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igin of Boots
투박하지만 정교하고 활동적이지만 가볍지 않다. 찬 바람이 불며 두 발에서 부츠가 빛을 발하는 지금. 그 시작과 오랜 역사를 소개한다.
레드윙 슈즈의 광고 이미지 / 변형을 거듭하며 다양한 모델로 출시 중인 레드윙 슈즈의 워크 부츠

지퍼 디테일의 마요르카(Mallorca) 부츠 Salvatore Ferragamo
Work Boots
광부, 벌목꾼, 기관차 운전사 등 육체노동자를 위해 탄생한 워크 부츠는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 레드윙 슈즈(Red Wing Shoes)와 그 역사를 함께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 이민자 찰스 베크먼(Charles Beckman)이 1905년 미네소타 주 미시시피 강 유역에 위치한 레드윙이라는 도시의 이름을 따서 브랜드명을 지었는데 숲과 농지, 철광 산업 단지가 대부분인 이곳은 브랜드의 장기인 ‘튼튼한 부츠’를 판매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산업의 번창과 함께 워크 부츠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늘었고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미국 육군에 군화로 공급하기도 했다. 더불어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데님과 함께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산물 중 하나로 여겼으니 워크 부츠는 그야말로 미국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목격한 부츠다. 1975년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배우 잭 니컬슨이 레드윙 슈즈의 워크 부츠를 신어 그 인기가 더욱 높아지기도 했다.
1 다크 브라운 컬러 데저트 부츠 Alden by Unipair 2 영화 <콰드로페니아>에서 데저트 부츠를 즐겨 신은 모즈족의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Desert Boots
클락스가 데저트 부츠를 최초로 상품화해 많은 이들이 이 신발의 근원지를 영국 리젠트 스트리트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정확한 기원은 멀리 이집트, 그중에서도 카이로에 위치한 전통 시장 올드 바자르(Old Bazaar)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래사막이 많고 1년 내내 덥고 건조한 환경에서 신기 좋게 고안한 신발을 시장 상인들이 즐겨 신었고, 곧 이 지역에 근무하던 군대로 전해진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카이로에서 아프리카로 파병된 군인이 다시 한 번 이 신발을 알렸고, 곧 영국군의 비공식 유니폼으로 활용할 만큼 인기를 끈다. 이때 파병 군인의 일원으로 서아프리카에 복무 중이던 네이선 클라크(Nathan Clark)는 데저트 부츠의 실용성과 편리함에 매료되어 1949년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가 이를 상품화한다. 클락스 창업주의 증손자인 그는 이 데저트 부츠가 가문의 유서 깊은 제화 산업에 혁신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확신한 것. 그의 예상대로 크레이프 솔(고무를 댄 밑창)을 접목한 목이 짧은 이 스웨이드 부츠는 큰 성공을 거뒀고 스티브 매퀸, 밥 딜런, 비틀스 등의 유명인사에게 사랑받았다. 특히 1960년대 모즈(mods)부터 1980년대 힙합, 1990년대 브릿팝으로 이어지는 대중문화의 큰 축에 함께하며 클래식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1 셰릴 스트레이드의 저서 <와일드>의 북 커버를 장식한 대너의 하이킹 부츠 2 두꺼운 솔을 장착한 하이킹 부츠 Moncler
Hiking Boots
1932년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탄생한 대너 부츠(Danner Boots)는 세계 3대 워크 부츠로 손꼽힐 만큼 우수한 품질과 전문성을 자랑하는 브랜드다. 1952년 최초로 비브람 아웃솔을 채택한 데 이어, 1979년에는 신발에 고어텍스를 처음 접목하는 등 혁신성도 갖췄다. 이들이 하이킹 부츠를 비롯한 아웃도어 라인을 추가한 것은 1960년대 초반. 대통령에 취임한 존 F. 케네디가 임기 내내 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미국 내에 하이킹, 클라이밍 같은 아웃도어 활동의 붐이 일어난다. 이런 움직임을 간파한 대너는 곧장 하이킹 부츠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유연한 동시에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1 클락스 왈라비 부츠의 광고 컷 2 투박한 디자인이 매력적인 왈라비 부츠 Paraboot by Unipair
Wallabee Boots
클락스(Clark’s)가 데저트 부츠의 성공에 이어 1967년 출시한 신발, 왈라비 부츠. 얼핏 보기에 데저트 부츠와 유사한 형태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장의 가죽을 측면에서 꿰매 만든 것이 아닌 단 한 장의 가죽이 발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감싸는 듯한 모카신 스타일의 디자인이 주요한 특징. 역시 발목 길이 정도의 쇼트 부츠이며 컴포트 슈즈로는 세계 최초로 왁싱 처리한 가죽을 사용했다. 크레이프 솔로 편안한 착화감을 자랑하며 활동적이지만 격식을 갖춘 느낌 또한 놓치지 않았다. 참고로 베이지 컬러 스웨이드 소재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인기 있는 모델 중 하나!
