에서 조향사라는 운명을 타고났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조향사가 될 거라고 직감했나요? 조금은 그랬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이곳 그라스에 있는 식물(향수의 원재료)을 봐왔으니까요. 중국, 인도, 남미에서 향수 산업이 주를 이루던 이곳으로 전해진 재료들을 보면서도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조향사라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지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갔고, 그 과정에서 많은 멋진 사람을 만났습니다. 저는 항상 그 시절의 제 모습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향수를 제조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늘 겸손하고 성실해야 하며,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도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루이 비통의 향을 담은 보틀과 패키지 디자인도 만족스러운가요? 무척 맘에 들어요. 마크 뉴슨이 정말 멋지게 해냈죠! 친근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튀지도 않고 타임리스한 모습입니다. 이런 병을 만들어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정말 놀라워요.

오랜 작업 끝에 전 세계 몇몇 매체에만 드디어 루이 비통의 향수를 공개했습니다. 소감은 어떤가요? 놀랐습니다. 프레스를 만나기 전에는 다소 긴장했어요. 이번 공방 트립이 프로젝트를 외부에 선보이는 첫 행사였기 때문이죠. 심지어 루이 비통 내부 사람들조차 대부분 아무것도 보지 못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이번이 향수에 대한 첫 반응을 볼 수 있는 기회였고, 심지어 그 대상이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에 더욱 부담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지금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 프로젝트의 진실성, 그 자체가 보는 이들을 기쁘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프로젝트를 완성한 후 기분은 어땠나요? 행복하지만 허탈감도 있었습니다. 한 사흘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죠. ‘창조’라는 것 자체가 워낙 격렬한 작업이라 며칠간은 모든 것을 좀 잊을 필요가 있습니다.

원재료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한국에 있는 원재료에도 관심이 있나요? 물론이죠! 제 형제가 원재료 전문가인데 현재 한국을 방문 중입니다. 한국에는 정말 많은 코스메틱 브랜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한국에서 원재료를 찾는 임무를 수행 중이죠.

직접 한국을 방문할 계획은 없나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습니다. 향수와 뷰티를 사랑하는 한국인이 정말 많은 것 같고, 제가 만난 한국 사람은 모두 너무나 친절했거든요.

에디터 | 이혜진 (hjlee@noblesse.com)
사진제공 | 라프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