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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패스워드, 생체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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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 공인 인증서 등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 개인의 몸이 곧 열쇠가 되는 생체 인식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는 중이다.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 워싱턴을 배경으로 다양한 미래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원작자는 <블레이드 러너>, <토탈리콜>로 잘 알려진 SF 소설의 거장 필립 K. 딕(Philip K. Dick). 그가 보여준 미래의 모습은 이제 차츰 현실화되고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주인공 존 앤더튼은 범죄가 일어나기 전 이를 예측해 범인을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의 팀장이다. 그는 천부적 감각으로 미래의 범죄자를 추적해내는 능력을 지녔는데, 어느 날 프리크라임 시스템이 믿을 수 없는 살인을 예견한다. 바로 앤더튼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한다는 것. 이때부터 그는 음모를 파헤치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직접 미래의 피살자를 찾아 나선다. 영화는 뛰어난 연출과 영상, 정교한 설정과 묘사 등 수작으로 꼽힌다. 특히 홍채 인식 시스템을 피하기 위해 안구 이식을 받은 직후, 거미처럼 생긴 로봇이 주인공을 추적해 검사하는 장면은 가장 긴박하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영화의 홍채 인식 시스템처럼 인간의 생체적·행동적 특징을 이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기술이 바로 생체 인식이다. 생체적 특징으로는 지문(fingerprint), 장문(palm print), 얼굴(face), 홍채(iris), 망막(retina), 정맥(vein) 등의 정보가 널리 쓰였고 최근에는 전기적 신호나 심박 수와 같이 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생체 인식 기술은 여느 기술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일단 ‘개인의 고유한 정보’라는 점이다. 즉 자기 자신이 열쇠가 되는 것이다. 좋은 생체 인식 기술은 몇 가지 필수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먼저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보편성이 필요하다. 또 개인을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어야 하고, 측정 대상의 특징이 일관적이어야 하며 수집해 처리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 또 오류가 없어 신뢰할 수 있으면서도 사용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친화성이 필요하다.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생체 인식 기술은 특히 정보 보안 분야에서 사용자 인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흔히 이용하는 패스워드, ID 카드, 디지털 인증서 등은 잊어버릴 수 있고 도난당하거나 공유할 수도 있지만 생체 인식 기술은 이런 문제점이 없다. 사용자의 편의성과 보안성 측면에서 생체 정보 기술은 명확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가장 먼저 도입한 생체 인식 기술은 지문 인식으로,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일부 노트북이나 출입 장치에 먼저 도입했고, 이제는 스마트폰에도 지문 인식 센서가 탑재되었다. 지문은 태어날 때의 형태가 평생 변하지 않고 사람마다 모두 형태가 다르며, 이를 사용하는 데 별도의 기술을 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유한 생체 인식 방법으로 신뢰성이 높다. 또 시스템 구축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보편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또 다른 생체 인식 기술은 얼굴 인식. 데이터베이스를 미리 만들어놓고 입력된 얼굴 영상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 얼굴과 비교하는 기술이다. 비접촉 방식이고 쉽게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지문과 함께 각광받고 있다. 얼굴 인식 기술은 주요 IT 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더욱 이슈가 되었다. 페이스북은 일찌감치 얼굴 인식 기술을 내재화해 포스팅하는 사진에 태깅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점점 더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구글은 비록 보안성 문제로 기본 설정으로 하는 것은 철회했지만 안드로이드 4.0 버전을 발표할 때 얼굴 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했다. 최근 세계 최고의 전자 상거래 기업으로 부상한 알리바바는 마윈 회장이 직접 전자 결제 시스템을 시연하기도 했다. 얼굴 인식이 급부상한 것은 비록 지문처럼 보안성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쉽게 개인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웹캠만 있으면 가능하니 추가적 하드웨어도 필요 없다. 그래서 소프트웨어가 중요한데,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이미 사람 대비 100% 이상(일반인보다 얼굴을 보고 사람을 구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 기술이 발전하고, 고화질 카메라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뿐 아니라 드론이나 건물, 가전제품에도 탑재되고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 해커가 사용자의 사진으로 위장 인식을 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용자의 음성을 확인하거나 다른 간편한 인증 수단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약점을 보완하는 것. 사람마다 귀의 형태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얼굴 인식의 일부로 귀의 형태를 통해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도 있다. DB(Descartes Biometrics)에서 만든 앱 에르고(Ergo)는 전화를 받듯 귀에 휴대폰을 대기만 하면 사용자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그렇게 인식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홍채 인식은 홍채 인식기에 눈을 가까이 대면 카메라가 사용자의 홍채를 이미지화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고유의 홍채 코드를 생성한 뒤 등록해 비교하는 기술이다. 사람의 홍채는 쌍둥이조차 패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정보의 구별성 측면에서 매우 우수하며 통계학적으로 DNA 분석보다 정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외상이나 아주 드문 질병을 제외하고는 평생 변하지 않고 복제가 거의 불가능하며 카메라만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홍채와 함께 망막도 주목받고 있는데, 망막에는 다양한 혈관 패턴이 있고 이것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이용한다. 다만 눈의 내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홍채에 비해 인식 방법이 불편한 편. 요즘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위치에 따라 손가락, 손등, 손바닥 정맥 등을 인식하는 정맥 인식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적외선을 이용한 혈관 투시로 잔영을 분석하는 방식. 사람의 혈관은 표면에 보이지 않는 정보이므로 복제가 어렵고 보안성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금까지는 하드웨어 구성이 복잡하고 시스템 구축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 활용 범위가 넓지 않았지만 점차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소개되고 있다. 손가락 속 정맥을 인식하는 기술의 경우 적외선을 이용해 손가락의 정맥을 스캔한다. 이미 일본과 폴란드에서 ATM 기기에 이런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영국의 대표적 은행 바클레이즈(Barclays)에서도 실용화했다고 한다. 이 기술의 장점은 손가락의 내부를 인식하기 때문에 위장하기 어렵고 인식이 안 되어 거부되는 확률도 지문보다 낮다는 것이다.
그 밖에 최근 웨어러블 기기가 늘어나면서 심전도(Electro-Cardio Graph, ECG)를 이용하는 기술과 뇌파 인증, 동작을 인식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명이나 키보드 입력과 같이 개인의 습관을 이용해 인증하거나, 위치 정보(GPS)나 웹사이트 방문 패턴, 소셜 미디어의 글을 모은 데이터를 활용한 기계 학습 알고리즘도 발전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복수의 기술을 적절하게 조합하는 다중적 접근 방식 역시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
정지훈(미래학자,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