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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자유

LIFESTYLE

스페인 말라가에서 만난 볼보 더 뉴 S90은 전작인 S80보다 확실히 커지고 세련미를 갖춘 모습으로 그 위용을 드러냈다. 편안하고 안전한 세단에 온전히 몸을 맡긴 채 오랜만에 자유를 즐겼다.

볼보의 플래그십 세단 더 뉴 S90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은은한 에메랄드부터 짙은 네이비 컬러까지 선명한 그러데이션을 품은 바다, 온몸의 세포를 깨우는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 시원한 바닷바람에 나부끼는 야자수 잎까지. 스페인 말라가 남부에 위치한 베날마데나(Benalmadena) 해변의 아름다운 모습을 관망하며 차를 몰았다. 이국적인 풍경에 취해 마음이 노곤해질 즈음 커다란 파라솔이 펼쳐진 노천카페 앞에 여유롭게 주차했다. 차가운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지나가는 아름다운 여자를 감상하듯 차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몇 개의 선이 굵직하게 지나가는 후드와 커다란 그릴 그리고 유연하게 흐르는 라인, 윈도와 차체의 이상적인 비율. 앞부터 옆모습까지 쭉 훑고 있는데, 갑자기 차 주변으로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무슨 모델이지? 새로 나온 차야?”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는 엄지를 치켜세우고 또 다른 이는 아이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가던 길을 계속 가면서도 못내 아쉬운 듯 뒤돌아보며 차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남은 커피와 바닷바람을 느긋하게 음미한 다음 다시 차에 올랐다.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보다 한껏 주목받은 볼보 더 뉴 S90의 시동을 걸었다.

과감한 라인을 적용해 스타일리시한 더 뉴 S90의 전면

유연하게 흐르는 더 뉴 S90의 옆 라인

멋쟁이가 되어 돌아왔다
볼보를 선택하는 이유는 확실하다. 디자인이 조금 투박하고, 운전의 재미가 없더라도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둘 때! 3점식 안전벨트, 후방 어린이 안전 시트 등 세계 최초의 안전 기술을 20개 이상 보유한 볼보는 디자인과 성능마저 안전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안전제일주의를 외치던 볼보가 달라졌다. 올해 초 출시한 플래그십 SUV 올 뉴 XC90부터 변화가 감지되었다. 최신 기술로 안전성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동시에 고급스러운 실내·외 인테리어부터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까지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 더 이상 ‘안전하기만 한 차’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스페인 말라가에서 미리 만나고 온 더 뉴 S90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에스테포나(Estepona)에 위치한 켐핀스키 호텔 바이아(Kempinski Hotel Bahia)에 도착했을 때 로비에서 이 차를 처음 마주했다(행사를 위해 호텔 로비에 차를 전시하고 있었다). 9월 말, 국내에 출시하는 이 플래그십 세단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S80을 풀 체인지한 모델. 다소 밋밋하던 S80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과감한 라인을 적용해 한층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출시한 올 뉴 XC90과 일관된 느낌을 선보이는 룩이다. ‘토르의 망치’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T자형 풀-LED 헤드램프, 세로 모양의 그릴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뀐 아이언 마크의 화살표 등을 똑같이 적용했다. 특히 아이언 마크의 화살표는 그릴의 대각선 라인에 일치시켜 일체감 있는 디자인으로 보인다. 전체적 윤곽이 섬세하면서도 명료해 멋쟁이 신사 같다고 생각하며 뒷모습을 보는 순간 신선한 변화에 놀란다. 트렁크 덮개 부분의 볼륨감, 유연하게 흐르는 라인, 리어 범퍼 아래로 옮긴 번호판 등 새로운 디자인이 눈에 띈다. 압도적인 것은 ㄷ자 형태의 새로운 테일램프다. 올 뉴 XC90이 테일램프를 상하로 길게 배치했다면 이 차는 그것을 좌우로 늘여놓은 형태다. 게다가 2개의 테일램프 사이에 움푹 들어간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고 볼보 레터링을 새겨 조형미를 발산한다. 앞뒤 모두 쉽게 잊힐 것 같지 않은 강렬한 인상이라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 만하다.