페이커스 부츠에서 영감을 받은 투박한 디자인의 하이톱 부츠 Rick Owens
Pecos Boots
워크 부츠의 일종인 페이커스 부츠는 텍사스 주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페이커스 강에서 그 이름을 가져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역의 토지 85%가량이 농장과 목장으로,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즐겨 신었기 때문. 잘 알려졌다시피 텍사스 주에서는 예로부터 웨스턴 부츠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레드윙 슈즈는 이런 취향과 특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기존의 웨스턴 부츠를 더욱 간결하게 재해석한 페이커스 부츠를 출시한다. 쿠션감이 있는 크레이프 솔을 장착해 장시간 착용해도 발이 불편하지 않고, 일할 때 신고 벗기 편하게 고안했으니 디자인과 기능성 모두 만족스러운 이 슈즈를 이상적인 워크 부츠로 여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카프스킨 소재의 버넘(Burnham) 부츠 Gaziano & Girling by Zimmermann & Kim
Chelsea Boots
‘사이드 고어 부츠’로도 알려진 첼시 부츠의 가장 큰 특징은 복사뼈를 감싸는 측면을 신축성이 좋은 고무 소재로 처리해 활동성을 높인 점이다. 그 덕분에 신고 벗기 불편한 기존 레이스업 부츠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한 것은 물론,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모양새로 특유의 매력까지 챙겼다. 이 고마운 신발을 세상에 소개한 주인공은 빅토리아 여왕의 구두 공급자 스파크스 홀(J. Sparkes Hall)이다. 생고무를 가공하는 기술을 영리하게 활용한 그는 1851년 최초의 첼시 부츠를 고안했고 특허까지 받았다. 당시 ‘스파크스 홀의 특허받은 늘어나는 부츠’라는 긴 이름으로 불리던 것이 1960년대, 런던에 와서 제 이름을 찾았다. 첼시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문화적 조류 스윙잉 런던(Swinging London)을 표방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부츠가 인기를 끌면서 지역명을 따라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 1970년대에는 펑크록 밴드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도 유행했다.
1 브로그 장식 2 모던하게 재해석한 컨트리 부츠 Thom Browne
Country Boots
비가 자주 와 땅이 질척거리고 겨울에는 늘 수은주가 영하를 밑도는 영국. 필연적으로 나쁜 기후를 극복하고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도와줄 구두가 다양하게 등장했다. 아웃솔을 굿이어 웰트 제법으로 부착하고, 물기가 잘 빠지도록 브로그(펀칭) 장식을 적용한 구두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사냥을 즐기는 귀족이 신던 컨트리 부츠가 대표적 예인데, 영국의 유서 깊은 슈메이커로 사냥과 사격에 특화한 신발을 선보여온 트리커즈(Tricker’s)는 컨트리 부츠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다. 현재 여타 브랜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컨트리 부츠의 원조 격이라 해도 무방하다. 물기가 신발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는 높은 텅(tongue), 두꺼운 레더 솔, 메탈 아일릿, 커다란 브로그 장식 등이 특징이며, 아웃도어 활동에 특화한 거칠고 투박한 디자인이지만 클래식한 슈트와도 꽤 근사하게 어울린다.
싱글 스트랩이 발목을 감싸는 조드퍼 Ⅱ 부츠 John Lobb by G.Street 494 Homme
Jodhpur Boots
기존의 승마 부츠는 다리를 보호하고자 무겁고 두꺼운 가죽을 사용했기에 움직임이 불편한 것은 물론, 들어간 가죽의 양만큼 그 가격도 비쌌다. 하지만 말 등에 올랐을 때 종아리 안쪽이 쓸리지 않게 보호하는 바지 ‘조드퍼 트라우저’의 등장(1890년) 덕분에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롱부츠를 신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 때문일까? 발목을 살짝 넘는 길이의 조드퍼 부츠가 새로운 승마 부츠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물론 조드퍼 부츠는 조드퍼 팬츠보다 앞서 존재했으나, 당시엔 귀족들이 거친 시골길이나 산책로를 걸을 때 신던 앵클부츠에 불과했다. 조드퍼 부츠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도시의 이름을 따왔다는 설이 있고, 혹은 조드퍼 팬츠와 함께 착용했기에 조드퍼라는 이름으로 통칭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그것.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승마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포멀과 캐주얼을 아우르는 부츠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에디터 이혜미 (hmlee@noblesse.com)
사진 김태선(제품) 어시스턴트 현국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