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미래
4D 프린팅은 3D 프린터로 완성한 물체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가 변형 기술을 탑재한 것이다. 3D와 4D 프린팅 기술의 발전에 따라 원하는 것을 간편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3D로 설계한 것을 그대로 물체로 만들어주는 3D 프린팅 기술은 보급 가격이 저렴해지고 프린팅 속도가 빨라진다면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3D 프린터는 1980년대에 탄생해 지금까지 몇몇 기업에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용도로 제한적으로 사용해왔지만 점차 재료의 다양화, 핵심 기술의 특허권 만료, 오픈 소스 운동의 영향 등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3D 프린팅의 발전으로 우리는 향후 어떤 미래를 맞게 될까? 산업적 측면을 넘어 3D 프린팅이 일반화된다면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3D 프린팅 기술도 등장할 것이다. 3D 프린터가 아직 완전히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3D 프린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4D 프린팅이다.
스스로 변형하는 기술, 4D 프린팅
4D 프린팅이란 3D 프린터로 만든 물체가 다양한 기술의 도움을 받아 형태를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접히는 부분의 소재와 접히지 않는 부분의 소재를 다르게 설계하고, 환경에 반응해 움직이도록 하는데, 3D 프린팅이 3차원 물체를 설계 도면대로 출력하는 것이라면 4D 프린팅은 3D 프린터로 출력한 물체가 햇빛·온도·물 등의 조건에 따라 변형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즉 기존의 3D 프린팅에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개념을 더한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3D 프린터로 로봇을 출력, 그 형태를 변형해 자유롭게 기어가는 거미 모양의 로봇을 구현하기도 했다. 이때 모터나 배터리 없이 몸체의 변형이 일어난다. 얇은 플라스틱 전기판을 사용해 3D 프린터로 출력한 뒤, 접히는 부분에 형상기억 소재 열선을 깔아 열을 받으면 거미의 형태로 변하는 것이다. 이런 4D 프린팅은 3D 프린터의 상용화가 진행되면서 덩달아 빠르게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과학재단에서는 4D 프린팅 기술 개발에 300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있으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도 10대 미래 유망 기술로 4D 프린팅을 꼽았다.
4D 프린팅 기술이 발전할 경우 가장 먼저 기대되는 것은 3D 프린터의 출력 한계, 즉 물체의 크기와 부피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D 프린터로 한 번에 테이블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크기에 맞는 대형 프린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4D 프린팅을 이용하면 평면으로 출력한 뒤 나중에 스스로 변형하며 조립되는 테이블을 만들 수 있다. MIT에서는 물속에서 의자 부품 조각들이 스스로 조립되는 기술을 개발해 공개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각 조각의 연결 부분에 자석 소재를 활용해 물속에서 떠다니던 각각의 부품들이 제 위치를 찾아 조립된다.
현재 3D 프린터에서 주로 활용하는 소재는 저렴한 플라스틱인데 다양한 스마트 소재가 개발된다면 4D 프린팅 기술이 자연스럽게 보급될 수 있다. 주로 물이나 온도, 빛에 반응하는 소재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물속에서 형태를 바꾸는 스마트 소재의 경우 접히는 면에는 물을 잘 흡수하는 소재를 사용하고 다른 면에는 물을 흡수하지 않는 소재를 적용해 형태 변화를 유도한다. 금속 소재 중에선 형상기억합금을 사용하면 형태 변형이 가능한데, MIT에서 형상기억합금을 3D 프린터로 출력해 저절로 접히고 움직이는 작은 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4D 프린팅은 의학 분야에서도 다양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생분해성 소재를 이용해 3D 프린팅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분해되며 세포가 자라 자리 잡을 수 있는 임플란트 치료가 실제 임상에 도입되기도 했다. 이 또한 3D 프린팅 물체의 변형을 이용하므로 넓은 의미에서 4D 프린팅의 성격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는 몸속에서 스스로 조립돼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마이크로 로봇도 개발했다. 건축이나 디자인 분야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MIT의 스카일러 티비츠(Skylar Tibbits) 교수 연구팀은 물의 유량에 따라 변형되는 수도 파이프를 4D 프린팅으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 중이고,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는 4D 프린팅으로 만든 드레스를 소장품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4D 프린팅 기술이 디자인 혁신을 이끌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기존 3D 프린터로는 드레스 한 벌을 통째로 프린트하기 어렵기 때문에 접힌 모양으로 출력한 뒤 특수 오븐에 넣어 열을 가하면 펼쳐지는 스마트 소재를 이용했다.
이렇듯 4D 프린팅 기술의 활용 영역은 상상하기에 따라 매우 넓어질 수 있다. 기술 상용화는 적용 분야에 따라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이는데 장난감이나 소품, 의류 같은 소규모 제품은 기존 3D 프린터에도 이용 가능한 특수 필라멘트 소재로 보급할 수 있으므로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팅을 이용한 임플란트

콘퍼런스에서 4D 프린팅 관련 발표를 하는 MIT의 스카일러 티비츠 교수
3D와 4D 프린팅의 미래
4D 프린팅에서 볼 수 있듯 3D 프린터 기술의 진화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3D 프린팅이 가져올 미래 사회의 시나리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존 패러다임을 상당 부분 뒤흔들 만한 양면성이 있다. 3D 프린팅이 만드는 유토피아의 모습은 MIT의 닐 거셴펠드 교수가 가장 먼저 그려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2001년에 이미 디지털 기술이 아날로그 기술을 만나 비트가 원자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의미의 CBA(The Center for Bits and Atoms)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예견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디지털 패브리케이터(digital fabricator)를 뜻하는 ‘패버(fabber)’라는 용어로 미래 사회를 예측했는데, 이는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해 자동으로 물건을 만들어내는 컴퓨터 시스템이다. 일단 원하는 물체의 3D 디지털 모델을 만들고 실제 재료를 더하거나 빼거나 결합할 수 있는 도구를 프로그래밍한 뒤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것으로, 3D 프린팅보다 상위 개념이다. 그는 이를 ‘데스크톱 제조 공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3D 프린터뿐 아니라 레이저 커터와 밀링 머신, 전자회로 조립과 마이크로컨트롤러 프로그래밍 등이 가능한 데스크톱 제조 환경에서 재료만 넣으면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결국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이 일반화되면 오늘날 디지털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것처럼 원하는 설계도 파일을 다운로드해 돌리기만 하면 제품이 나오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사실 사진의 경우도 필름 현상과 인화 작업은 과거 코닥이나 후지필름 공장에서나 가능했지만 점차 동네의 사진관으로 넘어오고, 이제는 디지털카메라와 컬러 프린터를 통해 개인 작업이 가능해진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상상을 헛된 것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4D 프린팅 기술이 활성화되면 동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
글 정지훈(미래학자,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사진 Getty Images,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