천연 우드 트림과 나파 가죽을 접목한 실내

세로형 9인치 디스플레이

안전과 첨단이 만나 이룩한 편안함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감싼 시트에 앉자 푹 파묻히는 듯한 감각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한 시트 덕분이다. 안락함을 느끼며 내부 곳곳을 둘러봤다. 더 뉴 S90의 인테리어는 마치 질 좋은 수제 가구로 단장한 거실 같은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천연 우드 트림과 나파 가죽으로 둘러 고급스러운 데다 정중앙에 위치한 태블릿 PC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세로형 9인치 디스플레이 덕분에 센터페시아가 한층 깔끔해졌다. 오디오, 내비게이션, 에어컨, 시트 포지션, 주행 설정 등을 이 안에 몰아넣었다고 했다. 불필요한 조작 버튼을 과감히 정리하니 심플하고 정리 정돈이 잘된 느낌이다. 이것저것 가볍게 터치하다 내비게이션 화면을 띄웠다. 목적지는 산호 빛깔이 아름다운 비뉴엘라(Vin˜uela) 호수. 호텔에서 165km 떨어진 거리지만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느긋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이 차를 즐기기로 했다. 이렇게 멋진 세단을 타고 말라가 도로를 달리는 것은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니까. 호텔을 빠져나오니 도로를 따라 아담한 마을의 언덕이 아름답게 이어졌다. 그림 같은 풍광을 즐기는 자리에 음악이 빠질 수 없다. 홍보 담당자가 거듭 강조한 것처럼 이 차에는 에어 서브우퍼와 앰프까지 총 19개의 B&W 스피커가 자리한다. 출력이 1476W에 달해 볼륨을 한껏 높이면 공연장에 있는 것처럼 심장이 쾅쾅 울린다. 엔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차 안, 내가 선택한 음악으로 그 공간을 가득 채우니 자유를 선물 받은 듯한 기분에 젖었다.
그렇게 주변 풍경을 즐기다 서서히 속도를 즐기고 싶을 즈음 고속도로에 올라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8단 자동변속기로 구성한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을 품어 강력한 성능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출발 전에 들은 볼보 홍보 담당자의 설명처럼 최대출력 235마력, 48.9kg·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성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속도에 탄력이 붙어도 바깥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고 조용해 묘한 희열이 느껴진다. 그렇게 이 차가 주는 안정적인 속도감을 즐기다 반자율 주행 장치인 파일럿 어시스트 Ⅱ를 작동시켰다. 20초마다 한 번씩 핸들을 움직여 기능을 유지해야 하지만, 앞차의 속도에 맞춰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며 차선 한가운데로 움직인다. 완벽하진 않아도 140km/h까지 스스로 운전하기 때문에 고속 주행이나 반대로 막히는 길에서 적절히 사용하면 꽤 유용하다. 도로가 급하게 휘어지거나 차선이 일부 지워진 구간에선 사전 경고 없이 파일럿 어시스트 Ⅱ가 멈추기 때문에 직접 스티어링 휠을 쥐고 운전해야 한다. 그렇게 예쁜 마을과 드넓은 자연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도로를 따라 달리며 주행의 즐거움을 누렸다. 어떤 길을 맞닥뜨려도 마음 편히 달릴 수 있는 것은 볼보가 안전하게 지켜주리라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도로에서 이탈할 경우 운전자를 빠르게 시트에 밀착시켜 부상을 최소화하는 ‘도로 이탈 보호 시스템’, 앞차나 보행자, 자전거, 큰 동물 등을 감지해 추돌 위험이 있는 경우 스스로 제동하는 ‘시티 세이프티’ 등 업그레이드한 기능이 상시 작동해 안전 운전을 돕는다.
중간중간 드라이브의 묘미를 만끽하긴 했지만 주로 창문으로 들어오는 지중해 햇살의 감도를 느끼며 유유자적하게 운전했다. 그래서일까. 반나절 꼬박 낯선 도시를 누볐지만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더 뉴 S90은 디자인도 멋지고, 주행도 안정적이며, 무엇보다 편안하다. 이만하면 플래그십 세단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도 남는다. 안락함을 추구하는 40~50대 중년이 타도 좋을 듯하지만 그보다 인생의 여유를 아는 노년에 이 차를 운전한다면 또 다른 자유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플래그십 왜건 더 뉴 V90

내년에는 더 뉴 S90의 쌍둥이 같은 플래그십 왜건 더 뉴 V90도 출시할 예정이다. 실제로 잠깐 몰아본 더 뉴 V90은 외관뿐 아니라 성능에서도 더 뉴 S90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왜건답게 1526리터의 넉넉한 적재 공간을 갖추었다는 점이 큰 차이. 여행이나 캠핑 같은 활동적인 여가 생활을 즐기면서도 세단처럼 편안한 차를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해 보인다.

아마존

P1800

볼보의 역사를 타다
이번 출장에선 한국에서 온 기자들을 위해 볼보의 클래식 카를 탈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졌다. 50~60년 전에 타던, 이제 몇 대 남아 있지 않은 희귀한 차를 타고 서킷을 도는 것. 트랙에는 볼보 164, P1800, 아마존 3대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1968년 태생의 럭셔리 세단 164에 탔다. “우아한 분위기를 위해 가죽 시트를 적용하고 고급 소재로 마감했죠.” 그 당시 굉장히 획기적인 인테리어였다고 운전대를 잡은 담당자가 설명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50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세련미가 느껴졌고, 실제로 주행감도 가장 안정적이었다. 그 뒤로 2개의 타원형 그릴과 리어 윙 디자인이 모던하고 스타일리시한 아마존과 볼보 최초의 2도어 스포츠 쿠페인 P1800을 연달아 탔다. 가장 재미있는 모델은 P1800. 단종된 지 40년이 훨씬 넘은 이 차는 자동차 마니아 사이에선 지금도 갖고 싶은 클래식 카로 꼽힌다. 뒷좌석이 접이식임에도 내부 공간이 넉넉해 4명이 한꺼번에 올라타 옛 쿠페의 움직임을 만끽했다. 최대출력이 100마력에 불과하지만 둔탁한 엔진 소리와 속도감만큼은 그 어떤 스포츠 카보다 짜릿하다고 느끼며.

에디터 | 문지영 (jym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